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19) 파가니니의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Op3 No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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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19) 파가니니의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Op3 No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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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곡가나 화가 또는 문인등 예술인들 중 당대에는 빛을 못보고 후에 널리 알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이로 인해 그의 작품이 높이 평가되고 사람들의 호감도가 더해지게 된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모든 예술가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어떤 예술가는 훌륭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어떤 여유인지 대대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가느다란 점으로만 각인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니콜로 파가니니도 이런 부류의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우리에게 알려진 파가니니는 어떤 작곡가인가, 바이올린의 귀재 또는 영혼을 악마에게 판 음악가, 신출귀몰의 바이올리니스트, 심지어는 바이올린 테크닉에 능한 자 등의 대명사가 따라 다니는 사람이다. 위키피디아 역시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의 바이올리니스면서 작곡가로만 되어 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파가니니란 이름이 붙은 많은 곡들을 고전음악에서 접하면서 다시 한번 놀란다. 이를 테면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또는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등 낭만주의의 궤를 이루는 리스트,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등의 작곡가의 곡에서 볼 수 있다. 도대체 파가니니가 어떤 작곡가이길래 이토록 많은 음악가들이 그의 선율을 모티브로 변주곡을 작곡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파가니니가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으로 이어지는 고전주의 시대 작곡가라는 사실은 또 한번 우리를 놀라게 한다. 왜냐하면 그의 곡들은 고전주의에서 흔히 보여지는 형식을 갖춘 교향곡, 협주곡 보다는 모음곡이나 변주곡 심지어는 고전음악의 범주에서 약간은 열외인 기타라는 악기까지 동원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남긴 곡 들중에서 바이올린 협주곡은 원래 6곡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1번과 2번 두 곡만 남아있고 그외에 바이올린 소나타와 24개의 카프리스 그리고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기타독주곡 100여곡이 알려져 있다. 리스트, 브람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귀를 자극시켰던 그의 선율은 카프리스 24번이고, 특히 리스트의 곡으로 알려진 라 캄파넬라는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에서 가져온 선율로 리스트 역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려는 곡은 이미 다 알려진 라 캄파넬라나 변주곡 24번이 아니고 고전음악에서는 살짝 옆으로 제쳐 놓았던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다. 기타와 바이올린 2중주의 화음은 어떠할가, 과연 잘 맞을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의 기타곡은 주로 1805년에서 1808년 사이에 작곡된 것들이 많은데 이 시기는 그가 피렌체 농원의 주인인 미망인과 애정도피행각으로 은둔해 있던 시기여서 인지 로맨틱한 감성과 아련한 아쉬움이 듬뿍 묻어나는 곡들이다. 일설에 의하면 그는 기타소나타나 기타 이중주 등의 곡들을 주로 사적인 자리에서 연주했다고 알려져 있고 그럴때는 자신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당시의 기타 명인 루이지 레냐니의 기타연주로 했다고 한다. 그외에도 알려져 있지 않은 많은 곡들 중 기타와 협연하는 곡들까지 합치면 거의 100여 곡이상이 된다고 하니 그의 기타 사랑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는 그가 보여준 바이올린의 고난이 기교들,피치카토나 더블 스토핑 등은 기타 연주법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많다고까지 알려져 있다. 마치 숨겨 놓은 애인같은 그의 기타 사랑은 그가 한 말, “바이올린은 나의 여주인이요, 기타는 나의 주인이다”라는 대목에서 잘 알 수 있다.

지나칠 정도로 훨훨 나는 듯한 바이올린 연주와 고난도의 테크닉, 평소에 기인같은 그의 외모나 행동에서 나타난 도박, 술, 그리고 여자에 빠진 방탕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음에서 조차 종교의식을 거부했던 파가니니에 대해 보통의 사람들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파가니니를 대표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은 역시 비르투오소(Virtuoso)’일 것이다. ‘악마’의 젊잖은 표현 외에도 연주의 대가나 거장을 의미하는 비르투오소는 어원 자체가 ‘덕(virtue)’에서 나온어휘로 덕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비록 냉소적 은둔자였고,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를 가진 그였지만 가난한 지인이나 작곡가에게 선뜻 자신의 모든 물질을 내어주었던 파가니니는 진정한 비르투오소였다.

그가 사랑하는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작품번호 3번은 모두 6곡을 담고 있고 그 중에 제일 마지막 6번째 곡은 언젠가 티비에서 방영되었던 한국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곡으로도 알려진 곡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 기인 작곡가,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자신의 전부를 온전히 음악에 투영시켰던 맑은 영혼의 예술가를 상상하면서 들어보시길 권한다. <정은실/ 칼럼니스트>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와 제휴를 맺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욕일보>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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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니니의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Op3  No6
파가니니의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Op3 No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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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br>
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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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2024-07-30 16:40:43 | 223.***.***.11
정은실작가님의 클래식 해설을 재미나게 읽습니다.
덕분에 멀게 느껴지던 클래식이 왠지 더 친숙해지고 듣고싶다는 생각도 든답니다.
꾸준히 글 올리시는 뒷심과 열정,대단하셔요^^
감사합니다.

소공녀 2024-07-19 06:31:56 | 1.***.***.83
긴 장마에 작가닝의 보내신 음악을 들으며 오늘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