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사랑하는 3대 클래식 음악에는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과 더불어 비발디의 사계가 꼽힌다. 그 많고 많은 클래식 곡 중 형식을 갖춘 교향곡이나 협주곡 또는 단일악기를 위한 소나타가 아닌 비발디의 사계를 꼽는다는 건 어쩌면 좀 의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비발디의 사계의 선율이 한국인에게 잘 와서 닿았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발디의 사계는 어느 계절의 곡을 막론하고 톡톡히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곡이다. 유명세의 정도는 커머셜 뮤직이나 심지어는 발라드 풍의 유행가에 삽입할 정도로 알려진 곡이다. 이무지치의 연주가 워낙 유명해서 현악4중주 곡으로 알고 있는 사계는 원래는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작곡된 곡이다. 특히 각 계절마다 앞에 붙은 소네트는 작자미상이지만 이로 인해 표제음악의 대명사가 된 비발디의 사계는 항상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연주회의 단골메뉴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비발디의 사계 중 어느 계절의 곡이 가장 유명한지는 사실 대답하기 곤란하다. 그러나 선율의 활동성과 다이나믹한 템포, 악장마다 갖는 뚜렷한 특징으로 인해 대중에게 사랑받는 곡은 아무래도 여름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는 바이올린 하나로 천둥 번개치는 소리, 뻐꾸기 소리 등의 새소리꺼지 자세히 표현해 놓은 곡이다.
알려진 대로 안토니오 비발디는 사제 출신이다. 그러나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진중하고 근엄한 사제가 아니라 하기 싫은 사제 역활을 억지로 했던 게으른 사제였다고 한다. 그후 바이올린교사로 고아원에 취직이 되면서 사제보다는 음악에 더 전념했던 사람이다. 한참 유명세를 타고 잘나가던 비발디는 거의 말년에는 오페라 연주 공연 투자에 실패하면서 실의에 빠지고 결국 지병인 천식이 악화되면서 63세의 나이에 객사한다. 한때는 유명세를 떨쳤던 대작곡가였지만 결국 그의 유해는 이장되는 과정에서 분실되어 현재까지도 행방을 알 수 없다. 사망 후 비발디는 한동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사람으로 존재하다가 200여 년이 넘은 후에야 바흐가 편곡한 비발디의 곡이 나오면서 알려지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그의 음악이 주목받기 시작한다.
비발디의 사계는 비발디가 1725년에 작곡한 바이올린협주곡으로 작품번호 Op8, No 1-4로 그의 바이올린협주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이다. 원래는 열 두곡이 포함된 ‘화성과 창의의 시도’의 일부였는데 그 중에서도 사계절을 잘 묘사한 처음 4곡이 종종 연주되면서 ‘사계;로 불리게 되었다. 각 악장마다 계절에 맞게 소네트가 붙어 있고 여름 악장에도 아래와 같은 소네트가 붙어 있다. 제1악장.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면 타는 듯 뜨거운 태양아래 사람도 양도 모두 지쳐버린다. 느닷없이 북풍이 휘몰아치고 둘레는 불안에 휩싸인다” 제2악장. “요란한 더위에 겁을 먹은 양치기들은 어쩔줄 모르며 시원한 옷을 입으면서 따뜻한 음식을 먹는다” 제3악장. “하늘을 두쪽으로 가르는 무서운 번갯불. 그 뒤를 우레소리가 따르면 우박이 쏟아진다. 잘 익어가는 곡식이 회초리를 맞은 듯 쓰러진다”
특히 3악장의 천둥소리와 우박이 떨어지는 소리는 많은 커머셜에서 들을 수 있는 선율로 여름을 나타내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참외 향기 그윽한 여름, 하루종일 들퍼붓던 장마철의 여름 등, 각자가 기억하는 여름을 상기하면서 듣는 비발디의 사계, 여름이 우리에게 유년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다.
*바발디의 곡에는 뒤에 Op대신에 RV가 붙는다. 이는 덴마크의 음악학자 피터 리옴이 비발디의 곡을 정리하면서 그의 이름을 따서 리욤 목록 (Ryom-Verzeichnis, 약자 RV)을 붙이게 되었다. <정은실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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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