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의 대장정 마친 '제주 세계유산축전', 성과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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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간의 대장정 마친 '제주 세계유산축전', 성과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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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만의 브랜드 확립.주민이 이끈 축전 등 주요 성과
'지속가능성' 구체적 로드맵 제시해야...주민 전문성 강화 필요
내년 사업 선정은 제외됐으나, 강경모 총감독 "별개로 운영할 것"
만장굴 전구간 탐험대 ⓒ헤드라인제주
만장굴 전구간 탐험대. ⓒ헤드라인제주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의미와 화산섬 탄생의 비밀을 찾아 나서는 2022 세계유산축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 7개 세계유산마을 일원에서 16일간의 여정을 끝으로 성황리에 폐막했다.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하는 세계유산축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전국 각 지역의 가치와 의미를 알리기 위해 매해 개최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이 사업에 선정된 제주는 아쉽게도 내년 축제에는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3년 연속 선정된 지자체는 그다음 축전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는 세계유산축전을 개최하며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화산섬의 진면목을 알리는 동시에, 제주만 간직하고 있는 자연을 토대로 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모색했다. 

특히, 올해 축전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해설사로 나서며 지역 경쟁력과 자생력 강화를 스스로 도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반면,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설계돼야 한다는 숙제와, 주민들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과제가 제시됐다. 또 새로운 프로그램도 발굴해 신선함을 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워킹투어 ⓒ헤드라인제주
워킹투어. ⓒ헤드라인제주

3년 동안 제주 세계유산축전의 부감독과 총감독을 역임하며 전반적인 기획을 담당한 강경모 감독은 "축전을 매해 준비하면서 저부터가 제주의 가치를 절실히 느끼게 됐다"며 "비록 제주가 내년 축전을 이끌어가지 못하게 됐으나, 그와 별개로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해 축전의 뜨거웠던 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주가 2024년 세계유산축전에 도전하는 동시에, 축전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가능함을 도모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 그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제주만의 브랜드' 확립...주민들이 직접 이끈 축전 '성과'

3년간 축전의 메인 장소는 '불의 숨길'이었다. 거문오름계 용암동굴을 중심으로 만년 전 용암이 흐른 흔적을 따라 조성된 길인데, 축전을 통해 처음 개발돼 시민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곳에서 진행된 '워킹투어', '불의 숨길 아트프로젝트' 등의 프로그램은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불의 숨길' 이외의 구간에서는 화산섬 제주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만장굴', '벵뒤굴' 등 비공개 구간 탐사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특히, '만장굴 전구간 탐험대' 등은 사전접수 경쟁률이 130대 1을 넘기도 했다.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내밀한 모습을 향한 시민들의 관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별탐험대, 숨길원정대, 세계자연유산마을을 찾아서, 불의 숨길 페스티벌 등도 큰 호응을 얻었다. 평소라면 접근할 수 없는 제주 구석구석을 탐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은 축전을 처음 개최하며 가능성을 확인한 기간,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내실을 다지는 기간이었다면, 올해 축전은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제주만의 콘텐츠로 나아가는데 발돋움한 시기였다.

세계자연유산마을인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헤드라인제주
세계자연유산마을인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헤드라인제주

특히, 지난 2년간의 축전은 전문가들이 주축인 사무국이 이끌었다면, 올해 축전은 사무국과 마을이 협업 관계를 구축한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가 주도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마을 주민이 직접 프로그램 해설사로 나서면서 전문가조차 모르는 마을의 내밀한 이야기를 전하니까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덕천리 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 ㄱ씨(30)는 "평소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 큰 관심 없었던 마을이었는데 이곳에 깃든 전설, 설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새롭게 보였다. 재밌었다"고 했다.

또 주민들 스스로가 축전의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주체적으로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문화유산마을 가치를 창출했다는 등의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속가능한 유산마을' 구체적 설계 필요...주민 전문성 강화 등도 '숙제'

제주 세계유산축전은 독특한 자연환경과 문화예술의 결합을 통해 제주 발전의 새로운 방향과 모델을 제시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숙제도 남겼다. 

먼저 세계유산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올해 축전의 목표를 '자생력 확보와 지속적인 확산을 위한 발전기반 마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후년 축전을 기약하는 동시에,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마을의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한 심도 있는 고민과 구체적인 로드맵이 요구된다.

축전과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핵심 주체인 마을주민들의 전문성 강화도 숙제다.

과학, 지질학 등 학술적인 차원에서의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아무래도 해설사로서 투박하고 서투른 모습을 보였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세계유산마을을 찾아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 ㄴ씨(34)는 "저는 그런대로 이해를 했는데, 아이들은 많이 어려워했다.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 줬으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경모 총감독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앞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 등 전문성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 만큼, 이는 과제보단 가능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강술생.김미숙 작가의 '우후석순2-달무리'. 작가와 마을주민의 협동으로 만든 작품이다. 바람에 모래가 흩날리며 '유'와 '무'를 연출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염분기 있는 바닷바람에 더욱 단단해졌다. 결국 작품의 완성은 자연이 했다.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축전 사무국>ⓒ헤드라인제주
강술생.김미숙 작가의 '우후석순2-달무리'. 작가와 마을주민의 협동으로 만든 작품이다. 바람에 모래가 흩날리며 '유'와 '무'를 연출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염분기 있는 바닷바람에 더욱 단단해졌다. 결국 작품의 완성은 자연이 했다.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축전 사무국>ⓒ헤드라인제주

축전의 백미인 '불의 숨길 아트프로젝트'에 대한 전반적인 성찰도 필요하다. 

참여 작가들 중 상당수는 외부인이었는데,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뛰어났을지 몰라도 제주의 자연, 감성과 얼마나 조화를 이뤘나, 화산섬 특유의 가치를 잘 표현했나 등을 고려했을 때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시민 ㄷ씨(31)는 "직접 현장에서 작품들을 보진 못했고 사진으로만 봤는데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3년간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큰 틀에서 보면 거진 비슷했다. 제주의 다채로운 모습을 알리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도 필요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자연의 훼손은 절대 있어선 안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강 감독 역시 "축전의 기본 전제는 자연에 대한 어떤 훼손도 있어선 안된다는 것과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모 총감독 "제주만의 브랜드, 세계로 확장시킬 것...핵심은 주민"

3년 동안 제주 세계유산축전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아온 강경모 총감독은 지난 16일 <헤드라인제주>와의 통화에서 "문화재청의 방침으로 내년 축전 대상에서 제주가 제외됐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는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강 감독은 "축전이 축전으로 그치면 안 된다. 이것이 곧 제주만의 브랜드가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아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그 중심에는 마을 주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드라인제주
만장굴 전구간 탐험대.  ⓒ헤드라인제주
2020 세계자연유산 순례단 사진 ⓒ헤드라인제주
세계자연유산 순례단. ⓒ헤드라인제주

이어 "축전과는 별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인데 문화재청도 이러한 우리의 의지를 높이 보고 내년에 별도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다음 축전에 참여하게 된다면 총감독이 아니라 주민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옆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며 "이번 축전에 참여한 주민들의 열정에 감동받았다. 그들과 보다 가까이서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강 감독은 제주의 가치를 전국 나아가 세계로 알리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처음 축전을 기획할 때 더 멋진 것, 화려한 것을 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제주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깨닫게 되면서 제주다움을 훼손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그 감동을 전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올해 축전을 준비할 때 정말 조심스러웠고 주민들과도 많이 대화하려고 했다"면서도 "그렇지만 제주의 가치를,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피력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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