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3) 정적과 팡파레의 하모니,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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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3) 정적과 팡파레의 하모니,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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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대표하는 많은 상징과 로고 중에 사과가 있다. 그래서 흔히들 뉴욕을 '빅애플'이라고 부르고 역으로 빅애플 로고가 그려진 상품을 접하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뉴욕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이 사과 한 알로 인해 운명이 달라진 사람이 더러 있다. 가깝게는 동시대를 살았던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를 들 수 있겠고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프리드리히 실러의 희곡에 등장하는 활의 명사수 윌리엄 텔을 꼽을 수 있다.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는 우리에게 세빌랴의 이발사로 잘 알려진 작곡가다. 어느 날 로시니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희곡을 읽고 크게 감동하여 4막 5장의 오페라를 작곡하게 되는데 이 오페라가 바로 윌리엄 텔이다. 줄거리는 윌리엄 텔이 아들과 함께 총독의 권위를 상징하는 모자를 걸어 둔 거리를 지나가다 모자에 경의를 표하지 않고 걸어갔고 그 이유로 붙잡혀 즉석에서 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 벌이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그것을 쏘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활의 명수인 윌리엄 텔이지만 초조한 마음으로 벌을 행하고 결국 윌리엄 텔은 사과를 명중시켜 떨어뜨리고 그 후 혁명을 일으켰다는 내용이다.

서곡의 의미는 주로 발레나 오페라가 시작되기 전에 연주되는 곡으로 무대에 막이 내려진 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음악을 통해 극 전체를 알려야 하니 당연히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곡이어야 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낯익은 서곡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예를 들어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베르디의 나부코 서곡,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러 서곡 등과 서곡이 본 오페라보다 더 유명한 주페의 경기병 서곡, 오늘 소개하는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등이 있다.

윌리엄 텔 서곡의 가장 큰 특징은 짧은 한 곡 안에 낭만, 비애, 고요, 정적 그리고 승리의 팡파르까지 모두 들어 있다는 점이다. 새벽-폭풍-정적-스위스 군대 행진의 4부분으로 구성된 곡의 처음 새벽은 잔잔한 첼로의 음률로 조용하고 아름답게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서 오케스트라의 음으로 정부의 폭정을 나타내는 바람과 비를 폭풍으로 묘사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악장은 3,4악장으로 오보에와 흡사한 잉글리쉬 호른의 독주나 플륫과의 협주로 정적으로 표시하는데 이 부분 또한 고혹적이다. 마지막에는 기상나팔 소리 같은 트럼펫의 독주로 승리를 이룬 스위스 군대의 행진을 알린다. 가장 유명한 악장으로 윌리엄 텔 서곡의 간판 역활을 톡톡히 하는 악장이고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함이 느껴지는 악장이다.

답답함이 느껴질 때, 뭔가 앞이 탁 트인 느낌을 느끼고 싶을 때, 인간의 희로애락을 다 담고 있는 윌리엄 텔 서곡을 추천한다. <정은실/ 칼럼니스트>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와 제휴를 맺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욕일보>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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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현재: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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