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 (7) 이민자의 정서를 담은 노스탈지아의 곡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B minor, o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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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 (7) 이민자의 정서를 담은 노스탈지아의 곡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B minor, o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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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 주는 강하고 활기찬 기운은 현재 뿐 아니라 일찌기 1800년대에 예술가들 사이에도 잘 알려져 있었다. 정치, 경제 뿐 아니라 미술, 음악 등에서도 외국이나 타지역 고전음악 작곡가들 중에 뉴욕에 뼈를 묻거나 자신의 청춘을 보냈던 작곡가들도 많이 있다.

체코의 작곡가 안톤 드보르작이 미국 뉴욕서 보냈던 기간은 고작 3년도 채 못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1892~1895)이지만 63세의 인생을 사는 동안 불멸의 역작 3곡을 작곡한 곳도 역시 뉴욕이다. ‘신세계교향곡’이란 부제목으로 더 유명한 교향곡 9번, 현악4중주의 진수인 현악4중주 12번 ‘아메리카’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첼로협주곡 b단조다. 보헤미안적 기질을 가진 드보르작은 그가 떠나온 나라와 전혀 다른 미국, 그것도 뉴욕이라는 ‘신세계’를 접하면서 많은 감동을 느꼈던 것 같다. 그 시절 특히 아메리카 원주민음악이나 흑인영가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음악에 자신이 떠나온 보헤미안 음률과 이들의 음률을 모두 첨가해 불멸의 역작을 만들기에 이른다.

뉴욕 네셔널 음악 컨서버토리 (National Conservatory of Music)학장으로 초청받아 뉴욕에 머물게 된 그는 주로 센트랄 파크의 벤치에 앉아서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면서 음악을 생각하곤 했다. 더우기 함선을 좋아하던 그는 허드슨 강이나 이스트 리버를 바라보며 배가 오고 갈 때마다 그가 떠나온 고향을 무척 그리워했다고 한다. 이런 고향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물씬 풍기는 곡이 바로 그의 첼로협주곡이다. 첼로소나타나 첼로와 다른 악기를 위한 곡들은 많지만 고전음악에서 유난히 흔치 않은 첼로협주곡은 모짜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어느 누구도 작곡하지 않았다. 콘체르토는 독주악기를 위해 오케스트라가 협연하는데 첼로라는 악기가 가진 낮고 깊은 음색 때문에 오케스트라가 협연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세계 3대 첼로협주곡을 들라 하면 하이든, 엘가와 함께 빠지지 않는 곡이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이다. 그외에 보케리니, 슈만, 랄로, 생상의 곡을 합쳐서 7대 첼로협주곡으로 호칭하기도 한다.

특히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은 영국의 장미로 알려진 첼리스트 잭클린 뒤프레로 인해 더욱 알려졌다. 다니엘 바렌보임과의 세기의 결혼을 시작으로 다발성경화증을 앓다가 42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여류 첼리스트는 엘가와 드보르작을 즐겨 연주했다. 그 시대의 작곡가인 브람스가 이 곡에 대해 남긴 평가가 있다. “이런 첼로 협주곡을 사람이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도 첼로 협주곡을 써 보는건데…”이 말은 브람스가 죽기 5개월 전 이 곡을 듣고 남긴 말이다. 뉴욕에서 `빅터 하바'라는 첼리스트의 연주에 감명을 받아 작곡한 이곡은 후에 체코 첼리스트 `하누스 비한'에게 증정되었다.

협주곡의 진수답게 전체 3악장으로 이루어진 이곡에는 협주곡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카덴차(Cadenza)’가 악장마다 요소요소에 들어있다. 고전음악시대에는 작곡가가 독주악기를 위해 일부러 비워 놓기도 했던 카덴차부분은 낭만주의로 넘어 오면서 시간도 없고 모든 연주자가 작곡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뿐 더러 지휘자와의 불협화음을 염려해 채워놓게 된 부분이다. 첼로협주곡 전 곡의 길이는 그리 짧지 않으므로 제대로 전 악장을 다 감상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 악장 씩 따로 떼어서 들어도 나름 대로 묘미가 있다. 1악장은 제1주제가 클라리넷으로 나온다. 무척 서정적인 선율로 점점 지나면서 첼로가 솔로로 연주하는 카덴차 부분에서 화려하게 그러나 절제의 미를 살려서 기교를 뽐낸다. 2악장은 명상의 미가 흐르는 종교적인 음률로 엄숙함과 함께 보헤미안적 노스탈지아가 짙게 풍긴다. 3악장에는 아메리카의 이국적 정취와 정열, 감성이 무곡풍과 어우러져 나오는 악장이다.

흔히들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을 말할 땐 1악장의 주제 선율을 이야기한다. 또한 전 악장 중에서 가장 드보르작다운 가풍이 풍기는 선율이기도 하다. 따라서 1악장의 주제 선율과 카텐차 부분을 자주 듣다보면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은실/ 칼럼니스트>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와 제휴를 맺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욕일보>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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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3악장
1악장
1악장
2악장
2악장
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현재: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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