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문제를 생각할 때면 조병화 시인의 대표작 의자가 생각난다.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
......
후배를 위하여 후학을 위하여 자기가 지켜온 직업과 사회적 역할을 후배(후학)에게 물려 주고 싶어하는 하는 것이 미덕인가? 하던 일을 후배에게 물려주고 후배들이 생산한 소득을 나누어 갖는 것이 과연 미덕인가? 의문을 던져 본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동물의 우두머리는 늙어서 육체적 힘이 약해지면 지도자의 역할은 약화되고, 생산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연적으로 소멸된다. 이에 반하여 인간 세상에서는 선택 받은 어떤 사람은 자기가 쌓아온 명성과 부를 가지고 육체가 약해져도 그 위력을 발휘하면서 살게 된다. 지금 미국에서 이러한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70대 후반의 두 노인, TRUMP와 BIDEN이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예정이 아닌가? 하지만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년의 장벽에 직면하여 하던 일을 중단하고 비자발적으로 생산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오래 전에 미국에 체류할 때 은퇴를 앞둔 한국인 미국 대학교수와 교수의 정년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분 말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정년제도는 나이차별(age discrimination) 금지에 저촉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실행될 수 없다고 하셨다.
실제 미국의 경우 연방공무원 그리고 연방법원 판사 등은 종신재직이 가능하고, 대학교수의 경우에도 종신 재직권한(tenure)을 받을 경우 종신 재직이 가능하다. 이러한 제도(종신 재직)의 전제 조건은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에 교수직 정년을 하신 분들과 종종 만나 저녁을 같이 하면서 대화를 해 보면, 어떤 분은 현직에 있는 나보다 정신이 밝은 것을 알 수 있다. 정년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생산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KDI 연구보고서(2020년 5월)에 의하면, 민간사업체에서 정년 연장의 예상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고령층(55∼60세) 고용은 약 0.6명 증가한 반면, 청년층(15∼29세) 고용은 약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KDI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현 상태에서 정년의 연장이 청년층의 고용을 감소시키는 경제적 폐해를 암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문제는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저 출산의 영향으로 생산가능 인구(15-64세)가 감소하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인구 비중이 2018년 14.3%, 2030년 24.3%, 2060년에는 40.1%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는 2017년 3757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하여 2027년에는 3508만 명, 그리고 2067년에는 1784만 명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생산가능 인력이 감소되는 상황에서 국책연구원인 KDI가 정년 연장의 경제적 폐해(?)를 암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타당한 연구인가 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KDI는 국책연구원으로써 이러한 연구를 지양하고, 인구 고령화 현상이 아주 급속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에서 소외되어 ‘경제적 궁핍상태’에 들어가는 노인(?)들에게 경제적 안전 망을 어떻게 구축해야 되는 지에 관한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연구를 해야 되지 않나 싶다.
기본적으로 나이 차별에 기인한 정년제도에 반대한다. 사람마다 지적 능력도 다르지만 체력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건강이 좋지 않아 젊어서 요절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100살이 넘어도 정신을 또렷하게 유지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일할 의사가 있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제도적으로 차단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경제는 코로나 바이러스(CORONO VIRUS)로 인하여 경제가 불황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실업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미국의 경우, 4000만 명이 실직을 했고, 바이러스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상당 수의 사람들은 (약 40%(?)의 실직자들) 영구적으로 이 전의 직업에 복귀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실직자들 또는 정년제도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노동력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JOB TRAINING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년연장을 폐기하는 것보다는, 직업을 찾지 못한 청년들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JOB TRAINING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지금 졸업 예정인 대학생일 경우, 직업을 찾지 못할 경우에 그들이 취업이 잘 되는 다른 전공을 1-2년 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청년실업을 방치할 수 없는 이유는 이것을 방치했을 경우, 이들의 노동력이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사장되어 경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직업을 찾지 못한 청년은 궁핍한 생활을 면치 못하고 인간성의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은 현재 노동력이 부족하여 외국 노동자들을 수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생들도 일본에서 직업을 찾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교 학령 인구는 2017년 이후 매년 10만 명 이상씩 감소하고 있고, 대학 진학률이 2008년 83.8%에서 2018년에는 69.7%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진행된다면 우리나라도 4-5년 후에는 일본처럼 외국에서 대학 졸업 인력을 수용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노동력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생산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일을 할 수 있는 건강이 주어지는 한, 생산활동을 하는 것이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김진옥 /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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