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됐으나...학교 현장 '인권침해' 여전히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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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됐으나...학교 현장 '인권침해' 여전히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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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고등학교 인권실태 조사 결과..."교사로부터 폭언" 58%
졸업생.인권단체 "폭언.학습권 침해.성희롱 빈번...진상조사 해야"
학교측 "자체 조사후 재발방지 노력...조사결과 일부 의도된 편향성 있어"
제주ㄱ고등학교 졸업생들과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이 15일 오전 도교육청 앞에서 ㄱ고등학교 학생인권침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교육청에 이의 사례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ㄱ고등학교 졸업생들과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이 15일 오전 도교육청 앞에서 ㄱ고등학교 학생인권침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교육청에 이의 사례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지 1년이 지나고 있으나, 학교 현장의 인권침해 사례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내 한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인권실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폭언'과 같은 인권침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는 성희롱과 물리적 체벌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단체 등에서는 제주도교육청에 즉각적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제주시 지역에 소재한 ㄱ고등학교 졸업생들과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은 15일 오전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ㄱ고등학교에서 있었던 학생인권침해 사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ㄱ고등학교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에 관한 기초조사'는 제주학생인권조례TF와 제주평화인권소 왓이 지난 1월27일부터 30일까지 2022학년도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졸업생 347명 중 87명이 응답을 했고, 이를 샘플로 해 응답 분석이 이뤄졌다.

이의 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학교 내에서 나타난 인권침해 유형은 크게 7가지였다. 

폭언, 학습권 침해, 성희롱, 학생들의 항의에 대한 학교 측 대응, 방역수칙 혹은 학교규칙 위반,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물리적 체벌 등이다.

이중 '폭언'의 비중이 가장 많았다. 학교 생활 중 교사로부터 폭언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7.5%는 "있다"고 답했다. 42.5%는 "없다"고 답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폭언의 내용은 '너네가 이렇게 시끄러운 건 니네 부모가 잘못 가르쳐서다', '너네가 이러니까 이 모양이다. 학교를 망치는 건 너네다',  '앞으로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 휴게 시간마다 돌아다니거나 노는 모습을 보면 뒤진다' 등 모욕적인 언사가 주를 이뤘다.

또 '여학생들은 남학생들보다 공부를 못 한다', '머리 빈 x들', '이런 것들을 x라고 한다. 미친x' 등 여성차별적이거나 학생 개개인을 차별하는 폭언도 상당수 차지했다.

이처럼 폭언은 주로 여성 차별적이었으며, 학업 성적을 공개하는 등 개별 학생들에게 모욕적인 상황을 만들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양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폭언의 내용에서는 직접적 욕설 외에, 비하 등으로 인식한 경험도 포함돼 있다.

'내신 등성적이 잘 나온 것은 학원때문이다', '내신 등급 낮은 애도 ○○대 쓰나 봐요?', 또 입시 상담 중 '넌 어차피 안 될 거야 그러니까 내가 하라는 대로 해' 등의 사례다.

교사로부터 학습권을 침해받은 사례도 10명 중 3명 나왔다. 학교 생활 중 교육권을 방해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29.9%는 "있다"고 답했고, 70.1%는 "없다"고 했다.

학습권 침해의 주요 사례를 보면, '모의고사 중 학생의 답을 지적하는 행위', '선생님이 무단으로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일', '한창 자소서를 쓰고 입시를 준비할 시기에 우리 반과 관련 없는 교과 선생님이 직접 교실에 들어와서 본교무실에 너무 찾아가지 말라고 한 일' 등이 제시됐다.

일부 교사이기는 하지만, 불성실한 수업 준비와 비계획적인 수업 진행으로 학생들의 학습을 방해하는 사례도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이번 응답자 중 19.5%는 협박, 체벌,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경험을 언급한 응답자는 9명(10.3%)이었는데, '상담시 갑자기 다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음', '교무실에서 상담할때 어깨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음' 등의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학교에 항의하더라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항의한 결과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는 응답비율은 5.7%에 불과했다. 18.6%는 '피해 학생을 달래고 무마했다'고 답했고, 7.1%는 오히려 피해학생을 나무라고 불이익을 줬다고 했다. 35.7%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단체들과, 해당학교 졸업생 등은 "학교는 아직 어리고 미성숙하다는 등의 이유로 학생이 받은 피해들을 무마하고 조용히 넘어가려고 한다"면서 "교사는 학생들의 미래 진로에 관한 여러 가지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문제는 그러한 권한을 통해 학생들을 통제하려고 하고 무마한 행위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학생들은 본인이 받은 피해에 대해 학교에 항의하는 것조차 꺼리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올해 졸업생들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례가 이 정도이고, 교사들이 같은 학교에 오래 근무하는 해당학교 특성상, 재학생과 그 전 졸업생이 받은 피해 사례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청에서 철저하게 감시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이런 피해를 받는 학생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교육청은 이번 사례가 대단히 관행적이고 광범위한 학교내 인권침해 사안임을 인식하고 인권의 관점에서 사건을 명확하게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또 "조사를 할 때에는 객관성과 사실성을 확보할 수 있는 외부 전문 인력을 참여시켜라"며 "아울러 피해 학생들을 특정 및 협박과 같은 2차 가해가 교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며 "조사를 통해 밝혀진 학생 피해에 대한 개선 대책과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제주ㄱ고등학교 졸업생들과 인권단체. ⓒ헤드라인제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제주ㄱ고등학교 졸업생들과 인권단체. ⓒ헤드라인제주

 
◇학교측 "자체 조사후 재발방지 노력...조사결과 일부 의도된 편향성 있어"

이번 ㄱ고등학교의 인권침해 사례와 관련해, 학교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번 일과 관련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동문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이번 보고서에 언급된 사안에 대해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교 측은 "한 가지 유감인 것은, 이번 설문 보고서나 성명서가 다분히 의도된 편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설문은 올해 졸업생 347명 중 87명이 응답했고, 그 중 항목에 따라 문제가 있다고 대답한 학생은 9명에서 50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 가장 빈도가 많은 것이 폭언이었는데. 이 빈도수는 교사 수가 아니라 한 두 명의 교사가 했던 언사의 합계"라면서 "그것을 마치 모든 교사가 그러는 것처럼 과장해서 표현한 점, 객관적 수치보다 감정적인 자유응답을 부각시킴으로써 통계와는 관계없이 거의 모든 학생의 생각처럼 호도하고 있는 점도 객관적이지 못하고 매우 자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문제를 먼저 학교에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민주적인 절차"라면서 "학생회가 할 일인데, 한번도 공식적으로 거론된 적이 없이 한 학생회 임원이 졸업 후 학우들에게 개인적인 상처에 대한 하소연과 설문조사를 함께 병행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학교측은 "학생을 진정으로 아끼고 교육에 열정을 바치는 대다수 선생님들이 이번 일로 한꺼번에 매도돼 가슴이 아프다"며 "극소수 일부 선생님들 때문에 상처받은 학생도 피해자이지만, 아무 잘못 없이 열심히 살아온 선생님들도 피해자다. 단 한 명의 그런 교사가 있어도 우리 모두가 감내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찢어지는 자괴감을 안은 채 이 사태를 보고 있다"고 했다.

◇학생은 교육청에 피해 사실 알렸다는데, 교육청 "들어본 바 없다"

교육청 당국의 관련 내용을 인지하면서도 소극적으로 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 학교 졸업생은 "학교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몇몇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제주도교육청에 피해사실을 알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교육청 관계자는 "들어본 바 없다. 기자회견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보가 덜 되어서 (인권침해사례) 신고가 안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면서 "해당 학교에 대해 실제 인권침해 사례를 전체적으로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피해 학생들이 노출돼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면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인권연수와 컨설팅을 상시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ㄱ고등학교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제주도교육청이 이와 관련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ㄱ고등학교 인권침해 사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제주도교육청이 이와 관련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한편, 제주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지 1년이 더 지난 시점에서, 제주 교육당국은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학생인권교육센터, 학생인권참여위원회, 학생인권심의위원회 등 다양한 기구들을 설립하고 정책들을 마련했지만, 수동적인 활동에 그치면서 학교 현장을 실태를 정확하게 보지 못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학생인권조례를 반영한 인권친화적 학생생활규정 예시안 보급 및 컨설팅, 학교 관리자 및 학생생활업무 담당 교사 대상 인권연수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학교인권교육센터'는 개소하고 본격적으로 운영한지 반 년이나 지났지만, 이번 ㄱ고등학교 인권침해 사건이 센터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1호 사건이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관계자는 <헤드라인제주>와의 통화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 ㄱ고등학교 사건"이라면서 "실제 학교 현장 곳곳에서는 학생인권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도교육청의 빈틈없는 진상조사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하며, 조사를 통해 밝혀진 학생 피해에 대한 개선 대책과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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