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미국.중국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에너지 전환 산업 집중"
"한국 재생에너지 비중, OECD 최하위...제대로 준비하고 있나?"
"제주도 태양광.풍력 에너지비율 19%...우리나라 모델 될 수 있어"
지구촌의 최대 과제인 기후 위기 문제에 세계 각 국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은 화석 에너지를 '제로화(0)'하는 '탄소 중립'이다. 이를 위해서는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탄소중립 시대, 세계는 지금 에너지 전환, 나아가 이를 빠르게 산업화하는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상황이고, 전략과 과제는 무엇일까. 선제적으로 '2030 탄소없는 섬 제주(CFI,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 정책을 추진해 온 제주도. 지난해에는 그린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 '에너지 대전환'을 선언했는데, 과연 국내 성공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제기에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소장이 응답했다.
이 소장은 사단법인 한국지역혁신연구원(원장 문만석) 주최로 26일 저녁 제주시 아스타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제1회 제주 에너지 전환 아카데미' 첫 연사로 나서 ‘탄소중립 시대,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의 전망과 전략’이란 주제의 강연을 했다.
강연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후 위기의 심각한 상황, 기후 재난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농민들에게 2023년은?'이란 물음을 던진 이 소장은 "기후위기, 기후재난으로 농사짓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면서 "지난해 봄부터 냉해, 가뭄, 긴 장마, 잦은 비, 병충해 창궐, 홍수, 우박 등 농작물에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일어난 해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2024년 들어서도 우려되는 상황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겨울철 평균 강수량은 228mm로, 1973년 전국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신기록을 세운 점을 들었다.
그는 "지구 온난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이어지며 바다 온도 역대급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그래서 세계 각 나라들이 지구평균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1.5도' 상승을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으로 잡고 탄소 중립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IPCC(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온난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구평균기온 '1.5도 상승'이 도달하는 시점은 2040년 전후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한 탄소 중립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간활동으로 증가하지 않는 순 배출량 '0'을 의미한다. 화석에너지 '0'인 사회가 곧 탄소중립 사회라 할 수 있다.
이 소장은 2018년 IPCC 특별보고서 발간이후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에 따른 에너지 전환 및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현재 148개 국가와 271개 도시, 매출액 상위기준 1138개 기업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미국과 더불어 유럽지역에서는 독일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정책이 주목된다고 했다.
독일은 2023년 기준 전력의 52%가 재생에너지이고, 2030년에는 80%, 그리고 2035년에는 재생에너지 전환 비율을 '10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산업 부문의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도 탄소 중립의 산업화를 선언했다. 탄소재출의 정점(2030년)에서 탄소중립까지 소요기간을 30년으로 잡았다. 2022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114억원인데, 연간 최소 3억톤 이상을 감축해 2060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도달 목표는 2050년으로 제시된다. 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 등에서 제시한 내용을 보면, 2022년 기준 탄소 배출량은 6억100만톤 정도인데, 2030년 5억1200만톤으로 줄이고, 2050년에는 사실상 제로에 근접한 8040만톤 정도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정책은 2020년 7월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인 '그린뉴딜', 2021년 8월 탄소중립 기본법 제정, 그리고 2023년 3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이 대표적이다.
이 소장은 "그러나 탄소 중립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면서 일상 생활은 물론 전 산업 부문에서 함께 해 나가야 할 과제들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하고, 수송 부문에서는 전기.수소차 보급 대폭 확대, 산업 부문에서는 연료와 원료를 대체하는 산업공정 스마트화로 전환해야 함을 제시했다.
건물 부문에서는 태양광 등을 활용한 제로에너지 건축물 및 그린 리모델링, 농축수산 부문에서는 농기계.어선 연료의 수소화, 저탄소 가축관리, 폐기물 부문에서는 폐기물 발생 25% 감축 및 재활용 90%, 바이오플라스틱 대체 등의 방안을 들었다.
이 소장은 "여기에 통상 분야에서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경쟁력 유지를 위해 탄소 배출이 많은 수입 제품에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자국 산업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제품 생산 전 과정에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통상 경쟁에서 밀려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품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여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도나 내용이 만들어진다"면서 기업의 배출량 측정과 관리를 압박하는 글로벌 규제 동향을 설명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공급망실사, 탄소국경조정제도도 실행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이러한 탄소 중립 프로세스는 세계 경제의 대전환으로 이어지고 있음도 강조했다.
이 소장은 "EU나 미국, 중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의 새로운 기회를 통해 성장을 꾀하고 있다"면서 "산업, 일자리 선진국 탄소중립 산업정책, 보호무역, 건강.안보.환경.공급망 재편 등이 진행되고 있는데, 다자주의 WTO(세계무역기구) 시대가 끝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수출중심 경제를 유지할 수 있나"라고 의문점을 던졌다.
이 소장은 "탄소배출량을 측정, 보고, 검증해서 탄소가격에 따른 비용을 부과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데, 탄소배출 데이터, 배출계수, 투명성, 인력,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에너지 안보, 2050년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과 시장으로 성장할 '재생에너지기반 전략시스템 구축'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력의 탄소배출계수는 모든 생산품의 탄소발자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재차 "한국은 2050 탄소중립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 사회로 가가 위해서는 에너지 시스템의 단계별 전환(탈화석에너지→전기화→재생에너지→분산에너지.스마트전력망 에너지분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탈화석 에너지' 단계에서는 석탄, 석유, 가스 사용의 급격한 감축과 화력발전의 전면 중단,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등이 진행돼야할 것으로 제시했다. 전기화 단계에서는 산업, 수송, 건물, 농업에너지를 전기로 전환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은 8.1%로, 브라질(89.2%)이나 캐나다(68.8%), 독일(44.4%), 중국(30.6%), 미국(22.2%), 일본(21.6%)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030년에는 21.6%로 높인다고 하나,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탄소중립의 단기적 전략으로 '지붕 태양광' 등의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건물(지붕형) 태양광 확대를 통해 소비자의 자발적 전력 감축행동을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장기 전략으로는 해상풍력 본격적 보급을 위한 준비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는 인허가 민원, 국산부품 산업 전략 문제, 22대 국회 개원시 해상풍력특별법 보완하는 내용의 법안을 다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와 생활비를 줄이고 녹색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도 다각적으로 모색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소장은 "탄소중립 산업과 에너지, 주택, 교통 녹색일자리,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수립한 계획만 실행해도 이런 변화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분산에너지, 해상풍력 배후 산단- 항만, 재생에너지 등의 경로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제주도 등에서 나서고 있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된 지방 자치단체에 대한 국가의 행정∙재정적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소장은 지역별로 에너지자립을 모색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 후, 제주도의 탄소 중립 정책 및 에너지 대전환 계획에 대해서는 큰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제주도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율 19% 정도 되는데, 앞으로 제주도가 어떻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우리나라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영훈 지사가 최근 언론대담을 통해 '탄소중립.에너지 전환' 정책 구상을 밝히면서 'RE100 달걀.한라봉' 등의 출시계획을 제시한 내용에 대해서도 설명한 후, "(탄소중립 정책은) 제주도민에게도 이득이 되고, 한국에게도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설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풍력발전 공유화 방식이나, 전기차 전환, 충전 등의 산업 등에서 일자리 문제들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늘 테스트베드가 아니라, 일자리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시험적 추진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지역혁신연구원 강성민 정책기획위원장 사회로 열린 이날 행사 개회식에서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도민과 공감하고자 '제1회 제주 에너지 전환 아카데미'를 개최하게 됐다”며,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국내외 에너지 시스템의 동향을 파악하고, 제주 에너지 전환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박호형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등도 함께 했다. <헤드라인제주>
제1회 제주에너지 전환 아카데미는...
제주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알리고, 제주도민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제1회 제주에너지 전환 아카데미는 4월26일 제1강좌를 시작으로, 오는 6월14일까지 진행된다. 총 4개 강좌와 정책토론회 1회로 구성됐다.
두 번째 강좌는 오는 5월10일 오후 6시30분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정태용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기후위기 대응 : 기후테크와 기후금융’ 강연으로 준비됐다.
세 번째 강좌는 5월 31일 오후 6시30분 이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의 ‘기후위기 시대, 국회의 대응 방안 : 에너지 전환을 중심으로’, 마지막 네번째 강좌는 6월10일 오후 6시30분 남석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대용량 수소 정장 및 운송’ 주제의 강연으로 진행된다.
4차례에 걸친 강연이 마무리되면 6월 14일 그동안 제기됐던 내용을 총화하는 정책토론회가 펼쳐진다. 정책토론회는 오홍식 제주대학교 교수(생물교육전공)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이 이어진다.
이번 정책 아카데미는 사단법인 한국지역혁신연구원이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기후위기대응탄소중립연구포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제주에너지공사, 한라일보, 헤드라인제주가 후원하고 있다. 문의=사단법인 한국지역혁신연구원 전화 064-756-3434.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