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증인심문 "주변에 '정치적 사건 연루', '사람 죽였다'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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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증인심문 "주변에 '정치적 사건 연루', '사람 죽였다'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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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과 관련해 살인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신에게 허언증이 있다고 주장하며 살인교사 등 혐의를 부인한 가운데, 이와 대치되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또 피고인이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큰 정치적 사건에 연루됐다'거나 '사람을 죽였다'라고 발언했다는 증언들도 제기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8일 살인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김모씨(55)에 대한 세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조직폭력배였던 김씨는 지난 1999년 8월쯤부터 누군가로부터 '골치 아픈 문제가 있어 이승용 변호사를 손 좀 봐줘야 겠다'는 말을 듣고 공범 ㄱ씨와 범행을 공모, 그 해 11월 5일 새벽 3시 15분쯤 제주시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노상에서 흉기로 이 변호사의 상반신 등에 상해를 입혀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11월3일 열린 첫 재판에서 김씨는 방송에서 했던 말을 번복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본인에게 '리플리증후군'이 있어 방송에서 과장 및 거짓으로 발언한 부분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리플리증후군이란 자신의 상상 속 허구를 사실이라고 믿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의학용어로는 '공상허언증'으로 불린다.

그러나 검찰이 확인한 결과 김씨는 리플리증후군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검찰측 증인으로 나선 김씨의 지인들은 그에게 병적 증상이 없고, 스스로 변호사 살인사건에 연관돼 있다고 발언한 적 있다고 증언했다.

증인 ㄱ씨는 김씨가 "(범행을 실행한)조직원이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하면서, 자신이 외국에 나와 피해다니고 제주도에 거주하지 못하게 됐다고 이야기 했다"라며 "내가 '왜 제주도에 못 가느냐' 물었더니 '사고를 친 것이 있어서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기가 '정치쪽에 관련된 어마어마한 일이 있는데, 자기와 연관됐다. 자기가 언젠가는 밝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변호인이 피고인이 '변호사를 죽였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는지 묻자 ㄱ씨는 "이런 말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김씨가 병이 있다고 생각할만한 행동을 보인 적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거짓말이 병적인 증상으로 보이는가'라는 검사의 질문에도 "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그 사람은 자기가 살기 위해서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것이지 병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증인 ㄴ씨는 "지인이 '마카오에서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사람을 죽였다'고 이야기 했다"라며 "'제주도에서 변호사를 한명 죽이고 도망왔다'고 말해줬다"고 증언했다.

그는 "피해자 이름이 제 친구 이름과 같고, 나이도 제 나이랑 같았다"라며 "지인에게 들은 내용 그대로 방송에 제보했다"고 말했다.

ㄴ씨는 "김씨가 지인에게 '변호사를 죽였다'고 했다. 확실히 기억한다"라며 "제주도가 고향인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변호사 살인사건이 있고, 범인을 잡지 못했다고 해서 (김씨가)범인이겠지 싶었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 증인심문에서 ㄷ씨는 김씨가 조직원이 변호사를 살해했다고 이야기 했다고 들었고, 범행 도구는 칼을 잘아서 제작한 것이라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증인심문이 끝나고 재판부는 "이 사건은 증인 신문보다 진술 신빙성이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많은 지인분들이 와서 증언을 해주셨는데 검찰측 증인이고, 제입장에서는 한 때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었다"라며 "마카오에서 동거생활했던 비공개 증인이 이야기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친구가 자살을 한 당시여서 심적으로 힘든상황에서 많은 얘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찍어서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술과약에 의존한 상태였다"라며 증인들의 증언 내용이 신빙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한편 방송에서 자신을 폭력조직 '유탁파'의 조직원이었다고 소개한 김씨는 지난해 방송에서 이 변호사 살인교사와 관련한 내용을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폭력조직 두목의 지시를 받아 범행을 계획했고, 같은 조직원 중 한 명에게 시켜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방송이 나간 후 사건의 전면 재수사 필요성이 대두됐다. 경찰은 곧바로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4월 인터폴에 김씨에 대한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그러다가 지난 6월 23일 김씨가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로 적발돼, 국내로 송환됐다.

당초 경찰 수사 단계에서 김씨에게 살인교사 혐의가 적용됐으나, 검찰은 범행에서 김씨의 역할과 공범과의 관계, 범행방법, 범행도구 등에 비춰 '살인죄'의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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