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교수같은 사회, 학생이 학생같은 사회를 갈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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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교수같은 사회, 학생이 학생같은 사회를 갈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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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의 시선: 삶과 경제] (6) 대학의 사명과 개혁
김진옥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헤드라인제주
김진옥 /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헤드라인제주

지난 30년간 몸담았던 대학 강단을 올 8월 말에 떠난다. 한 번 숨을 길게 쉰 것 같은데 은퇴가 벼락같이 다가왔다. 지금까지 인생의 반을 기대어 살아왔던 대학을 떠나면서, 대학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들지만 용기를 내어 평상시에 생각한 것을 밝혀보고자 한다.

대학의 사명은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봉사이다. 이것이 대학 교수의 업적평가 항목으로 나타나 있다. 이 세가지 항목을 가지고 대학교육의 질적 개혁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먼저 교육 면에서 살펴보자. 교육의 대상이 되는 학부 신입생의 선발에 관하여 먼저 살펴보겠다. 필자가 미국에서 대학원 공부를 했고, 미국 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를 가지고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이러한 견해의 피력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미국의 경우 고등학교 학력의 학생이 입학하고자 하는 대학교를 선택할 때 일반적으로 학과를 특정하지 않는다. 학과 또는 전공 선택의 자유가 학생에게 전적으로 주어져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대학 수능성적에 따라 적성 불문하고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대학의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보면, 자기가 선택하고 전공하고자 하는 학문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 공부를 시작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적성에 맞지도 않은 것을 하다 보니 소중한 시간을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에게 학과 또는 전공선택권을 돌려주자. 학교 또는 정부가 학과별로 학생을 선발하는 후진성을 탈피하자. 이러한 제도는 특정 학과 교수들의 철 밥그릇을 지켜주는 것밖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전공을 하기 위한 기조적 소양을 위한 훈련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필자의 전공인 경제학을 학부에서 전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대학 2-3학년 수준의 수학과 통계학 그리고 컴퓨터과학의 지식이 필수적인데, 학생들이 이것들을 이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학 필수 과목과 선택과목을 이수하고 있다. 이것은 기초가 불량한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흡사하다. 현재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되는 상태에서 미국의 명문대학들은 경제학부의 경우, 학부에서 컴퓨터과학과 수학 그리고 경제학을 동일한 비중으로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훈련시키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학생들이 유연하게 적응토록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여러 개의 전공을 할 것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2-3개 이상의 전공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전공 필수 또는 선택과목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수업시간표를 학생의 입장에서 마련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여러 개를 전공하고 싶어도 과목 간 시간표가 겹쳐 어려움이 발생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수업시간표를 교수의 입장이 아닌 학생의 입장에서 마련할 필요가 절실하다.

학생들이 여러 개의 전공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신입사원 선발에서, 단수 전공보다 여러 개의 전공을 한 학생들을 우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서 관리직 사원을 선발할 경우 전자공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한 학생을 우대하는 것이다. 필자가 30년 전에 대학 강단에 서면서 경제학 또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복수 전공을 할 것을 권장하였다. 건설 또는 토목 회사에 진출하고 싶은 학생은 토목 또는 건축공학을 복수전공하고, 전자 회사에 가고 싶은 학생은 전자 전기 공학을 복수전공하라고….

교수의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보자. 이것을 논하기 전에, 고백하건대 필자는 연구 어젠다(AGENDA)를 가지고 연구한 학자는 아니다. 단지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경제학이라고 하는 학문을 따라잡기 위하여 노력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학문의 길로 가기 위해서 대학원을 간다면 대학원을 가기 전에 평생 연구 어젠다가 미리 짜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교수 또는 학자의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원과정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수의 소위 명문대학을 제외하고는 박사학위를 배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의 전공인 경제학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 경제학과의 경우 교수 요원이 10명 미만이다. 이러한 인적 자원을 가지고 학부와 석사 그리고 박사과정을 운영한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대학원과정이 제대로 운영될 수가 없고, 학부과정의 교육조차도 부실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하나? 하나의 방법은 수준이 엇비슷한 대학들이 연합하여 대학원 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것은 영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 다수의 지방대학들이 연합하여 공동으로 박사학위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와 같은 원격교육(DISTANCE LEARNING)이 가능한 상태에서 충분히 가능한 대안이 된다.

교수 또는 연구자의 연구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구 인센티브를 합리적으로 고안할 필요가 있다. 각 전공분야별로 세분화하여 경쟁을 시키고, 연구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저널에 출판하는 것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연구의 양보다는 질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위해서는 교수요원을 대학원 교육을 담당하는 연구 전임 교수와 학부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 전임 교수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는 우리나라보다 시장경제체제를 훨씬 늦게 받아들인 중국에서도 시행하는 제도이다.

교수의 사회참여를 생각해보자.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교수 타이틀을 갖는 것이 쉬운 것이 사실이다. 실력이 있거나 없거나 일단 교수가 되면, 별다른 사고가 없는 한 정교수(FULL PROFESSOR)가 될 수 있는 것이 대학의 현실이다. 질이 좋은 논문을 쓰지 않아도 교수직을 유질 할 수 있으니, 논문을 쓸 능력이 없거나 흥미가 없는 교수들은 정치 참여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형태로 사회참여를 하게 된다. 더욱더 우스운 것은 대학원에서 학문적 강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고위 관료들이 대학의 석좌교수로 취임하는 것이다.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수들이 관변에서 공무원들이 기안하는 정책 페이퍼를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아예 교육과 연구를 등한시하고 정치에 참여하여 정치인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정부가 발주하는 정책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정치참여를 위하여 호구지책의 일환으로 대학사회에 위장 취업한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대학교수 사회의 물을 흐리고 있다. 대학 교수들이 사회 참여를 해야 한다면, 대학교수들이 연구한 가치를 사회와 합리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교수가 정부관리들의 하청업자인가? 교수가 정치인들의 선거 브로커인가? 교수가 교수같은 사회, 학생이 학생같은 사회를 갈망하면서….<김진옥 /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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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2020-08-28 17:18:33 | 112.***.***.26
벌써 은퇴를 하시는군요 좀 아쉽긴하네요 그래도 강기춘 교수님이랑 두분이서 실력은 갖고계신분인데요 언제 기회가되면 소주한잔 하시게요 교수님

Abc 2020-08-13 10:06:02 | 211.***.***.23
김교수님께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이왕 쓰실거면 다음에는 정치인 뒤꽁무니나 따라다니는 전임 총장들에 대해서 일갈 부탁올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2020-08-13 09:40:52 | 122.***.***.96
교수님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사회 정의와 공정이 바로 서려면 대학에서부터 원칙과 질서가 있어야죠.

촌철살인 2020-08-13 09:38:30 | 211.***.***.251
현직교수가 대학실상을 가감없이 짚는 비판적 사고에 존경을 표합니다. 거기다 대안까지. 폴리페서들이 수두룩한 현실속에서 진정한 학자로서의 소명의식이라고 할까. 교수님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