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이 시점에 '행정시장 직선제' 회의적 시각 드러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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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이 시점에 '행정시장 직선제' 회의적 시각 드러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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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지사 "시장 직선제, 과거 정부가 불수용" 언급한 이유는
행정체제 공론화 '기초단체-시장직선제', 도민 선택에 영향 우려
당시 정부 '불수용' 사유도 논란...'기초단체'였다면 수용했을까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지난 7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와 관련한 발언을 두고 말 들이 많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2차 숙의토론을 통해 도민 공론에 부칠 행정체제 적합 모형으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와 '행정시장 직선제' 두가지 안을 압축해 제시했는데, 오 지사가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자칫 10월 중 이뤄질 예정인 도민 여론조사 내지 숙의 토론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갖게 한다.

이날 논란의 발언은 행정시장 직선제의 도민 선호도가 높게 나타날 경우 수용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오 지사는 "행정체제 개편이 용역 진행되는 내용 세부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상황이라 호불호 말하는게 적절치 않다"면서도 "행정체제 개편 논의 과정을 잘 들여다볼 필요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행정시장 직선제는) 지난 도정에서도 추진했던 일이고, 정부의 불수용으로 마무리된 사안이라는 것도 감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은 행개위 권고안이 나오지 않아서 제가 미리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충분한 숙의과정과 여론수렴 과정을 통해 적절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입장은 다분히 기초자치단체 도입 외에는 답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대목으로 읽힌다. 즉, 행정시장 직선제는 지난 정부에서 '불수용'된 바 있어 대안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기자의 질문은 도민 공론화 결과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도민 선호도가 높게 나온다면 수용을 할 것인지 여부를 물은 것이었는데, 이에 대한 즉답을 하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지방정가 일각에서는 설령 도민선택이 행정시장 직선제로 결론이 나오더라도 수용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한 도의원은 "숙의토론 과정에서 제시된 2개 압축대안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행정시장 직선제' 대안이 포함되면서, 여론 향방이 묘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어 오 지사가 의도적으로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밝혔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2차 도민숙의 토론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초자치단체 찬반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면서 기초자치단체 대안에 대한 여론이 우세하게 나타난 것이 사실이었다"면서 "그러나 기초자치단체와 시장직선제 2개 안을 상정해 공론에 부친다면, 어느 쪽이 우세하게 나타날지는 장담하기 어렵게 됐는데, 오 지사의 발언은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민선 8기 도정의 공약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으로 가기 위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오 지사의 입장은 앞으로 2개 대안을 놓고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도민경청회와 토론회, 여론조사, 숙의토론 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당시인 지난 2019년 정부가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불수용을 한 사유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오 지사의 발언 맥락을 보면, 정부에서 불수용을 한 사유를 수긍하며 확정적 결론인 듯 언급했으나, 당시 도민사회에서도 불수용 사유의 타당성을 놓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지역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지역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 '행정시장 직선제' 불수용 사유, 팩트체크를 해보니...

제주도가 정부에 '행정시장 직선제' 제도개선안을 제출한 것은 2019년 2월이다. 

이 안이 제출된 배경을 보면 이렇다.

제주도의 행정체제가 기존 4개 시.군체제에서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단일 광역행정체제로 변경됐으나, 이후 주민들의 기초자치권 강화 요구가 빗발쳤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이 문제가 최대 이슈로 등장하기도 했다.

민선 5기 도정 당시인 2011년부터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포함한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2013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대안으로 선정하고 제주도에 권고했다.

민선 6기 도정에서도 행정체제개편위가 가동됐는데, 이 때 역시 행정시장 직선제가 최적 대안으로 채택됐다.

행정시는 별도 기초의회가 없어 예산.재정.조직 등이 제주도에 종속되는 한계는 명확하지만, 시장을 직접 선출함으로써 행정시 권한과 기능을 일정부분 강화시킨다는데 의미가 있다.

당장에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는 만큼, 점진적 개편의 단계 혹은 중간적 대안으로 제시됐다고 할 수 있다. 2019년 2월 제주도의회 동의를 거쳐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제도개선안은 정부에 제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제주특별법에 자치조직권 특례 규정을 두어 행정시장 직선제,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행정체제 개편 문제를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공약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에 수용 가능성은 커 보였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의 검토 결과는 '불수용'이었다. 

불수용 사유는 크게 △행정시장 직선제가 특별자치도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고 △도지사와 행정시장 사이에 문제가 있을 경우 조정이 어려운 점 △행정시장 예고제(러닝메이트)를 활용할 경우 제도개선의 취지가 이뤄질 수 있는 점 등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내용을 면밀히 보면, 행정체제 개편의 대안으로 '행정시장 직선제'여서 불수용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즉, 행정시장 직선제는 물론 기초자치단체 부활도 안된다는 것이다. 단일 광역행정체제 외에는 특별자치도 설립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불가하다고 못박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제시했던 '행정체제 개편 문제를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지원' 약속을 정면으로 거스른 결정이었다.

때문에 마치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정부가 불수용을 내린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한 오영훈 지사의 설명은 본질적 부분의 팩트와는 거리가 있다. 제주도정이 행정시장 직선제 불수용 사유의 논리를 인정한다면, 앞으로 기초자치단체 도입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왜 하필 이 시점에, 오 지사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며 과거 정부의 '불수용'을 강조했을까. 그 배경을 두고 궁금함은 더욱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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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안 2023-09-11 08:43:51 | 118.***.***.248
대단한 분석이네요. 뭘하든지간에 특별법을 개정해야 가능한데 일의 순서가 앞뒤가 맞지않는군요. 정무직 특보들 공부좀 해야 할 듯

이해됨 2023-09-10 16:02:26 | 27.***.***.20
팩트체크 결과를 보면 제주도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이 나왔음.
행정시장 직선제는 퇴짜 맞았다고 여론몰이할것이 아니라
하루속히 특별법 개정하는것 그것밖에 답이 없네요.

왜냐하면 행정시장 직선제 불수용 사유에서 내민 그 논리 그 기준대로 한다면 앞으로 기초자치단체 도입 요청해도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2개 안 중 행정시장 직선제는 과거에 퇴짜 맞아서 힘들다는 논리를 한 도지사 말씀은 본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말씀인듯 합니다.

제대로 2023-09-09 16:53:44 | 125.***.***.66
가장 분석인 기사네요 지사님 제대 나왔으니 이 기사 제대로 읽어 보세요

보는눈 2023-09-09 11:46:48 | 1.***.***.136
도지사 4개시장 체제로 지자 시장과 읍면동장 직접선출로 가야한다 그래야 아름다운 경쟁 균형발전도 가저올 것이다 읍면동장의 기초의원 역활까지 하게됨으로 기초광역의원 필요없게된다

이건 뭐냐 2023-09-09 11:20:51 | 122.***.***.213
행정시장 직선제 불수용이다 뭐다 하지 말고
정부와 일부 국회의원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부정적 입장 하고 있으나 특별법 하루속히 개정하여 도민들의 자기결정권으로 선택할수있도록 하겠다. 이런 발언을 해야지 ㅉㅉㅉㅉㅉ
참모들은 뭐하나 수준들 하고는

실망 2023-09-08 19:10:39 | 175.***.***.190
갈수록 이해가 안되는 일 천지네.
그때 불수용할 사유 한번만 더 보더라도 앞으로 기초자치단체 도입할때도 유사한 일 생길수 있다는 건 충분히 판단가능한데 오지사께서는 아예 읽지도 않으셨나 보네요.
행정시장 직선제나 기초단체나 모두 특별법 개정 수반되어야 하므로 정부와 국회 어떻게 설득해 나가겠다 이런 얘기를 해야지 무슨 해괴한 행정시장 직선제는 정부가 이미 반대해서 안되는걸로 결론났다는 왜곡된 주장을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