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5)새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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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5)새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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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제임스 본드와 본드 걸이 등장하는 007시리즈는 70년대 영화관의 전유물이었다. 손이 닿기만 하면 저절로 문이 열리고 때로는 문이 돌아가기도 한다. 어디 이뿐인가,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불사조처럼 영원히 죽지 않을 뿐 아니라 그가 장착한 신무기들은 그 당시엔 듣도 보도 못한 것이어서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었다.

그러나 불과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아무도 자동문이나 회전문 등을 보면서 신기해하거나 찬사를 보내는 이는 없다. 언젠가 한국에 다니러 가서 문을 못 열어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접촉하지 않고 그저 손바닥을 펴 보이면 나오는 문 앞의 번호판을 연신 누르려고 땀을 뻘뻘 흘렸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 우리가 맞을 10년은 지금껏 지나온 10년과는 다를 것이라고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를 뿐 아니라 가속이 붙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3년을 거의 비대면의 상태로 지내면서 그동안 빠른 속도로 진보한 과학이 성큼 우리 생활에 적용되었다. 꿈도 꾸어보지 못한 재택근무니 줌 강의, 줌 미팅이 우리의 일상이 되면서 지구 끝에 있는 사람들과도 쉽게 만남의 장을 갖게 된 것이다.

문득 언젠가 보았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생각난다. 감독은 1968년도에 앞으로 33년 후에 맞을 2001년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던 것 같다. 아서 클라크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소설보다는 영화로 만들면서 더욱 유명해진 작품이다. 특히 음향효과나 음악 선택에 있어서 엿보이는 감독의 의도는 야심 차다. 여기서 인용한 배경음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서곡으로 인해 이젠 모든 부분의 신기원을 알리는 예고의 표시로 이 음악을 삽입한다. 누구라도 들으면 이제 곧 새로운 일이 생길 것 같고, 새로운 기기의 출현이 예상되고 심지어는 새로운 날이 도래할 것 같은 설렘을 주기 때문이다. 커머셜에서 자동차나 전자제품의 신형을 소개하는데 단골 메뉴로 사용하는 곡이다. 음악의 짧은 서주 한 부분이 이 정도의 공적을 쌓는다는 건 대단한 업적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유명한 니체의 철학 서적이다. 여기서 니체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들을 고대 페르시아의 예언자며 조로아스터교(배화교)의 창시자인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어 대신하고 있다. 니체 하면 떠오르는 많은 아포리즘 적인 문장들, 이를테면 ‘신은 죽었다’, 가장 이상적인 인간의 형태를 ‘위버멘쉬’라 칭하고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 또는 영혼 회귀설 등 니체가 부르짖는 많은 사상이 총망라된 서적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어느 날 이 책을 읽고 깊게 감동된 나머지 곡을 쓰기에 몰입한다. 그래서 탄생한 곡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교향시다.

심포닉 포임(symphonic poem) 또는 톤 포임(tone poem)로 불리는 교향시는 이름 그대로 교향곡적인 시다. 프란츠 리스트가 13주제로 된 단악장 그의 곡, ‘타소’에 교향시라는 이름을 명명하면서 처음 사용하게 된 곡 형태로 고전적 교향곡과는 다르게 제목이 붙은 표제음악이다. 시의 형태이므로 단악장에 여러 개의 표제가 붙었고 내용 면에서도 시나 소설 같은 문학작품이나 전설 또는 환상적인 민속 이야기 등을 주제로 한다. 특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돈 후안, 돈키호테 등과 함께 많은 교향시를 작곡했고 드뷔시의 바다나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 또는 국민악파에 속하는 무소르그스키, 림스키코르사코프, 시벨리우스 등도 교향시를 작곡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서주 부분이 잘 알려진 게 사실이다. 시작부터 트럼펫이 등장하고 조금 후엔 팀파니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시작된다. 무척 강렬한 시작임에 틀림없다. 한번 들으면 절대로 잊어 버려지지 않는 음률이다. 2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서주다. 시간이 허락하면 전체를 한번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33분 정도 되는 교향시니까 각 부제당 길이가 3-4 분 정도 되는 셈이다. 끝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부제, 춤의 노래(The Dance Song)만 8분 정도 되고 나머지 부제의 길이는 거의 비슷하다. 서주, 1.세계 너머의 세계를 믿는 자들에 대해, 2.위대한 동경에 대해, 3.환희와 열정에 대해, 4.무덤의 노래, 5.학문에 대해, 6.치유되고 있는 자, 7.춤의 노래, 8..밤 산책자의 노래로 구성되어 있다.

2024년, 새롭게 시작될 새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손색이 없다. 우리 앞에 펼쳐질 새해는 어떤 날 들일지 설렘을 안고 시작해 보자. 건강한 긍정의 인간상 ‘위버맨쉬 화이팅’을 외치면서. <정은실/ 칼럼니스트>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와 제휴를 맺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욕일보>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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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서주' (왼쪽),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전체 곡*오른쪽)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서주' (왼쪽),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전체 곡*오른쪽)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현재: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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