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옥의 시선: 삶과 경제] (21) 시장과 국가, 왜 정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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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옥의 시선: 삶과 경제] (21) 시장과 국가, 왜 정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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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한 대선후보가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지어야지 왜 정부가 책임지느냐”라고 말하면서 “다만 뒤에 쳐지는 국민에 대한 책임, 이건 국가가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라고 부연하고 있다. 이 주장의 방점은 부연 설명한 부분에 있지 않다. 그의 주장은 국가보다는 개인이 경제의 주체이고, 개인이 자기의 경제행위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거래 당사자들 간의 경제행위가 제삼자(Third Party)에게 미치는 악영향까지 내부화하는(Internalizing) 것 까지를 함축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내부화한다는 것은 자기의 경제행위가 제삼자에게 폐해를 끼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제삼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사적 자본과 경제적 자유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큰 정부를 지양하고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를 지향한다. 야당 대선주자들은 사회보장을 최소화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개인과 기업에 최대한의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고, 정부의 역할을 치안이나 국방 등에 국한하여 최소화하자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업과 사람들에게 경제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 사적 재산권을 보장하고 당사자들 간에 맺은 계약을 실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체계를 옹호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고소득자, 자산가의 세금을 감면시켜주고 기업의 법인세를 낮추자고 주장한다. 이것을 통하여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면 경제는 완전 고용을 달성할 수 있어 모든 사람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에 관한 역사적 데이터는 이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전 대통령 트럼프의 법인세율 감소 정책은 투자를 활성화하지 못하였고 소득과 부의 불평등만 확대하였다.

보수적 경제학자 또는 정치가들이 주창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는 다른 경제체제 즉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비교할 때,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이점(利點)이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체제는 많은 결함을 그 자체에 내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개선하지 못하고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 등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확산하고 있고, 자본주의를 수용하면서 사회주의(중국식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중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경제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디지털 기술산업으로 급격하게 진화하면서 거대 기술기업들(Big Tech Firms)이 등장하였고, 지난 40여 년 동안 세계 경제의 교역이 증가하면서 생산 사슬(Production Chain)과 유통망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 온 대규모의 다국적 기업이 출현한 데에 있다.

거대 기술기업 또는 다국적 기업들의 특성은 다른 기업들에 비교하여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러한 거대기업들의 약진으로, 저숙련 노동자들보다는 고숙련 노동자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따라서 저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체된 데 반하여 고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은 급격하게 증가하여, 노동집단 간에 임금의 불평등이 증폭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은 대기업 임금의 60%에 달한다. 이것의 근본 원인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자들 간의 임금 격차는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는 부의 불평등을 일으켰다.

기술발전과 교역의 확대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등장한 거대기업들은 급격하게 신장하는 시장을 선점하고 독점하여, 독과점적 이윤을 과도하게 취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물론 이러한 부의 창출은 거대기업을 소유하거나 주식을 보유한 자본가들의 부를 비대칭적으로 증가시켰다. 예를 들어 미국의 Apple의 주가 총액은 2조 달러가 넘고 미국의 빅텍 기업들(Microsoft, Amazon, Facebook, APPLE, Google, Tesla)의 주가 총액은 미국 주가 총액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현재 미국의 상위 1%에 속하는 부자들이 차지하는 부는 미국 전체의 19.3%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다국적 기업인 삼성전자의 수출액은 우리나라 전 수출액의 약 20%를 차지하고 삼성전자의 주가 총액은 지난 3월 20일 기준 코스피200 전체 시가총액의 34.85%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 수준은 일본의 1/3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가치를 소유한 부호(Super Rich)의 수가 8명으로 일본의 7명보다 많다.

위에 열거한 예는 세계교역이 확대되고 고숙련 노동 친화적인 기술의 진보가 일어나는 상태에서는 정부가 개입하진 않는 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소득과 부의 비상식적인 불평등을 증폭시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이것을 교정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부자들이 지배하는 금권주의(Plutocracy)로 갈 수밖에 없고, 다수의 서민은 부자의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성의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필자가 지역 인터넷신문 <헤드라인제주>에 연재를 통해 누누이 강조했듯이 공룡화되고 있는 인터넷기업들의 독과점과 재벌화를 규제하고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집단 즉 재벌을 해체하여 시장을 경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노동자들의 교섭력을 증진하기 위하여 기업 내 노동조합의 결성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고 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과도한 임금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적 노동배분 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즉 독일처럼 중소기업에서 하는 일이 대기업에서 하는 일과 유사한 경우에는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완화된 복지국가의 실현은 세제 개혁이 없이 불가능하다. 이것을 위해서 누진 소득세제를 강화하고 자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GDP에서 자본가가 차지하는 몫은 37%이다. 우리나라와 소득이 엇비슷한(대미 균형환율로 평가한) 일본의 경우 31.3%이다. 이 데이터는 우리나라의 자본가들이 일본이 경우보다 더 많은 몫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것은 대미 명목환율로 평가한 일본의 GDP가 우리나라의 3배 이상인데, 10억 달러 이상의 부(Wealth)를 가진 대부호의 숫자가 일본보다 많다는 사실의 근원이기도 하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이상주의자들인 정치인들에게 묻는다. 위에 열거한 상황이 정상적인 상황인가? 이 시대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면서 소득과 부의 과도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이를 위하여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즉 지금은 작은 정부를 지양하고 보다 큰 정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정부가 민첩하고(Smart) 효율적인 것을 전제로.

개인이든, 기업인이든, 정치인이든, 공무원이든, 누구든지 간에 그의 경제행위의 목적은 인센티브 기제(Incentive Mechanism)가 주어진 상태에서 사익(私益)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행동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공무원 신분에서 유력 정치인으로 변신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공직에 있을 때, 정치계로 진출하기 위하여 공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사익과 자기가 속한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들이 추구하는 정치는 사회적 공익이 아니고, 그들의 공동 운명체인 기득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일부 보수언론이 여론을 교묘하게 조작하고 선동하고 부채질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고 착용하고 있는 공정과 상식, 그리고 법치주의의 갑옷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위한 사익추구 행위를 감추고 그럴듯하게 치장하기 위한 옷으로 보일 뿐이다. 왜 그럴까? <김진옥 /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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