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리병원 '2차 개설허가 취소'訴 원고패소, '건물매각'이 결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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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영리병원 '2차 개설허가 취소'訴 원고패소, '건물매각'이 결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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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 '기각'
재판부 "건물 매각 후 영업 위한 노력 없어...취소 정당"

국내 영리병원 1호로 추진됐던 중국 녹지그룹의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지난해 6월 내려진 두번째 개설허가 취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의 결정적인 이유는 '병원건물 매각'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는 지난 30일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의 선고 공판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6월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를 취소한데 따른 것이다. 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법적 다툼은 이번이 두번째다. 제주도는 지난해 녹지측의 병원 건물 등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함에 따라 개설허가를 취소했다.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녹지국제병원 건물과 토지의 소유권을 제3자인 국내법인(디아나서울)에 매도하면서 관련 법률 및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 비율 100분의 50 이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방사선장치 등 의료장비 및 설비도 모두 멸실했다. 허가요건을 상실한 것이다.

외국의료기관은 개설 허가 당시는 물론 개설 후에도 제주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 제17조 규정에 근거한 개설 허가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제주도는 이 규정을 근거로 해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허가 요건 미충족'으로 판단하고, 청문절차를 거쳐 다시 취소 처분을 했다.

하지만 녹지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 녹지측 "처분 사유는 행정의 잘못 때문...비례원칙 위반"

녹지측은 제주도의 취소 처분이 △외국인 투자 비율 100%로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며 △수익적 행정행위 취소를 제한하는 법리를 반하고 있고 △건물 등 을매각할 수 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며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녹지측은 △원고는 외국인 투자비율이 100%인 법인에 해당하므로, ‘외국인 투자비율 50%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고 △원고가 의료기관 개설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미합중국 화폐 500만 달러를 훨씬 초과하며 △원고가 이 사건 병원 건물 등을 매각한 사실 만으로 원고가 의료법 시행규칙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취소처분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취소처분의 근본적인 원인이 피고(제주도)의 잘못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공익은 전혀 없거나 미미한 반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은 막대해 취소(철회) 제한 법리에 반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녹지측은 "대법원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 가하는 제재는 그 의무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며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는 그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므로 취소 처분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녹지측은 "제주특별법 문언상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처분의 법적 성질은 재량행위에 해당하는데, 이번 처분은 오로지 법원 판결을 통해 이 사건 허가조건이 위법하다는 점이 최종 확정돼 영리법인의 외국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피고에게 쏠리는 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처분이라는 점에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특별법은 외국의료기관에 대해 제주특별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해는 의료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피고가 의료법상의 규정과는 달리 아무런 시정명령 없이, 그리고 덜 침익적인 수단에 대한 검토 없이 이 사건 개설허가를 곧바로 취소해 버린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 법원 "투자 조건은 충족했으나...시설기준.규격 등 취소사유 발생"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녹지측이 제시한 4가지 주장 중 첫번째인 투자비율에 대해서는 받아들였지만,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재판부는 "관련 조례에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하
는 외국법인의 외국인 투자비율이 100분의 50 이상일 것'을 조건으로 정하고 있고, 외국인투자 촉진법은 외국인 투자비율을 '외국인투자기업의 주식등에 대한 외국투자가 소유 주식등의 비율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며"따라서 원고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고, 위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을 이유로 이 사건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제주도는 녹지가 조례로 정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을 처분의 처분사유로 들고 있다"며 "원고가 병원 건물 등을 매도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과 의료장비를 모두 처분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조례에 따른 시설기준.규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녹지측은 '건물 등을 매각했다 하더라도, 이는 제주도의 위법한 행정행위로 인해 일시적으로 초래된 상황이고, 의료법에는 곧바로 개설허가를 취소하도록 하지 않고 시정을 명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하고 있는점 등을 고려하면 취소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면서도 "그러나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의 경우 제주특별법이 적용될 뿐, 의료법이 준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녹지측은 2021년 8월 이미 병원 건물을 매도해 2022년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줬고, 의료장비도 모두 처분해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개설허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 일시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녹지측은 취소처분이 취소되면 임차 내지 재매입 등을 통해 병원을 정상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녹지는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병원 건물을 다시 확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다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번 처분이 '수익적 행정행위 취소를 제한하는 법리를 반하고 있다'는 녹지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사건 처분에는 원고의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한 공익상의 필요를 긍정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정 시설기준을 갖추지 못한 의료기관의 개설허 가를 취소해 해당 의료기관에서의 의료행위를 방지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 보호 및 증진이라는 공익을 위해 필요한 처분"이라며 "막연한 영업 재개 가능성만으로 개설허가를 취소하지 않는다면, 원고가 향후 다시 시설기준을 갖추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경우 기존에 받은 이 사건 개설허가를 유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셈이 되고, 원고가 시설기준을 갖추지 못한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방치하는 셈이 된다"며 취소 처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건물 등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는 녹지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허가조건의 위법성을 다투기만 하면서 영업을 개시하지 않은 점 △허가조건 부과에 대한 취소처분 취소소송 확정 후 건물 등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하고 다시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이 사건 병원 건물 등 매각이 불가피한 임시적 조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부당하다'는 녹지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의료기관의 시설기준·규격을 갖추지 못하였고, 이 사건 병원을 다시 운영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 사건 처분과 같이 이 사건 개설허가를 취소하는 것 외에 다른 적절한 수단이나 원고의 사익을 보다 덜 침해하는 수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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