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논란 끝 통과 제주4.3평화재단 조례, 향후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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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논란 끝 통과 제주4.3평화재단 조례, 향후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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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제주도 관리감독체제 전환, 내년부터 본격 시행
도지사가 이사장 최종 임명...임명전 '이사회 의견청취' 의무화
이사장 인선 첫 시험대, 또 '무늬만 공모'?...'소통 부족' 오점 
11일 열린 제423회 임시회 개회식. ⓒ헤드라인제주
제주4.3평화재단 조례 개정안이 제주도의회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사진은 제423회 임시회 본회의 모습.

많은 논란이 이어져 온 제주4.3평화재단 운영체계 개편 조례가 제주도의회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지난 15일 열린 제423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통과된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은 재단의 책임경영 강화 위해 현재 비상근 이사장을 상근 이사장으로 전환하고, 도민과 유족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이사회를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실상 다른 출자출연기관과 동일하게 제주도가 권한을 갖고 직접 관리감독이 가능한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개정된 내용을 보면, 우선 조례 명은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에서 '출연'이라는 문구가 '운영'으로 변경됐다. 종전 조례는 제주도정이 재단에 출연하기 위한 근거 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운영'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최대 쟁점이던 상근 이사장 선임 방식과 관련해서는, 공개모집을 통한 경쟁의 방식으로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사람 중에서 도지사가 최종 임명한다는 제출안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됐다. 

다만, 이사장을 최종 임명하기 전에 이사회에서 의견을 듣로록 하는 내용을 도지사의 책무에 명시하며 '의무화'했다. 즉, 이사회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 제출안에서는 "이사회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사람에 대해 의견을 도지사에게 제출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돼 있었다. 이사회가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부분만 있을 뿐, 아무런 강제성이 없었다.

최종 수정된 '의견수렴 의무화'는 비록 이사회의 의견을 반드시 수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사장 인선이 정치적으로 흐를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사실 지방공기업을 비롯해 출자출연기관 등 공공기관장들 대부분이 공모 및 임원추천위원회 절차를 거치고 있으나 도지사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 선거를 통해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공공기관장들도 물갈이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조례 개정 과정에서 재단측 및 4.3단체에서 '4.3의 정치화'를 우려하며 조례 개정에 반발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개정안에서는 재단 운영과 관련해서도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도록 조례에 관련 내용을 명문화했다. '이 역시 재단의 정치화' 논란을 염두에 둔 명시적 규정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이사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면서 '경영성과 등을 고려한다'라는 문구는 삭제됐다. "임기는 2년으로 하며, 한차례 연임할 수 있다"는 부분만 명시했다.

선임직 이사 인선은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한 공모절차로 이뤄진다. 입법예고안에서는 도지사가 이사를 최종 임명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최종 제출안에서는 이사장이 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사 인선도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한 공모절차로 이뤄진다. 이사진 구성의 경우 당초 제주도 제출안에서는 12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제시됐으나, 도의회를 통과한 최종안에서는 '15명 이내'로 확대됐다.

당연직 이사는 현재 제주도 행정부지사가 맡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앞으로는 도청에서는 4.3재단 관련 업무 담당 실․국장이 맡는 것으로 변경됐다. 또 도민의 보편적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제주도의회 사무처장, 제주도교육청 4.3 평화·인권교육 업무 담당 실·국장을 당연직 이사에 포함했다.

개정에서는 '지도.감독' 조항도 신설됐다. 이 조항은 "도지사는 재단 운영과 관련해 재단의 업무.회계 및 재산 등 운영상황에 관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고, 필요한 경우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지도.감독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으로 재단에 대한 직접적 지도.감독을 하겠다는 의미다.

◇ 향후 과제는?...이사장 인선 첫 시험대...또 '무늬만 공모'?

많은 논란 끝에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하면서, 이제 본격 시행을 눈 앞에 두게 됐다. 공석인 이사장 인선이 개정 조례 시행의 시작이다.

그럼에도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다. 이 조례 개정과정에서 도지사 입김에 좌지우지 되는 '4.3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조례의 개정 취지에 걸맞는 '투명한 운영체계의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그 첫 시험대가 바로 이사장 인선이다. 다른 출자.출연기관과 달리, 4.3재단만큼은 이사장 인선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한 인선절차는 반드시 전제돼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공공기관장 인선때마다 등장했던 '무늬만 공모', '사전 내정설', '짜여진 각본' 등과 같은 논란이 4.3재단 인선에서도 나타날 경우 재단측 및 4.3단체에서 우려했던 부분은 현실화될 개연성이 있다. 즉,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선거 승자측에서 꿰차는 자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첫 인선에서는 공모 과정 및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 절차에 있어 공정성 확보가 관건이다. 

◇ 추진과정 '소통부족' 오점...갈등 해소 후속 행보 주목

이번 조례 개정을 전후해 극심하게 표출됐던 '갈등'을 조속히 해소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그간 진행된 일련의 논쟁 및 갈등 과정을 볼 때, 제주도정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물론 재단을 출자출연기관의 성격에 맞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는 이번 조례안 논쟁 과정에서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도의회에서도 이러한 점 때문에 이번 임시회에서 가결 처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은 '소통 부족'이었다. 제주도는 개정의 필요성만 강조했을 뿐, 재단측은 물론 4.3단체들과도 적극적 협의가 부족했다. 과거사 해결에서 제주4.3에서 보여준 화해와 상생 정신을 토대로 한 문제 해결은 가장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례개정 추진과정에서는 '소통 부족'이란 오점을 남긴 점은 매우 아쉽게 다가온다.

개정 조례의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갈등 해소를 위한 제주도정의 후속 행보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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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2023-12-18 08:02:30 | 175.***.***.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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