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 (10) 군악대의 역동성과 이국적 색채의 조합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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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 (10) 군악대의 역동성과 이국적 색채의 조합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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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sonata no11, K331 3악장

예술 중에서 음악만큼 확실하게 기분을 고취시키고 사기를 북돋워주는 쟝르도 드물 것이다. 이는 전쟁을 생각하면 좀 더 분명해진다. 흔히들 고전음악은 격조있고 분위기 있는 음악이라고만 알고 있지만 의외로 전시에 작곡한 음악이 많은 걸 알게되면 이 생각은 조금 바뀌게 된다. 심지어는 차이코프스키의 1812 서곡처럼 고전음악 안에 대포소리를 삽입한 곡도 있다.

미국의 작곡가 중에서 ‘행진곡의 왕’이란 별명이 붙은 존 필립 수자는 ‘성조기여 영원하라’’워싱턴 포스트 마치’ 등을 비롯해 행사시 들을 수 있는 많은 행진곡을 작곡한 인물이다. 행진곡 등을 들으면 절로 흥이 나고 어깨가 들썩거리게 되는 역동성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전쟁시 아군의 사기를 높이는 도구로서의 음악은 절대적이었을 것이다. 기록된 문헌 중 세계 최초의 군악대는 오스만 제국(Ottoman Empire 1299~1922)의 메흐테르(Mehter)다. 메흐테르 군악대의 음악은 리듬, 형식, 악기 편성 등이 유럽 음악과는 많이 달랐고 팀파니와 비슷하게 생긴 큰북과 타악기를 주로 쓰면서 다이나믹하고 힘찬 소리를 만들어냈다. 메흐테르 군악대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위협적인 음악은 오스만 터키가 유럽을 침공했을 당시 유럽인들에게 두고두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 따라서 메흐테르 군악대의 음악이 거의 100년이 지난 18세기 후반~19세기 초에 걸쳐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유럽에 퍼져 폭넓게 유행했고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터키 스타일을 모방하는 붐이 일어났다.

`터키 행진곡'이란 이름이 붙은 곡은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말고도 더러 있다. 베토벤의 극음악 ‘아테네의 폐허'의 4번째 곡이 터키 행진곡으로 군악대의 장면을 묘사했고 또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의 제3악장도 당시 유럽에서 유행했던 터키풍의 선율을 그렸으며 모차르트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피'도 터키의 이국적인 매력이 바탕이 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은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에서 1783년 작곡한 곡으로 터키풍의 론도로 되어 있는 마지막 제3악장 `터키 풍으로(Alla Turca)' 때문에 `터키 행진곡'으로 부르게 되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소나타는 현재 악보가 현존하지 않는 4개의 소나타(열살에 작곡한)를 제외하고는 총 18곡으로 간주한다. 잘 짜여진 베토벤의 32곡 피아노소나타에 비교해 볼 때 덜 알려진 게 사실이지만 모차르트 곡 만큼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칭송받고 가까이 다가가기에 무리가 없는 곡도 드물 것이다.

필자에게는 피아노를 전공하신 막내이모가 있다. 일찌기 피아노학원을 운영하셨던 이모와는 나이 차이도 아홉살 밖에 안 나고 서로가 음악을 좋았했기 때문에 단짝 친구같은 관계였다.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을 처음 접했던 곳도 이모의 피아노학원이다. 후에 책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여고시절, 필자로서는 의문이 많았던 곡이다. 모차르트는 터키군악대와 동시대 사람도 아닌데 100년이나 지난 후에 작곡한 의도며 한때 적국인 오스만 제국의 음률을 가져다 사용한 이유 등 의문이 많았던 곡이다. 그렇다. 모방과 창조, 예술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복고풍의 패션과 레트로(Retro) 음악이 유행하고 클래식과 팝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등의 새로운 영역이 생겨나듯이 그 시절 유행했던 터키스타일은 모차르트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 복고풍이었다. 심지어는 오스만 터키가 후퇴할 때 미처 가져가지 못한 화려한 장신구들까지 오스트리아 빈의 사람들에게는 호기심 어린 물건이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피아노소나타 11번은 꼭 3악장 뿐 아니라 1악장부터가 단순하고 감미로운 음률이다. 독일민요에서 멜로디를 따 왔다고 알려진 1악장은 느리고 우아하게 (Andante Grazioso)라는 단어답게 누가 들어도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익숙함이 묻어나는 악장이다. 2악장의 미뉴에트를 거쳐 3악장에 이르면 시작부터 빠른 속도의 타악기 두드리는 듯한 건반음이 들린다. 1악장이 어루 만지는 느낌이라면 3악장은 두드리는 연타의 느낌으로 무척 대조적이다. 이국적인 매력과 하고 싶은 기량을 다 발휘한 듯한 자신감과 당당함이 묻어있는 악장이다.

전 악장을 다 들어도 이십여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소나타다. 그 중에서 3악장은 4분 정도에 해당하는 작지만 귀한 소품같은 곡이다. 오스만제국의 메흐테르 군악대를 생각하면서 들으면 더욱 귀에 와서 닿는 곡이다. 시간이 허락되면 우아한 단순미가 물씬 풍기는 1악장과 비교하면서 들어보시길 권한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은실/ 칼럼니스트>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와 제휴를 맺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욕일보>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큐알(QR)코드

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에서는 음악을 바로 들으실 수 있도록 큐알(QR)코드가 함께 게재됩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QR코드를 인식하고 화면에 나타나는 주소를 클릭하면 유튜브로 연결되고 플 레이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재생됩니다. 

모차르트 피아노소나타 11번 3악장 '터키풍으로'
모차르트 피아노소나타 11번 3악장 '터키풍으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전악장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전악장

 

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현재: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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