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21) 브람스의 헝가리언 무곡 1번과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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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21) 브람스의 헝가리언 무곡 1번과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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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독일의 3B(바흐, 베토벤, 브람스)중 한 명인 브람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혹시 우리는 그 사람의 인물됨이나 작품보다는 소문 등의 뒷얘기로 인물을 평가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본다. 슈만의 제자였던 브람스, 이로 인해 알게 된 슈만의 부인 클라라, 그리고 독신으로 평생을 지내며 죽기까지 클라라만을 연모하며 살았던 브람스다. 심지어는 슈만의 죽음 후 그가 남긴 자녀까지 돌보며 클라라 곁을 지켰던 브람스를 우리는 진정한 플라토닉 러브의 대명사로 손꼽는다. 또한 프랑스와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아시나요’를 통해 그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브람스에 대해 거의 언급이 없는 이 소설을 읽으며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브람스를 아시나요’에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는 얼핏 보면 통속적일 수 있는데 그안에 숨겨진 사랑 저 편에 있는 외로움의 편린들은 단순히 통속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깊다. 인간이 만든 시간이라는 굴레는 자로 잴 수도, 컵에 담을 수도 없지만 교묘하게 인간들은 인생의 특정한 시간 속에 사랑을 가두어 버린다. 그럼에도 열 네살 연하남 시몽의 폴에 대한 열정만큼은 순간일지언정 결코 가두어 질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브람스의 열정은 깊이 꼭꼭 감추어진 열정이다. 작가는 열 네살 같은 나이 차이의 브람스와 클라라를 내내 염두에 두고 글을 썼고 그래서 제목을 정할 때도 브람스를 아시나요라고 극구 주장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몽이 콘서트를 함께 가자고 폴에게 쪽지를 보낼때 제목을 나타내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쓴 짧은 한 귀절의 의미는 결코 짧지 않다.

한참 클래식 음악에 푹 빠져있던 이 십대 초, 친구의 소개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던 고전음악감상회에서 필자는 처음 브람스를 만났다. 단순히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던 브람스의 곡들을 한곡한곡 각기 다른 필하모니의 연주로 듣고 비평하는 가운데 그가 가진 내면의 고독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경험을 했다. 그 때문인지 항상 브람스는 필자에게 고독과 외로움으로 먼저 다가온다. 그리고 허무가 진하게 묻어나는 그의 사랑에 가슴 한켠이 시려온다. 브람스의 심포니 4곡 모두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고 비극적 서곡이나 대학축전 서곡 등 그의 관현악곡의 수려함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그외에도 수많은 실내악곡들이 있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진 곡으로는 브람스의 자장가와 헝가리언 무곡을 빼놓을 수 없다. 단순한 음률의 자장가는 각 나라에서 가사를 붙여 동요로도 널리 알려진 곡이고 영화나 커머셜에 주 메뉴로 등장하는 헝가리언 무곡5번 역시 톡톡히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헝가리언 무곡은 모두 21곡으로 브람스의 완전한 창작물은 아니다. 제목에서 나왔듯이 헝가리 짚시들의 민속음악을 편곡한 것이 대부분이고 21곡 중 11,14,16번 만 그의 창작물로 알려져 있다. 원래 피아노 연탄곡으로 작곡한 헝가리언 무곡은 브람스가 헝가리언 바이올리니스트 에드와르도 레메니와 연주여행을 다니면서 그의 집시풍 연주 스타일을 접하고 이때부터 헝가리 민요를 채보하게 되었다. 훗날 드보르작이 슬라브무곡을 작곡하는데 계기가 된 헝가리언 무곡은 지금은 피아노 뿐 아니라 관현악 등 여러 악기로 연주되고 있는 곡이다.

강한 짚시풍의 흐느낌이 그들의 애환과 어우러져 곳곳에 묻어나는 헝가리언 무곡,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1번과 5번을 들으면서 브람스만이 가졌을 고독과 허무의 깊이를 가늠해본다. 역시 진정한 사랑은 외로움을 동반하는 거, 맞다. <정은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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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언 무곡 1번
헝가리언 무곡 1번

 

 

 

 

 

헝가리언 무곡 5번
헝가리언 무곡 5번

 

 

 

 

정은실 칼럼니스트<br>
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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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순연 2024-08-28 19:13:13 | 122.***.***.65
정신적이며 관념적인 사랑
브람스를 아시나요.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 곡
8월 끝자락에 고독과 허무의 깊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곡
헝가리 무곡 1번 고독과 허무
헝가리 무곡 5번 익숙한 곡이다.
86p 책 다시 읽고 음악감상
무작정 듣기보다는 책으로 바 코드로 이렇게 새롭게 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