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인기 '오아시스 프로젝트', 제주 친환경 캠페인 '표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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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인기 '오아시스 프로젝트', 제주 친환경 캠페인 '표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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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환경단체가 수년 전 시작한 '지구별약수터' 컨셉.이용법 등 유사
제주 JAGA "시민단체 활동에 치명적...행정기관 시치미에 힘 빠져"
서울시 "해외 캠페인에서 착안...지구별약수터 전혀 몰랐다" 해명
ⓒ헤드라인제주
제주 환경단체 작은것이아름답다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구별약수터' 캠페인과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오아시스 프로젝트' 로고 ⓒ헤드라인제주

서울시가 최근 대대적인 홍보를 하며 지역 내 1000여 곳 이상의 매장에서 추진하고 있는 환경 프로젝트가, 제주 한 시민단체에서 수년 전부터 전개해오고 있는 캠페인과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제주 환경단체 '작은것이아름답다(JAGA)'는 지난 2019년부터 식당이나 카페 등 매장에 텀블러를 가져가면 식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지구별약수터'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서울시가 최근 타이틀, 컨셉, 내용, 홍보 등 다방면에서 이와 유사한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경아 JAGA 대표는 지역의 작은 시민단체가 힘겹게 이끌어 오고 있는 캠페인을 거대 행정기관이 시미치 떼고 무단으로 도용하고 있다며 여건이 어려운 소규모 환경단체 입장에서 힘이 빠지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서울시는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영국 리필 캠페인에서 착안해 추진한 것이고, 지구별약수터 관련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난처함을 표했다.

◇'텀블러 지참 시 식수 제공'...타이틀.컨셉.내용.홍보 모두 흡사  

제주지역 환경단체 JAGA가 지난 2019년 처음 시작한 '지구별약수터'는 노(NO) 플라스틱 캠페인으로, 약수터 협약을 맺은 카페에 텀블러를 갖고 가면 무료로 식수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민참여형 환경보호 프로젝트다. 

JAGA는 이 캠페인을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개인컵을 이용하는 이용자에게 물을 무료로 제공하는 착한 가게 지구별약수터. 목이 마를 때는 주변의 지구별 약수터를 검색하고 개인컵을 이용해 물을 받아가세요'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주도내 생수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시작됐으며, 현재 도내 100여 곳의 카페 및 식당이 JAGA와 약수터 협약을 맺고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전시, 울산시, 구미시 등 전국적으로 이 캠페인이 확대되고 있는데, 획기적인 기획력과 친환경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많은 이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별약수터'는 △지구별키즈 △약수터사잇길걷기 △약수터공연 △약수터플로깅 등의 캠페인으로 확장 운영되면서, 보다 다양하고 체계적인 환경운동으로 나아가고 있기도 하다.

논란이 된 건 이번 달 서울시에서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부터다.

서울시는 대대적인 홍보를 하며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를 포함한 지역 내 1000여 곳 이상의 매장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타이틀, 컨셉, 내용, 홍보 방식 등이 '지구별약수터'와 지나치게 흡사해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서울시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오아시스 프로젝트 안내문. ⓒ헤드라인제주

서울시는 홈페이지에 해당 프로젝트를 '서울시내 카페·식당을 도심 속 오아시스로 구축하여 텀블러를 가져오는 시민에게 음식, 음료 주문 없이도 무료로 식수를 제공하는 서울시의 지역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프로젝트 추진 배경과 이용방법이 '지구별약수터'와 매우 유사하다.

식수를 제공하는 매장의 수질검사를 하는 절차도, 약수터와 오아시스가 상기시키는 이미지도, 물방울 모양의 로고도, 구글맵을 활용해 매장을 찾는다는 점도, 가이드와 지켜야 할 매너에 대한 안내 사항까지 아주 미세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흡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각에서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풀뿌리 시민단체에서 오랜 시간 노력해 일궈온 결실을 거대 행정기관이 쉽게 앗아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경아 JAGA 대표 "거대 행정기관의 만행, 작은 시민단체 죽이는 일"

이경아 JAGA 대표는 서울시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으나 아주 짧은 답변만을 받았다며 거대 행정기관의 시치미와 무책임에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역 사회단체의 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만행을 멈추고 제대로 된 해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최근 서울을 방문했던 지인이 이러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줘 상황을 알게 됐다"며 "이후 기자, 사회적기업 대표, 문화기획자, 팀원들과 함께 체크해 보니 우리가 진행해 온 캠페인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캠페인 타이틀, 참여 매장 이름 컨셉, 로고 스티커를 주고 홍보에 도움이 되도록 해준다는 것, 위치를 알려주는 구글 맵, 리플렛 내 가이드 내용 등 모든 부분에서 유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 캠페인이 공익성을 갖고 있으나 사전 협의 없이 함부로 도용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와 같은 행위는 풀뿌리 시민단체들이 힘겹게 일궈온 것을 무시하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활동에도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전, 울산시 공무원들은 우리 캠페인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함께 진행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래서 흔쾌히 수락했고 서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자고 약속했다"며 "그러나 이와 상반되는 서울시의 이번 행동은 좀처럼 납득할 수가 없다"고 힐난했다.

지구별약수터에서 식수를 무료로 제공받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헤드라인제주

또한 "서울시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어느 캠페인을 참고했다는 아주 짧은 답변만 돌아왔다"며 "하지만 어떤 논의를 거쳐 세부적인 사안들을 마련했는지 설명해달라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을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구별약수터 캠페인은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수백개의 매장에 관련 내용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설득해 이룬 결실"이라면서 "또한 시민 특히,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진행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이들한테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씁쓸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담당공무원과 책임자는 이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협의를 통해 발전적인 해결이 이뤄지길 바라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 지적 재산권 침해 등 법적인 조치까지 강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 "영국 리필 캠페인에서 착안...지구별약수터 전혀 몰랐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해외에서 전개되고 있는 캠페인에서 착안한 것이라며 제주 '지구별약수터'는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이런 류의 캠페인은 흔하기도 하다며 절대 무단도용은 아니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해당 관계자는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올해 여름 폭염 대책 방안을 고민하다 2015년 영국에서 시작된 리필 캠페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추진하게 됐다"며 "제주의 지구별약수터 캠페인은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주쯤 공문으로 이의 제기가 와서 이때 처음으로 알게 됐다"며 "이런 종류의 캠페인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로고 같은 경우도 리필 캠페인에서 착안을 한 것이다. 그런데 표절이라고 하니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락을 하고 싶어도 보내온 공문에 연락처가 남겨있지 않아 얘기를 나눌 수 없었다"며 "협의를 해볼 의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아시스프로젝트도, 지구별약수터도 모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좋은 취지의 캠페인인데 이런 논란이 불거져서 안타깝다"며 "갈등이 잘 해결돼 두 사업 모두 번창했으면 한다"고 전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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