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 새해 예산안은 세출 부문에서 511억원(일반회계 502억원, 특별회계 9억원)을 감액하고, 이를 또 다른 지역현안 사업 등에 증액하는 것으로 손질돼 제주도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소폭(2.1%) 늘어난 7조 2104억원 규모로 확정 편성됐다.

제주도의회는 이날 오후 4시 제422회 정례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을 거쳐 올라온 제주도 2024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상정해 예결위에서 수정한 안대로 가결 처리했다.

본회의는 당초 오후 2시 열릴 예정이었으나 예결위 계수조정안을 놓고 진통이 이어지면 늦어졌다.

제주도는 국세 감소 등의 여파로 지방세수 감소 등 열악한 재정상황 속에서 초긴축적으로 편성된 예산임을 강조하면서 500억원대의 증액예산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한때 긴장 기류가 흘렀다.

그러나 본회의 직전 열린 예결위 회의에서 허문정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이 증액예산에 대해 "동의한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예산안은 도의회 수정안대로 의결됐다.

이어진 본회의에서도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증액예산 동의여부를 묻자, "동의한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예산안 의결 직후 인사말을 통해 "오늘 의결해 주신 새해 예산은 민생 복지와 경제 혁신, 나아가 제주의 미래를 밝게 빛내는 소중한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라며 "목적과 취지에 맞춰 바르고, 투명하게 도민의 더 큰 도약을 위한 '디딤돌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 도의회에서 감액된 주요 사업은?

예결위에서 조정된 내용을 보면, 일반회계에서는 △설문대할망전시관 외부 진입로 포장공사 5억 원, 통합관제센터 △CCTV 전용 회선 요금 5억 원 등 총 502억 원을 감액했다.

수소트램 도입 관련 예산이 전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수소트램 홍보영상 제작 5000만원은 물론, 제주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및 예비타당성 조사 지원 용역 7억원도 감액되면서 트램 도입 관련 사업은 중단 상황을 맞게 됐다.

제주도청 부서 예산안에서는 돌문화공원 사업비들이 대거 감액됐다. 설문대할망 전시관 개관관련 개관행사 2000만원을 비롯해 개관 특별공연 1억원, 돌문화공원 관광지 조성사업 개발사업 지적확정 측량 용역 7억5000만원, 설문대할망전시관 주변 조경공사 1억원, 설문대할망전시관 외부 진입로 포장공사 5억원이 줄줄이 전액 삭감됐다.

또 △아세안+α K-콘텐츠 포럼 개최 1억5000만원 전액 △제주 도심항공교통 인프라 조성·건설 기본계획 수립(시설비) 10억원 중 5000만 △제주 우주산업 육성 플랫폼 구축 운영 사업 2억원 중 1000만 △제주 수소경제 육성 기본계획 연구용역비 2억5000만원 중 5000마원 등도 감액 조정됐다.또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교통약자 위한 저상버스(양문형 등) 도입은 최종적으로 159억원 중 36억원, 만 8세 이상 '아동 수당' 성격의 아동 건강체험활동비는 18억원 중 2억7000만원만 감액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제주시에서는 읍.면.동 행사운영비를 민간보조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많은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제주시가 읍.면.동 문화행사의 대체 방안으로 내놓은 문화예술과의 '찾아가는 문화예술공연' 관련 사업비 3억원(행사운영비 1억원, 행사실비지원금 2억원)이 모두 삭감됐다.

또 '불 없는 축제'로 전환하면서 오름 불놓기가 폐지돼 많은 논란이 있었던 제주들불축제와 관련해서는 내년 사업비가 전액 삭감됐다. 들불축제 광고료(공기관 위탁사업) 2000만원 전액을 비롯해, 새로운 축제 방향을 정하기 위한 '들불축제 프로그램 기획(행사운영비)' 2억원이 전액 감액됐다.

서귀포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귀포형 웰니스 거리 조성과 관련해, 내년 사업비로 편성된 시설비 3억원, 사무관리비 2000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효과성 및 사업우선 순위측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K-POP 콘서트(서귀포글로컬페스타) 예산 10억원도 전액 삭감됐다.

이번 계수조정에서는 의무적 지출을 해야 하는 경비에서도 삭감이 이뤄졌다. 택시유류세 연동 보조금 45억원 중 6억원, 버스업체 유류세 연동보조금 80억원 중 13억원이 감액됐다. 예비비(581억원)에서도 일부(8억6050만원)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결위는 감액된 재원을 △재활용품 도외 운반 처리 지원사업 2억 원 △대중교통 우선차로 시설 유지보수 1억 8000만 원 등 502억 원을 증액했다.

특별회계에서는 △주차장 사업 특별회계의 제1 주차빌딩 주차설비, 유지보수 용역 등 총 9억 1000만원을 감액하고, 이를 △공영주차장 부지 매입 및 조성 △시설비 등에 그대로 증액 조정했다.

예결위는 부대의견으로 △컨벤션센터 시설 관리비 및 노후 회의장 회의장비 지원 △민간경상사업보조 정액 지원 사업에 대해 형평성을 고려한 보조율 재검토 등을 제시했다. 

이번 감액 규모는 제12회 도의회 출범 후 처음 이뤄진 2023년 예산안의 '538억원'과 비교하면 27억원 가량 줄어든 규모다. 그러나 내년 초긴축 기조를 감안할 때, 500억원대는 다소 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대 삭감액을 보면, 제10대 의회에서는 예결위 최종 계수조정 결과를 기준으로 해 △2015년 예산안 1차 408억(부동의), 2차 1682억원(전액 내부유보금) △2016년 예산안 264억원 △2017년 예산안 274억원 △2018년 예산안 312억원이었다.  

11대 의회에서는 10대 의회와 비교해 감액 및 증액 규모가 훨씬 커졌다. 최종 삭감 규모는 △2019년 예산안 488억8453만원 △2020년 예산안 393억3000만원 △2021년 예산안 411억2300만원 △2022년 예산안 499억5000만원이다.  

한편 내년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부적인 감액.증액 내역은 바로 공개되지 않아 논란을 샀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