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16)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 중 '라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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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16)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 중 '라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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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3인방 중 사제 출신인 비발디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 사람에게는 닉네임이 따라 다닌다.바흐를 음악의 아버지, 헨델을 음악의 어머니로 호칭하는데 둘 다 클래식 음악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고 또한 완성시킨 작곡가로 이러한 호칭이 적절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연이어 내려오는 고전시대, 낭만시대를 비롯해 현대음악에 이르까지 오늘 날의 클래식음악의 체계가 불투명했을 수도 있다.

바흐와 헨델은 동일해에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둘의 인생행로는 무척 판이했다. 바흐는 온 가족이 거의 음악가 출신으로 독일에만 머물며 평생을 음악에 전념하고 교회활동을 했었다. 그러나 바흐와는 달리 헨델의 아버지는 의사였고 헨델도 음악과는 관련없는 법학도의 길을 걸었으나 파이프올갠을 배우면서 음악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후 오페라 등 여러작품이 흥행을 이루면서 수입이 생기고 수입의 대부분을 피렌체, 로마, 나폴리 등 이태리를 돌아다니며 소위 상류사회에 알려진 음악가로 변모하게 된다. 이런 그의 행로를 보자면 결국 영국까지 알려져 43세에 영국으로 귀화해 영국시민권을 가지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일생을 마치고 영국귀족과 위인들만 묻히는 웨스트민스터사원에 묻히게 된다.

필자의 여고시절 음악선생님은 피아니스트면서 시인이셨다. 항상 주제음에다 당신이 지으신 시를 붙여서 우리로 하여금 노래하게 하셨는데 어느 날 제목도 알려주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불러보라고 툭하고 던지신 곡이 있었다. ‘포근하게…’로 시작되는 곡이었는데 잔잔하고 담백한 음률이 어찌나 마음에 남던지 노랫말 가사는 거의 잊어버리고 음률만 흥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 곡이 바로 헨델의 라르고였다.

우리에게 헨델의 라르고로 알려진 이 곡은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Serse)’ 또는 ‘크세르크세스(Xerxes)’의 1막 첫머리에 나오는 아리아다. 이 장면은 기원전 48년 그리스를 정복한 동방의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가 뜰에 나와 무성한 플라타너스 나무를 바라보며 노래하는 아리아로 ‘그리운 나무 그늘 옴브라 마이 푸(Ombra Mai Fu)’라는 성악곡인데 이를 기악곡으로 편곡한 곡을 ‘라르고(느리게)’라고 부르게 되었다. 헨델의 나이 53세에 작곡하여 1738년에 초연된 이 곡은 한동안 잊혀져 있다가 19세기 말에 다시 발견되어 알려지게 되었다. 특히 기악곡으로 편곡된 ‘라르고’는 일반적 의미의 ‘느리게’와는 다르게 헨델을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운 나무 그늘의 가사는 아래와 같다.

“내 사랑하는 나무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잎사귀여,
운명이 네게 친절히 미소 짓길, 천둥, 번개, 폭풍이
네 평화를 어지럽히지 않길, 바람이 너를 모욕하지 않길.
달콤하고 사랑스런 그대의 시원한 그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등 독주악기들이 앞다투어 헨델의 라르고를 연주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선호도는 다른 여타의 악기보다 전체를 아우르는 관현악의 연주가 일품이라고 느껴진다.

5분 남짓 되는 그다지 길지 않은 음율은 단순히 조용하게 감상하는 명상의 수준을 넘어서 종교적 엄숙함 마저 느껴진다. 복잡하게 얽혀진 도시생활에서 하루 일과를 다 마치고 집에 돌아와 듣는 헨델의 라르고가 마음 깊은 곳을 적시는 이유다. <정은실/ 칼럼니스트>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와 제휴를 맺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욕일보>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 중 .라르고(Largo- Ombra Mai Fu).
오페라 세르세 라르고(Largo- Ombra Mai 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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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br>
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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