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18) 에릭사티의 3개의 짐노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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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18) 에릭사티의 3개의 짐노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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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Montmartre) 거리에 간 적이 있다. 단순히 거리라는 표현보다는 길고 꼬불꼬불한 골목과 수많은 계단을 걸쳐 올라가는 언덕이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곳이다. 그래서 흔히들 몽마르트 언덕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올라가 보면 파리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아는 이 곳은 고흐와 르느와르를 비롯해서 피카소가 앉아서 주로 커피를 마셨던 카페도 있지만 무엇보다 카바레 ‘검은 고양이’가 있던 자리를 먼저 찾았다. 프랑스어로 검은 고양이를 뜻하는 르 샤 누와르(Le Chat Noir)캬바레는 몽마르트 구역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캬바레로 현재는 그 자리에 없고 물랑루즈 근처에 남아있다.

그 당시 카바레는 일종의 카페와 술집을 겸한 곳으로 문학, 음악 미술 등의 예술을 논하는 장소이며 가끔은 풍자적인 연극 공연도 이루어지고 또 한편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열띤 토론의 장이 열리기도 했던 곳이다. 다시 말해서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던 곳이다. 1887년 어느 날, 군대에서 막 제대한 20대의 젊은 피아니스트가 캬바레 검은 고양이에 나타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오늘 소개하려는 작곡가 에릭 사티다. 사티의 유명한 곡이 대부분 그가 검은 고양이에서 피아니스트로 일하면서 작곡되었다고 하니 그와 몽마르트의 인연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일 것이다.

평소에 무척 내성적인 성격의 소년이라고 알려진 사티는 군대에서도 부적격자로 내몰리고 파리음악원에서도 집중력없는 아이로 중간에 탈락이 되고 심지어는 불화가 많았던 가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부모의 손에서 키워진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평생 한 여인, 모델이며 화가였던 수잔 발라동을 연모하며 지냈던 사티의 곡, “난 당신을 원해요(Je Te Veux)”는 곡의 경쾌함과 단순미로 많은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곡이다. 그의 나이 10대에 교회의 올간 연주자에게 처음 피아노를 배우면서 중세음악 그레고리안 챤트에 눈을 뜨게 된다. 사티의 곡에 나타나는 외로움, 경건함, 숙연함, 신비함 등은 바로 이때 그가 배웠던 그레고리언 성가의 덕이다. 그의 선율을 드뷔시나 라벨 등 일반 인상주의의 음악과는 전혀 거리가 멀고 또한 기존해 내려오는 고전주의와도 그리 가깝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경건함 속에 숨겨진 자유분방한, 신비함 뒤에 느껴지는 안온함이다. 현재까지도 침대 커머셜에서 그의 곡을 대표곡으로 사용한 이유는 아마도 이 부분, 안온함과 포근함 때문일 것이다.

짐노페디아는 고대 스파르타 시대의 축제로 알몸의 소년들이 전쟁을 연상시키는 춤을 추고 스파르타의 후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고 하는데 사티는 여기에 착안해서 작곡하고 제목을 짐노페디라고 달았다. 의복이라는 형식을 다 벗어버리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상태에서 추는 춤, 그래서 사티의 친구 장 콕도 시인은 이 곡을 ‘벌거벗은 음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1.번. 느리고 비통하게(Lent et Douloureux)

2.번. 느리고 슬프게(Lent et Triste)

3.번. 느리고 장중하게(Lent et Grave)

3곡에 모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단어는 ‘느리게(Lent)’다. 그래서 연주의 속도도 느리다. 그런데 사티의 곡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아무리 느려도 전체가 10분에서 15분 정도면 끝나는 짧은 곡들이다. 첫 소절이 나오면 대부분 귀에 익은 음률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 것이다. 그런데 끝까지 천천히 음미하며 들어보시길 권한다. 짧은 곡이 주는 긴 여운은 때론 남 모르게 흐르는 눈물로, 때론 신께 가까이 가고 싶은 신앙심으로 승화되어 우리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카타르시스가 이뤄지는 순간이 그의 곡에 있다. <정은실/ 칼럼니스트>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와 제휴를 맺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욕일보>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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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br>
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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