2016년 ‘Artist 나 강’의 ‘벚꽃 나들이’ 작품을 통해서 첫 만남이 있었다. 곧바로, 작가와 큐레이터의 만남은 깊어졌고, 현재까지 ‘작업실 수다’를 이어오고 있다. 6년의 기간, 작업실에 펼쳐진 캔버스와 변화되는 작업을 함께했다. 2022년의 봄맞이 벚꽃이 글로 옮길 때가 되었다고 말을 걸어준다.
◇ ‘전체와 부분’의 캔버스
‘나 강(b.1961, 전라남도/한국)’의 작품은 제주의 물질들을 색채 활동으로, 그 질료들을 어루만지고 있다. 내밀한 잠재력으로 귀속되면, 캔버스는 우주와 같다. 색채는 형상으로 다가가는데, 우리가 이를 해석하도록 동기를 유도하는 연금술이 작용 됐기 때문이다.
연금술의 화폭은 ‘전체와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주제별 캔버스는 부분으로 보게 될 상황을 우선한다. 각각 주제들은 내용과 기법이 부분으로 나뉘어 다르지만, 전체적인 관점으로 기억해야 한다.
“하나 속에 일체 있고, 일체 속에 하나 있어,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이다.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라고 전해오는 ‘의상(625~702년, 신라)대사’의 테제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나 강은 제주를 ‘색채’로 그렸다. 가까이 볼 수 있는 꽃, 바다, 숲 그리고 이 풍경 속에 자연을 즐기는 사람을 그려 넣었다. 자연 속에서 인물들은, 캔버스 전체를 노닐고 있다. 이러한 화폭을 감상하는 우리도 ‘평안함’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고 있다.
만약, 작품에서 위의 내용과 같은 일상의 풍경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꼈다면 ‘나 강의 연금술’이 성공한 것이다.
모든 작품에서는 형태와 원근법, 빛과 그림자 등의 사실적으로 볼 수 있는 장치(형식)를 배제했다. 동시에 한국미술과 서양미술의 시점, 기법, 재료를 혼용한다.
캔버스에 표현된 모든 것은 나 강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시각이다. 또한, 주관적으로 해석한 제주 자연의 모습을 강조했다. 연금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불필요한 과정은 생략하고, 적합한 연구로 바꾼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현상은, 비슷한 경험의 순간에서 중요한 요소만을 간직하는 것과 같다.
연금술의 화폭은 무의식의 심연으로 몰입한 나 강이 꿈꾸는 ‘평안함’을 보여 준다.
◇ 존재의 출발 ‘벚꽃 나들이’
나 강의 캔버스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업의 순서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주제는 ‘이불(2014)’, ‘오름(2014)’, ‘테왁&해녀(2014~ )’, ‘향연(2015~ )’, ‘곶자왈(2015~ )’, ‘벚꽃 나들이(2016~ )’, ‘관조(2019~ )’, ‘휴식(2019~ )’의 순서로 진행 중이다.
각 주제는 연작으로 진행한다. 변화를 위해 진행 중인 작업도 있고, 발표하지 않은 시리즈도 부분으로 귀속된다.
진행 중인 작업에서 큰 흐름을 보이는 ‘벚꽃 나들이’, ‘관조’, ‘휴식’의 작품을 차례로 살펴보겠다.
‘벚꽃 나들이’는 한국 삼국 시대부터 전해 온 ‘화전놀이’에서 유래한다. 여성을 위한 공식적이고 공동체적인 세시풍속이었다. 제주에서는 정의현감이 ‘정소암’에서 큰 잔치를 베풀었던 화전놀이가 유명하다. 화전놀이는 귀한 것이 되었지만, 근현대부터는 ‘상춘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벚꽃 명소는 일제강점기 때 심어진 ‘일본 왕벚나무’가 대부분이다. 최근 수명이 다한 일본 왕벚나무를 ‘제주 왕벚나무’로 대체하는 것을 보니, 진정한 해방이 왔음을 느낀다. 억압의 잔해는 미세먼지를 말끔히 치우는 것과 같다고 본다.
‘왕벚나무’ 원산지 논쟁은 마침표를 찍게 되었는데, ‘한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별개의 종으로 분석되었다. 미래세대가 볼 벚꽃 명소는 제주의 대지를 전할 수 있게 되었으니, 평안한 마음으로 작품에 몰입한다.
나 강의 ‘벚꽃 나들이’는 연분홍의 벚나무가 세로형 캔버스에서 테두리 부분을 차지한다. 변화를 주기 위해 가로형 작품도 존재한다. 나무는 ‘부감법’의 시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위치를 고려할 때 이 나무들은 허공에 떠 있는 벚나무들이 사람들을 에워싸고 있다고 보는 편이 알맞다. 한편, 색색의 파라솔이 나들이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캔버스의 절반을 차지하는 벚나무는 한국미술의 부감 시점과 서양미술의 점묘법을 사용한다. 사람들은 앞에서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점과 채색은 명암 없이 색을 고르게 펴서 채웠다.
사람들은 부분마다 감정선이 조금씩 다르게 묘사된 점을 느낄 수 있는데,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의 정서를 고유의 색채로 담은 것이다.
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제작 시기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인물의 구성은 자신과 연관된 사람들을 표현한다.
초기에는 이들 가운데, 작가의 과거 혹은 미래 모습도 등장시켰다. 야외스케치하는 화가와 어린 딸 혹은 노년의 부부이다.
최근의 변화로는 드론이 있고, 전동 킥보드를 타는 사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 휠체어를 타는 사람 등의 등장이 있다.
‘벚꽃 나들이’를 통해서는 작가가 사회를 보는 관점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동시대 문명을 읽을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회적 관계와 관심도 돋보인다.
캔버스에 빠져들 무렵, 새로운 사실을 보게 된다. 사람들에게는 자세, 동작, 움직임을 알 수 있는 신체적 형태는 있는데, 이목구비가 없다. 하지만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서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캔버스에서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그림자가 없고, 빛은 어디에나 존재하듯이 전체가 밝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어색하거나 가짜로 느껴지지 않는다.
‘벚꽃 나들이’는 전체적으로 사실적 묘사와 다른 방향이고, 단일한 이즘으로 정의하기에도 복합적인 구성이다. 캔버스의 그 모든 사실을 알고도 작가의 시선에서 본 구도와 묘사는 있어야 할 제자리에 알맞게 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넓은 잔디밭이 있는데 그 사이사이 작은 꽃들이 있을 텐데,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하면 전부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넓게 보고, 위에서 보는 시점으로 보는 것이, 나는 이것이 단순히 보는 것이다.”
존재의 출발을 알리는 봄은 사람의 정신도 함께 깨어난다. 새로운 가치와 함께 리부트하는 깨어남까지 변화가 큰 시기이기 때문이다.
‘벚꽃 나들이’는 움츠렸던 시기가 지나고 활짝 피어난 벚꽃에 대한 힘찬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 모든 태도는 자연과 사람에 대하여 전체적인 관점이다.
나 강의 ‘벚꽃 나들이’는 어떤 사람이 느낀 아름다움을 공통적인 이유로 판별하는 상상력을 요구한다. <한정희 예술감독>
* 20편의 글은 ‘Artist 나 강’을 이해할 수 있는 큰 흐름과 ‘벚꽃 나들이’에 대한 평론으로, 다음 편은 ‘관조’, ‘휴식’의 작품 평론으로 이어집니다.
나 강 : Na Kang : 羅 江
▶ 학력 : 1985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서양화 전공 졸업
▶ 개인전
2022 04 나 강 개인전, &Factory Gallery, 서울, 한국
2021 09 나 강 초대전, 한라일보 갤러리 ED, 제주, 한국
2021 08 나 강 개인전, 갤러리 노리, 제주, 한국
2021 07 나 강 초대전, 갤러리 서울아산병원, 서울, 한국
2021 04 나 강 초대전, 강북삼성병원 갤러리 Nanum Zone, 서울, 한국
2019-2021 나 강 기획초대전, 국립제주대병원, 제주, 한국
2019 02 제주풍경 (개관기념 초대전), KEB하나은행 돌담갤러리, 제주, 한국
2018 07 나 강의 제주일기 (플래닝 플랫폼 기획초대전), 파스쿠찌 제주탑동점, 제주, 한국
2018 05 나 강 기획초대전, 갤러리 드림, 성남, 한국
2018 04 나 강의 제주일기 (설문대 여성작가 발굴·지원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제주, 한국
2017 03 나 강 기획초대전, 국립제주대병원, 제주, 한국
2017 04 나 강 초대전, 갤러리카페 팩토리소란, 제주, 한국
2017 10 나 강 초대전, 타워아트갤러리, 부산, 한국
2017 04 나 강 초대전, 갤러리 연, 제주, 한국
2016 12 나 강 개관기념 초대전, 휴애리 갤러리 팡, 제주, 한국
2016 11 나 강 기획초대전, 광주수완센트럴병원 재복갤러리, 광주, 한국
2015 03 나 강 초대전, 갤러리카페 팩토리소란, 제주, 한국
2014 11 나 강 초대전, 갤러리 연, 제주, 한국
2014 05 나 강 기획초대전, 갤러리 Space inno, 서울, 한국
▶ 단체전
2022 02 하나은행, 하나은행 본사, 서울, 한국
2021 02 탐나는 봄,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한국
총 11회 (2010~2022 제주, 부산, 서울)
▶ 아트페어 11회 : 2015~2021 제주, 서울, 광주 부산
▶ 작품소장
2017 제주하나은행, <벚꽃나들이>, 162X130cm, Acrylic on Canvas
2018 제주대학교병원, <벚꽃나들이>, 162X130cm, Acrylic on Canvas
2019 제주설문대여성문화센터, <벚꽃나들이>, 162X130cm, Acrylic on Canvas
2020 서울아산병원, <벚꽃나들이>, 162X130cm, Acrylic on Canvas
2021 하나은행본점, <휴식>, 132.3x162.2cm, Acrylic on Canvas
▶ 기타
2021 『7월호 VOL.222 세브란스병원』
나 강 작가의 그림 선물 /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이 흐르는 순도 높은 회화성 (p26-27)
2016 『겨울호 VOL.21 <문화通 PLUS>』
이 작가를 주목하라 / 여류 서양화가 나 강 (p53-55)
2016 장준석 미술비평집 『한국성과 한국 현대 회화에 대한 모색』
나 강, 제주도의 자연에서 조율되는 회화의 맛 (p.298-305)
▶ 현재
한국미술협회 및 제주도미술협회 회원
한정희의 '행복한 미술' 코너는?...
한정희의 '행복한 미술'은 다양한 기관의 전시 · 기획자 · 작품 · 작가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문화·예술인들의 지위를 향상하면서 미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취지에서 연재합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행복을 찾는 과정에서 미술이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면서, 연재를 읽고 작품을 감상하는 계기 마련과 미술을 통해서 개인의 행복한 일상을 마주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한정희 예술 감독이 총괄 기획한 전시로는, 2022성읍1리노지문화전시회 ‘성읍새김’, 2021대포마을노지문화전시회, 2020아트페스타in제주(5th), 2019제주국제평화센터 ‘평화의꿈’ 및 'DMZ평화생명의땅', 2018제주해짓골아트페어, ICC JEJU 제주2015쇼케이스'아트&아시아', 2015서귀포예술의전당전시실개관기획전 '서귀포에살다', 2015/2016 서귀포시교육발전기금마련전 등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 기획, 전시 홍보·마케팅, 미술 연구조사, 미술 강의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정희 예술 감독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미술관·박물관학과 졸업
예문사 「학예사를 위한 소통하는 박물관」 공저
제8기 제주특별자치도 축제육성위원회 위원
서귀포시 감귤박물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