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뒤집힌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금지' 판결...'적법' 결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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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뒤집힌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금지' 판결...'적법' 결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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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 제한 병원개설 허가조건, 1심 '위법'→ 항소심 '적법' 판결
"허가조건은 적법한 재량행위"...개설허가 취소 정당성 강화될 듯
녹지국제병원.

국내 영리병원 1호로 추진됐던 중국 녹지그룹의 녹지국제병원 논란과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가 병원개설 허가를 하면서 조건부로 제시한 '내국인 진료금지'는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심에서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제주도가 패소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적법하다는 제주도 승소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제주도가 지난해 병원 개설허가를 다시 취소하는 처분을 내린 결정의 정당성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행정부는 15일 오후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 취소청구 소송 선고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1심과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번 소송은 제주도가 지난 2018년 12월5일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하면서 '진료대상자를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하고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다'는 허가조건을 부가하면서 촉발됐다. 

녹지측은 이듬해 2월 이 허가조건이 재량행위를 벗어난 위법한 것으로, 의료법.응급의료법 진료거부 금지 규정에 위배되고, 비례원칙, 평등원칙, 신뢰보호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측의 이러한 주장을 수용하며 제주도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주체 등에 관해 특례를 정한 것 외에는 의료법을 준용하며 유사한 규정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조례 등 관련 규정이 정하는 요건에 합치하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허가해야 하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심 판결과 달리, 재량행위를 벗어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료법 및 응급처치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비례원칙.평등원칙.신뢰보호원칙에도 위배되지 않았다며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즉, 제주도의 허가조건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제자유구역특별법과 제주특별법의 의료기관 개설 규정을 외국인전용은 물론 내.외국인 대상 의료기관도 모두 가능한 것으로 해석했다.

재판부는 "해당 법률의 취지는 ‘외국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이 적정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선진외국병원을 유치함으로써 경제자유구역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일 뿐, 내국인 진료의 제한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거나 내국인 진료의 거부 행위를 용인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데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 따른 것은 아니다"고 해석했다.

이어 "종전에는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 대상을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으로 제한하던 것을 ‘내․외국인 대상 의료기관’까지 개설할 수 있도록 확대한 것"이라며 "따라서 '외국인전용 의료기관’ 또는 ‘내․외국인 대상 의료기관’의 개설허가가 모두 가능하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즉,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할 때 반드시 '내.외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외국인 전용으로 허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허가 조건은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서 정한 '진료거부 금지'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위반되지 않는다"면서 원고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15조 제1항, 응급의료법제6조 제2항에 의하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진료 또는 응급의료를 거부할 수 있다"면서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이 사건 허가조건이 부가되었으므로, 이 사건 병원이 내국인에 대한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내국인 진료금지 허가조건은 그 행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제주특별법상 ‘외국인전용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므로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된다"면서 '비례의 원칙'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설허가 당시 도지사가 내국인도 진료가 가능한 것처럼 했다가 허가조건을 제시하면서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수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도지사가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내국인도 외국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비싼 가격을 주면서 진료를 받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비롯하여 수회에 걸쳐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고, 제주도가 작성.배포한 홍보 자료에도 같은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도지사의 발언이나 홍보 자료의 주된 취지는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더라도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전체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라는 것으로서, 내국인 진료의 허용으로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여 내국인 진료를 반대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내국인 진료를 반드시 허용하겠다’는 취지로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또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 내국인 진료의 허용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고, 다수의 위원들이 내국인 진료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이후 숙의형 공론조사 절차 등이 추가로 진행되었다"며 "이 같은 절차가 진행된 경위에 비추어 보더라도, 당시 도지사가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의 심의 의견과 무관하게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겠다는 공적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결국 1심에서 패소했던 제주도는 이번 항소심에서 승소함으로써 녹지측과의 병원 개설허가 취소 처분을 둘러싼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앞서 이뤄진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제주도의 병원개설허가 처분 소송에서는 제주도가 최종 패소했다. 1심에서는 제주도의 개설허가 취소처분이 적법하다는 승소 판결이 나왔으나 항소심에서는 패소했다. 이 항소심 판결은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이례적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결정으로 확정됐다. 개설허가가 유효해진 것이다.
 
그러나 녹지측은 병원 건물 등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하면서 스스로 제주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조례에 따른 '허가 요건'을 저버렸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해 6월 청문절차를 거쳐 병원 개설 허가 취소를 다시 결정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내국인 진료금지 허가조건의 승소 판결은 제주도의 개설허가 취소 처분의 정당성을 한층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는 15일 항소심 승소 관련 입장을 내고, "제주도는 이후 판결문 내용 확인 후 소송대리인 및 법무 부서와 협의해 향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현재 진행중인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 취소처분 2차 취소 소송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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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판결 2023-02-15 22:13:55 | 175.***.***.190
영리병원 앞으로는 아예 못하게 싹을 잘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