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변호사 살인혐의 50대, 범행 부인..."방송 인터뷰 '과장.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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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변호사 살인혐의 50대, 범행 부인..."방송 인터뷰 '과장.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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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신청은 '철회'...일반 재판 첫 공판 진행
피고인측 "'손 좀 봐줘야겠다' 지시, 살인 아닌 상해 취지"

22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과 관련해 살인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 측이 첫 재판에서 방송에서 했던 말을 번복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리플리증후군'이 있어 방송에서 과장 및 거짓으로 증언한 부분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리플리증후군이란 자신의 상상 속 허구를 사실이라고 믿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의학용어로는 '공상허언증'으로 불린다.

피고인측은 국민참여재판 신청도 철회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3일 살인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김모씨(55)에 대한 첫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김씨 측은 첫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으나, 이날 법정에서 철회의 뜻을 밝혔다.

검찰 측도 국민참여재판을 철회하고 일반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에 재판부는 양 측의 동의를 얻어 일반재판을 속행했다.

이날 공판은 검찰에 공소사실과 제출한 증거에 대해 변호인 측이 동의 여부를 밝히고, 검찰이 신청한 증인 11명에 대한 신문 기일을 나누는 것으로 진행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조직폭력배였던 김씨는 지난 1999년 8월쯤부터 누군가로부터 '골치 아픈 문제가 있어 이 변호사를 손 좀 봐줘야 겠다'는 말을 듣고 현금 3000만원을 받은 뒤 범행 실행자, 도구, 위해 정도 등을 위임받았다.

이에 김씨는 같은 조직원 ㄱ씨와 범행 과정을 모의하고, 2~3개월 간 이 변호사가 자주 가는 주점 및 음주 습관 등 생활패턴을 파악한 후 같은 해 11월 5일 오전 3시쯤 인적이 없는 틈에 이 변호사를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검찰은 범행에서 김모씨의 역할, 공범과의 관계, 범행방법, 범행도구 등에 비춰 '살인죄'의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했다.

이와 관련해 김씨 측은 검찰이 기소한 살인 혐의를 전면부인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목록 상당 수도 동의하지 않았다.

검찰이 주장한 '손 좀 봐줘야겠다'라는 지시는 상해에 가까운 것이지 이 변호사를 살해하라는 취지가 아니고 주장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김씨는 친구였던 손씨가 사망하기 전인 지난 2010년 8월쯤 손씨로부터 자신이 이 변호사를 살해했으며, 이 변호사의 유족측에게 사죄의 마음을 전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씨는 여러 방면으로 유족과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던 도중, 후배를 통해서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PD와 연락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PD가 김씨를 찾아와 '말로만 하면 유족이 믿지 않으니 직접 영상으로 보여주면 믿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인터뷰를 요청했고, 이에 응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 제작진이 악의적으로 내용을 왜곡해서 내보내는 바람에 결국 김씨가 이 사건 살인에 가담한 것으로 비춰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은 김씨가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어 인터뷰 과정에서 과장 또는 거짓말한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씨가 프로그램 제작 PD를 협박한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 측의 주장을 종합한 뒤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 11명에 대한 심문 일정 협의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협의를 거쳐 증인들을 범행 현장 관련 증인,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된 증인, 대검찰청 소속 조사관 등 세 그룹으로 나눠 오는 17일 오후 3시에 재판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한편 20여년간 미궁속 빠졌던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27일 방영된 한 방송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살인교사를 했다는 결정적 제보 증언이 나오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방송에서 자신을 폭력조직 '유탁파'의 조직원이었다고 소개한 김씨는 지난해 방송에서 이 변호사 살인교사와 관련한 내용을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폭력조직 두목의 지시를 받아 범행을 계획했고, 같은 조직원 중 한 명에게 시켜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방송이 나간 후 사건의 전면 재수사 필요성이 대두됐다. 경찰은 곧바로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4월 인터폴에 김씨에 대한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그러다가 지난 6월 23일 김씨가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로 적발돼, 국내로 송환되면서 사건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경찰은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당초 2014년 11월 4일로 만료됐지만, 김씨가 형사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지난 2014년 3월부터 13개월간 해외에 체류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2015년 12월까지로 연장된 것으로 판단했다. 

'형사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출국한 경우'에 해당해 공소시효가 연장되는 '기소중지'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소시효 연장 상태에서 2015년 7월 31일 시행된 일명 ‘태완이법(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이 적용됐다.
 
즉, 공소시효 폐지 시점까지 김씨가 해외에 출국하면서 공소시효가 연장됐고, 그 사이 시효가 폐지되면서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살인을 공모한 공범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연장․폐지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현재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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