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흔들기', 잇따른 극우.보수세력의 준동...유족들 "더는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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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흔들기', 잇따른 극우.보수세력의 준동...유족들 "더는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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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김일성 지령설'→극우단체 '공산폭동'→서북청년단 추태
이번엔 김재원 '추념식 격' 발언 파장..."막말 넘어 희생자 모독"
성난 유족.4.3단체 강력 규탄..."국민의힘, 김재원.태영호 제명하라"
3일 엄수된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헤드라인제주
지난 3일 엄수된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헤드라인제주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일을 전후해 이어지고 있는 극우.보수 세력의 '제주4.3 흔들기' 준동으로 4.3유족과 도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특히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4.3역사를 왜곡하거나 폄훼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도민사회 분노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의 '김일성 지령설' 발언에 이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위원의 '4.3추념일 격' 발언이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이번 '4.3 흔들기' 파장은 국민의힘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출마한 태영호 의원이 합동연설회 참석차 제주에 내려와 "제주4·3사건은 명백히 북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색깔론 공세에 불을 지폈다.

이는 정부의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 내용 및 제주4.3특별법 정신을 정면 부정한 것이다. 제주4.3은 정부차원의 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 '국가공권력의 잘못으로 무고한 양민이 집단 학살당한 사건'으로 결론이 내려졌고, 이를 토대로 국가 차원의 사과가 이뤄졌고 국가보상금 지급이 진행 중이다.

태 의원의 발언은 엄연한 현실 부정이자, 역사 왜곡인 셈이다.

그럼에도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태 의원은 제주사회 강력한 규탄과 함께, 같은 당 내부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김일성 지령설'이란 최초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더욱이 그는 추념식 당일인 지난 3일에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할 의향을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며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태 의원으로 시작한 '4.3 흔들기'는 극우세력의 준동으로 이어지게 했다. 

우리공화당을 비롯해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등은 4.3추념일을 앞두고 제주도내 곳곳에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여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일제히 내걸었다.

제주4.3의 역사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이 현수막은 제주사회 공분을 샀다. 그럼에도 옥외광고물 관리법상 정당의 입장을 담은 현수막은 신고없이 게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근거로 하며 자진철거를 하지 않았다.

결국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 서귀포시가 지난 31일 이 현수막의 내용이 제주4.3특별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모두 강제 철거했다. 

제주4.3특별법 제13조는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결과 및 제주4.3사건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자 또 다른 한 극우단체는 적반하장 식으로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펴며 현수막을 철거한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4.3흔들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추념식이 열린 지난 3일에는 4.3당시 온갖 악행을 벌이고 양민학살을 주도한 '서북청년단'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3명이 추념식장 인근에서 집회를 하겠다며 나타나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다행히 민주노총과 4.3단체 회원들이 이들을 제지하고 나서면서 집회는 성사되지 못했으나, 이들은 제주시 동문로터리에서 서북청년단 깃발을 등장시키며 소란을 피웠다. 

제주도민들에게 있어 서북청년단은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떠는 '악랄한 단체'로 인식되어 있고, 4.3을 겪은 고령세대에게는 서북청년단의 악행이 여전히 크나 큰 상처로 남아있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이번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음녀서 제주사회에서는 '제주 홀대론'이 크게 제기됐다. 김창범 제주4.3유족회장은 추념식 인사말을 통해 윤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섭섭함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단순한 참석을 원한 것이 아니라, 추념식 참석을 통해 4.3 왜곡 및 폄훼에 대해 바로 잡아주길 기대했으나 여당 대표까지 불참하면서 '4.3 흔들기'를 방기한 것에 다름없게 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여당 내에서 또 다시 4.3 논란이 터져나왔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4.3추념일 '격' 발언이다. 

김 최고위원은 4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보통 3·1절과 광복절 정도 참석하는데, 4·3 기념일은 이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는 추모일"이라고 주장했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정부 주관으로 엄수되고 있는 4.3추념식은 다른 기념일보다 '격'이 낮다는 주장이다.
 
그는 "무조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공격해대는 자세는 맞지 않다"면서 "과거에도 4.3 기념일에 대통령이 관례적으로 무조건 참석했던 것이 아닌데, 이번에 4.3 유족을 폄훼한 것처럼 야당에서 일제히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도민사회 화를 더욱 키웠다. 4.3단체와 유족들은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는 5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은 4.3 희생자를 모독한 김재원과 태영호를 즉각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4.3연구소는 "이들의 ‘4・3 망언’이 죽은 자를 일어나게 하고, 산 자를 분노케 하고 있다"면서 "‘4・3 역사왜곡 망언 시리즈’는 4・3 75주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 4・3을 처참히 모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김 최고위원의 '4.3추념식 격' 발언에 대해서는, "막말을 넘어 4・3 희생자와 유족, 도민은 물론 국민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김 최고위원의 눈에는 2만5천명에서 3만여명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정부 추념식이 격이 낮은 것인가"고 반문했다.

또 "태영호 의원의 김일성 지령설, 우리공화당 등의 4・3 왜곡 현수막, 서북청년단의 깽판집회소동까지 윤석열 정부에 들어오면서 ‘4・3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태영호 의원의 거듭된 망언에 이은 이번 김재원 최고위원의 망언은 유족과 도민들의 상처를 헤집어놓고 있고,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작태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최고위원의 발언이야말로 정치인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일격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4‧3 흔들기’를 경험했다"며 "보수세력들은 4‧3위원회 폐지와 축소 움직임, 각종 소송, 위패 철거 요구 등을 통해 2000년 제정된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끊임없이 훼손하려 시도했는데, 이를 막아냈던 것은 제주도민의 하나된 의지였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국민의힘은 여러 차례 4‧3추념식 등에 참가해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해왔다"면서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공약을 지키려면 4・3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발언을 단속하고 강력히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극우세력의 '4.3왜곡 현수막'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태영호 국회의원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주4.3을 김일성 지시설로 덮어씌우더니, 극우보수정당과 단체에서 제주 전 지역에 제주4.3을 악의적으로 왜곡선동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는 내용을 접하고 분노하고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고 밝혔다.

유족회는 "제주4·3을 왜곡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정당과 단체에 엄중히 경고한다"며 "4·3의 진실을 왜곡하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악의적 선동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고, 4·3단체·시민단체와 연대하며 싸워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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