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45)본 윌리엄스의 푸른 옷소매 주제에 의한 환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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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45)본 윌리엄스의 푸른 옷소매 주제에 의한 환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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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계절은 서로 관련이 많다. 물론 음악 속에서나 또는 부제목으로 계절이나 절기를 달아 놓은 경우도 있지만 그것 보다는 듣는 사람이 주로 많이 들었던 계절과 더욱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본 윌리엄스의 푸른 옷소매 주제에 의한 환상곡은 분명 쌀쌀한 계절과 연관이 있다. 옷을 가볍게 입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코트를 꺼내 입는 계절, 거리마다 휘날리는 낙엽의 군상으로 마음 한 켠이 알게 모르게 시려오는 계절, 이런 늦가을에 어울리는 곡이 무얼까 생각하다 오래 전 항상 이때 쯤이면 흥얼거리며 듣던 곡을 하나 꺼내 보았다. 본 윌리엄스의 푸른 옷소매 주제에 의한 환상곡이다.

원어는 분명 녹색 옷소매(Fantasia on Greensleeves)인데 왜, 언제부터 푸른 옷소매라고 칭하게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녹색 또는 초록 보다는 ‘푸른’이라는 우리말 표현이 더욱 애잔한 느낌이 들고 곡과 어울려서 이렇게 불려내려 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은 이 곡을 들으면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는 느낌이 든다고 했을 정도로 겨울에 많이 들었던 음악이다. 심지어는 캐롤모음곡 시디에 이 곡이 수록되어 있으니 더 이상 푸른 옷소매 주제에 의한 환상곡과 겨울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곡이 되었다. 민요풍의 이 곡은 누구나 한 두번 들으면 허밍으로 흥얼거리게 되는 그리 어렵지 않은 주제의 음률로 영국민요에서 따 왔다.

그러면 영국은 고전음악계에서 얼마나 알려진 나라일까, 대영제국,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신사의 나라 등등 영국에 붙은 최고, 최상의 수식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또한 법, 정치, 경제 또는 문학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영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석학들도 보란듯이 많이 배출한 국가다. 그런데, 고전음악계보에 있어서는 유럽의 다른 나라, 이를테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심지어는 체코 등에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하위에 있는 나라임도 부정할 수 없다. 영국이 낳은 고전음악가는 기껏해야 헨리 퍼셀, 엘가 외에는 찾아 볼 수 없고 헨델도 독일인이었지만 후에 영국에 귀화해서 영국인이 된 작곡가다. 따라서 워낙 고전음악작곡가가 귀하다 보니 연주자까지 내세워서 고전음악가 반열에 올려놓은 사람도 있다. 영국의 장미라는 별명이 붙은 ‘재클린 뒤프레’가 그 좋은 예다.

이렇게 귀하디 귀한 영국 고전음악작곡가 중에 수위를 차지하는 사람이 또 한명 있다. 오늘 소개하는 본 윌리엄스(Ralph Vaughan Williams)다. 본 윌리엄스를 생각하면 헝가리의 코다이나 바르톡 또는 체코의 스메타나, 드보르작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 나라의 민요를 수집했던 음악가들이었고 소위 민족음악가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손색이 없는 작곡가들이다. 본 윌리엄스가 바로 그런 음악가다. 푸른 옷소매 주제에 의한 환상곡 역시 16세기 말, 엘리자베스 시대에 금광을 찾아다니던 사람들 사이에서 불려 내려오던 통속 민요였다. ‘구전민요’인 셈이다. 마치 우리의 아리랑 처럼 작자미상이지만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고 또 흥얼거리면서 민족의 애환과 기쁨(sorrow and joy)을 함께 했던 곡조가 바로 구전민요다. 구전민요에는 그 나름대로 설명이 달려있다. 16세기 말경 ‘푸른 소매의 옷’을 입은 바람기 있는 한 여인이 있었는데, 그 여인을 ‘그린 슬리브스’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고 그것이 다시 노래로 불리게 되어 지금의 민요로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이 곡은 1928년에 작곡한 ‘사랑에 빠진 존 경’이란 4막짜리 오페라의 간주곡으로 사용했는데 1934년 독립시켜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으로 편곡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40이 넘은 나이에 제1차 세계대전에 참여하기도 하고 남들은 한참 아방가르드 음악을 지향할 때 본인 만은 꿋꿋이 보수적 낭만주의를 고집해 온 본 윌리엄스다. 어머니 쪽 가계로는 종의 기원 저자인 찰스 다윈이 있을 정도로 훌륭한 전통을 지닌 집안에서 태어난 본 윌리엄스는 스물다섯에 결혼하고 신혼여행차 갔던 독일에서 막스 부르흐를 만나 그에세 사사받고 또 10년 후에는 프랑스로 건너가 라벨에게 사사받으며 그와 조우하기도 했던 작곡가다. 유명한 인용구는 라벨의 전기에 나와 있다 “그는 나의 악보를 베끼지 않았던 오직 한 사람이다” 라고. 했을 정도로 사사받으면서도 독립적으로 그의 길을 갔던 작곡가다. 그래서인지 그의 곡은 지극히 영국적이면서도 부르흐에게서 느낄 수 있는 명상적 신비가 오롯이 담겨져 있다.

이곡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곡, 그러나 들을수록 신비스러운 기운이 흐르는 곡, 푸른 옷소매 주제에 의한 환상곡이 새삼 다시 듣고 싶어지는 때다.

본 윌리엄스의 푸른 옷소매 주제에 의한 환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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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정은실 칼럼리스트
정은실 칼럼리스트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칼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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