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11)봄의 전령사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No.5 Op.24 '봄(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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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11)봄의 전령사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No.5 Op.24 '봄(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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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오는 봄이 올해는 유난히 부산스럽다. 지난 삼년 팬데믹 기간 동안 봄은 미안한듯 슬며시 왔었다. 꽃도 피는듯 하다가 지고 뉴욕 근교의 수목원이나 식물원 등에서는 때마침 공사중인 곳이 많았다. 이에 질세라 우크라이나 등 지구 촌 곳곳에선 싸움이 끊이질 않았고 우리 곁에 왔던 봄은 언제 갔는 줄 모르게 사라져갔다. 그러다 맞은 2024년의 봄은 다채롭다. 한인사회 곳곳에서 음악회가 열리고 그동안 비대면으로 만났던 갈라모임이나 동문회 등으로 연회장은 새롭게 단장하고 손님맞기에 분주하다.

꽃 중에서 개나리나 수선화 등을 봄의 전령사라 한다면 클래식 음악에서 봄의 전령사는 단연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이다. 봄을 주제로 작곡한 음악가들은 베토벤 말고도 비발디, 하이든, 차이코프스키, 멘델스존, 요한스트라우스, 스트라빈스키 등 수없이 많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수려한 아름다움과 나른한 봄 기운이 완연히 느껴지는 곡은 그리 많지 않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은 몇 안되는 수려한 곡 중 하나이다. 베토벤의 작품 중 현악4중주를 제외하고 바이올린을 위한 곡은 다른 쟝르의 곡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세계3대 바이올린 협주곡에 속하는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 한 곡과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로망스가 두 곡 있고 나머지는 바이올린 소나타다.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모두 열 곡으로 그 중에서 잘 알려진 두 곡을 들라하면 5번 ‘봄(Spring)’과 9번 ‘크로이처(Kreutzer)’소나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흐 등 바로크 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면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의 역할은 부유한 귀족들이나 왕이나 백작 등 높은 직위를 가진 정치가들의 하수인이나 고용인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본인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명령이나 부탁을 가장한 그들의 힘에 의해서 그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악이 많이 작곡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토벤대에 와서야 이런 경향이 누그러지고 동등한 입장이나 우정을 나누는 친구의 입장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는 시대의 흐름도 있겠지만 많은 부분 베토벤의 직설적이고 곧은 성격이 한 몫했을 것이다. 훗날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된 피아노삼중주 대공이나 피아노소나타 고별 등에서 보여지는 루돌프 대공과의 끈끈한 인간관계는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역시 베토벤의 가장 큰 후원자 중의 한 사람인 모리즈 폰 프리즈 백작에게 헌정되었다.

소나타는 주로 3악장으로 구성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봄 소나타는 4악장이다. 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환희, 희망, 신선함으로 가득 찬 곡으로 1악장의 시작부터가 옥구슬이 또르르 굴러가듯 청명한 음률이다. 소나타는 보통 피아노 반주의 시작으로 독주악기가 따라 나오는데 반해 이 곡은 시작부터 바이올린 독주로 주제를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바장조의 감미로운 멜로디는 새싹이 움트는 파릇파릇한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악장으로 봄 소나타를 대표하는 악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악장에 들어서면서 나른한 기운이 흐르는 명상적인 음률의 느린 악장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번갈아 다른 변주의 주제음을 연주한다. 많은 고전음악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악장으로 종교적 색채마저 느껴지는 수려한 악장으로 어찌보면 실 아지랑이가 흐느적 거리며 누워있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는 악장이다. 1분 정도에 해당하는 3악장은 스케르초로 쾌활한 리듬이 흐른다. 마지막 4악장 또한 잘 알려진 악장이다. 베토벤 특유의 유머 기질이 다분히 나타나는 마지막 악장은 론도형식으로 활달하고 생기있는 봄으로 다시 돌아가는 악장이다. 1악장이 널리 알려진 악장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호감도는 4악장에서 느끼지는 봄의 기운이 가장 강한 느낌이 든다.

2024년의 봄은 조금 다른 의미로 맞고싶다. 여태껏 지나온 봄이 아닌, 앞으로 도래할 그 어떤 봄도 아닌, 올해만이 느낄 수 있는 봄, 지금 이 시간, 내가 서 있는 바로 이곳이 가장 소중한 이유다. <정은실/ 칼럼니스트>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와 제휴를 맺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욕일보>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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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1악장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1악장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전악장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전악장

 

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현재: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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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2024-03-26 06:30:17 | 1.***.***.83
기다려집니다.
봄 봄 봄
다음엔, 어떤 음악을~^^^

요익행 2024-03-21 06:45:23 | 122.***.***.65
봄 이 왔지만 내 마음의 봄은 아직 멀기만 했는데
오늘 베토벤에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1악장 듣고
경쾌한 리듬 속에 마음에 봄꽃이 살곰살곰 피어오른다
몇번 반복 듣기에 밝은아침 창문을열어 져치고 싶어 진다 경쾌함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멀리서 정은실샘 매주 선곡 참 좋아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