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용역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추석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도민들의 생각은 다소 의외였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는 인식은 예전에 비해 크게 확산된 반면, 행정구역 조정은 현행 2개 시(市)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게 분출됐기 때문이다. 

이는 행정체제 개편 대안으로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행정시장 직선제'가 팽팽하게 나온 것과 연결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즉, 행정체제 개편은 필요하나, 기초자치단체 도입 외에 '행정시장 직선제'도 유력한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영훈 지사의 입장이나 1~2차 용역 결과, 그리고 전문가 논의 흐름에 비춰볼 때 '생각의 차이'가 확연하다. 공론화 용역을 추진하는 제주도정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제22대 총선 공동보도 및 전략적 제휴' 업무협약을 맺은 <헤드라인제주>와 KCTV 제주방송, 뉴제주일보, 한라일보 등 언론 4사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국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지역현안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행정체제 개편 용역 중간보고회 및 3단계 숙의토론 진행에 앞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조사 결과, 먼저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도민 10명 중 7명이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체제에 대한 개편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응답이 70.8%(매우 필요 35.2%, 어느정도 필요 35.6%)로 높게 나타났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9.1%로 조사됐다. 모름/응답거절은 10.1%.

필요하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지지층(66.2%)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73.8%)에서 모두 높았다. 정치성향별로도 보수층, 중도층, 진보층 모두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는 행정체제 개편 용역진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보다도 크게 높아진 것이다. 용역 과정의 2차 도민여론조사(한국리서치 의뢰)에서는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에 동의하는 비율이 57.3%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보다 13%p 높아졌다.

행정체제 개편이 이슈로 부상하면서, 도민사회에서도 생각과 논의가 많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방법은 제각각 다르지만, 행정체제 개편 자체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한다는 것이다.

◇ '기초자치단체' vs '행정시장 직선제', 도민 생각은?

문제는 행정체제를 어떻게 개편할 것이냐는데 있다. 이 지점부터는 도민들의 생각이 확연히 갈린다. 특히 제주도에 적합한 대안 모형에 대한 선호도에 있어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주관한 도민참여단의 2차 숙의 토론 결과 제시된 2개 압축 모형, 즉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행정시장 직선제' 대안을 그대로 적용했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는 숙의토론을 통해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는데, 이 중 어느 안이 더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초자치단체 도입' 49.0%, '행정시장 직선제' 42.6%로 조사됐다. 

두 대안간 격차는 오차범위(±2.5% 포인트)를 벗어나기는 했으나 6.4%p에 불과했다.

18세 이상과 20대, 30대, 40대, 50대에서는 기초자치단체 도입, 60대와 70세 이상에서는 행정시장 직선제 선호경향이 두드러졌다.

지역별로는 제주시 갑 선거구에서는 기초자치단체 도입 48.5%, 행정시장 직선제 42.4%, 제주시 을 선거구에서는 기초자치단체 도입 48.5%, 행정시장 직선제 43.1%, 서귀포시에서는 기초자치단체 도입 50.2%, 행정시장 직선제 42.4%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행정시장 직선제(48.9%)이 더 높았고(기초자치단체 도입 41.4%),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기초자치단체 도입(51.7%)이 더 높았다(행정시장 직선제 42.6%).

또 정치 성향별로 보면, 보수층에서는 행정시장 직선제, 중도와 진보층에서는 기초자치단체 도입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는 용역진에 실시한 2차 도민 여론조사 결과와 차이가 있는 것이다. 물론 묻는 방식이 다르다. 

용역진에서는 적합모형 대안을 나열형으로 제시해 묻지 않고, 막바로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는데, 이 결과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찬성 의견이 55.4%로 과반을 넘어섰다. 

반면, 이번 언론 4사의 조사는 행개위 숙의토론 결과로 제시한 압축대안 2개안을 그대로 적용했는데, 이 결과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행정시장 직선제 대안이 팽팽하게 나타났다.

물론 조사 방식 등의 차이가 나타났다. 

용역진의 2차 여론조사는 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유선 RDD방식으로 160명, 모바일 조사 방식으로 640명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유선 전화는 조사원의 1대 1 면접조사 방식이었으나, 모바일 조사는 면접조사가 아니라 휴대폰 문자의 링크방식으로 탑재된 모바일 설문조사지에 스스로 체크하는 방식이었다. 무려 15억원을 들인 용역임에도 불구하고, 표본 규모는 800명으로 설정됐다. 도민의 생각을 정확히 측정해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언론 4사의 조사는 도민 1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모두 조사원의 무선전화 인터뷰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어쨌든 추석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행정체제 대안에 대한 도민들의 생각은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다소 우세하기는 했지만, 행정시장 직선제도 크게 부상하면서 두 대안이 팽팽하게 나타난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 '행정구역 몇개로 조정?' 물었더니..."현행 2개 유지" 63% 

제주도 행정구역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에 있어서도, 도민들의 생각은 의외였다.

행정체제 개편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현행 제주시와 서귀포시 2개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안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사에서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 2개로 되어 있는 행정구역을 몇개로 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현행대로 2개로 유지'라는 응답이 63.0%로 가장 높았다.

이어 '4개로 조정' 20.1%, '3개로 조정' 10.6%, '5개 이상으로 조정' 2.5% 순이다. 모름/응답거절은 3.7%.

현행 2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비율은 남성(60.2%), 여성(65.8%), 모든 연령층에서 높았다. 특히 18세 이상 및 20대에서는 70%를 상회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2개 유지 60.9%, 4개로 조정 23.6%, 3개로 조정 10.4% 순으로 답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2개 유지 65.9%, 4개로 조정 16.9%, 3개로 조정 11.8% 순이다.

행정체제 개편 대안에서는 2개 대안을 놓고 의견이 팽팽했지만, 행정구역 조정에서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다. 

이는 오영훈 지사의 '구상'과도 거리가 있는 결과이다. 

오 지사는 지난 달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에서,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법인격이 있어야 하고, 행정구역은 경쟁할 수 있는 단위여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제주도의 하부 행정계층은 법인격이 있는 기초자치단체여야 하고, 행정구역 수는 현행 2개 체제보다 많아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민선 8기 출범 초기에는 '5~6개 체제'를 언급한 있어, 오 지사의 생각은 최소 4개 이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민들의 생각은 '현행 2개'에 대한 여론이 높았다. 중간보고회를 앞둔 상황에서, 도정 입장에서 보면 다소 곤혹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 도민여론 2갈래로 양분...행정시장 직선제 선호층→ '현행 2개 유지' 더해져

이번 여론조사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공감대는 크게 확산됐으나, 방법론에 있어서는 행개위가 숙의토론 압축대안으로 제시한 '기초자치단체'와 '행정시장 직선제' 두 갈래로 도민사회 여론이 급속히 양분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행 2개체제 유지' 여론이 높아진 것도, 결국 '행정시장 직선제'를 선호하는 도민들의 선택이 더해져 나온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 연기됐던 중간보고회.토론 진행...용역 3차 여론조사 결과는?

한편,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추석 연휴가 끝나면 용역 중간보고회 및 3단계 공론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당초 9월 계획됐던 토론회나 경청회, 여론조사, 숙의토론 일정 등은 줄줄이 늦춰졌다. 전문가 토론회와 도민경청회는 당초 9월에서 10월로 연기됐고, 행정체제 도입 최종 후보 대안을 선정하는 도민참여단 숙의토론회는 10월 말에서 11월 말로 일정이 변경됐다.

세부 일정을 보면 △중간보고회(구역안) 10월 10일 △전문가토론회(구역안) 10월 12일 △도민경청회 10월 16~20일 △숙의토론회 11월 25~26일로 제시했다. 다만,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는 당초대로 12월 말 진행된다.

이러한 가운데, 행정체제 개편 모형 및 행정구역 조정에 대한 용역진의 3차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도민사회 관심이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 언론4사 제1차 여론조사는...   이 여론조사는 제22대 총선 공동보도 및 전략적 제휴 업무협약을 맺은 <헤드라인제주>와 KCTV 제주방송, 뉴제주일보, 한라일보 등 언론 4사가 국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9월 17일부터 18일까지 제주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2명(제주시 갑 500명, 제주시 을 500명, 서귀포시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 추출은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2023년 8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의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해 통계 보정이 이뤄졌다. 응답률은 16.1%(9312명 중 1502명 응답)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각 선거구별 표본오차는 ±4.4%포인트)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