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코로나19 혼란상황 '역이용' 밀어붙이기 의혹
전략환경평가 해명도 '거짓' 확인..."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종합] 도시 숲 한 가운데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는 내용의 민간특례사업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이번 제394회 임시회에서 2개 도시공원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에 대한 심의를 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오는 29일 제주시 도시공원(오등봉) 민간특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과 중부 근린공원 민간특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각각 상정해 심의할 예정이다.
이 두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혼돈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절차도 없이 환경영향평가 심의 등의 절차를 마무리해 절차적 민주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의 경우 미세먼지 등이 날로 심각해지는데도 오히려 그나마 남아있는 도시숲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별도 초등학교 신설이 필요한 정도의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어서 시민사회 반대 여론은 크게 확산되고 있다.
도시숲 핵심지역에 대단위 아파트가 건설되면 학교 및 도로 신설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에도 제주시 당국은 일부 면적에 대해서만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고, 나머지는 보전할 예정임에 따라 '난개발은 아니다'는 엉뚱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물론 해당 도시공원 토지주들도 이 사업의 즉각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오등봉공원 토지주로 구성된 오등봉공원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제주도의회 임시회에 즈음한 성명을 내고 "도의회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이 개발사업에 대해 부동의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이미 지금까지 불거진 문제들만 보아도 이 사업은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이미 이 사업은 수많은 무리한 상황을 낳았고 곳곳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며 "폭주하고 있는 이 사업을 멈춰 세울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도의회의 결단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도정은 오등봉도시공원지구의 일몰 상황을 앞두고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민간특례 방식으로라도 공원 조성이 필요함을 내세워왔다"며 "그러나 민간특례사업의 실체는 도시공원지구 안에 14층 아파트 1429세대를 짓겠다는 것이었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더 큰 난개발을 하겠다는 어불성설의 논리"라고 반박했다.
또 "현행 조례와 규정으로는 불가능한 사업임에도 사업지구의 용도 변경 추진까지 하면서 무리를 하고 있다"며 "도대체 그렇게까지 해야할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비대위는 "오등봉을 공원으로 조성하게 되면서 토지보상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민간특례사업이 불가피하다고 했는데, 제주도가 감당하기 어려운 토지보상비를 민간업체에선 과연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며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결국 토지주들의 희생을 강요하거나 분양가를 높여 입주예정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원희룡 지사가 밝혔던 '분양가 상한제' 도입 추진 취지와도 대치되는 내용으로 풀이되고 있다.
비대위는 이어 "토지주들이나 입주예정자들 모두는 제주도민이다. 제주도민의 희생 위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함인가"라며 "아파트로 인한 하수처리문제, 교통체증 유발문제는 또 무슨 돈으로 해결하며 최근에 급작스럽게 터져나온 초등학교 신설문제는 최종적으로 누가 그 비용을 감당하게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시민단체와 언론에서 터져나온 민간특례사업을 둘러싼 온갖 추문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라며 "토지주들에게는 조금의 이익도 얻지 못하도록 20년동안 꽁꽁 묶어놓았다가 이제와 정작 그 토지를 이용해 개발이익을 얻겠다는 것은 누구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 생태계 파괴 우려도 제기했다.
비대위는 "이 사업은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잃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 사업으로 오등봉과 한천의 경관은 물론 한라산 조망권을 잃게 된다. 곰솔 2800그루를 잃을 것이고 한천의 법정보호종 생태계를 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지구 내 역사 유적도 잃을 것이고 한천의 기암괴석도 잃을 것이고, 토지주들은 자기 땅을 잃을 것이며, 주민들은 폭등한 집값으로 터전에서 밀려날 것"이라며 "아파트 입주민들은 연약지반으로 인해 집의 안전성을 잃을 것이고 터무니없는 분양가로 삶의 여유를 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개발사업에 대한 부동의를 거듭 촉구했다.
◇ "제주시가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 사실관계 호도, 법적 책임 물어야"
환경단체에서도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문제를 지적하며, 사업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 공동시행자인 제주시 당국이 오히려 업자 편에 서서 난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시 당국이 전략환경영향평가 조치계획 보완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 없음'을 주장한 것에 대해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오등봉공원 민간공원 특례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절차적 문제가 명확하게 확인됐다"면서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사실관계 호도하는 제주시에 대해 법적책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시가 '거짓해명'으로 사실을 왜곡시켰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제주시는 유권해석을 받은 바도 없고 영산강청으로부터 답변 공문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고, 오직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적법하게 절차를 진행했다는 답변만 내놓았다"며 "그러나 영산강청과 환경부에서 발행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업무 매뉴얼을 확인해본 결과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절차상 문제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산강청은 제주시의 주장과 달리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제주시에 전략환경영향평가에 협의내용 반영결과 보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럼에도 제주시는 법적으로 절차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거나 이에 대한 법리해석을 한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정당하게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진행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의회에 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부동의하고, 제주시의 절차위반에 대한 감사를 요청할 것을 촉구했다.
◇ "제주시 해명 진위왜곡...담당공무원도 진지갱도 25㎡ 원형보존 몰라"
제주시가 환경보전을 위한 안전장치를 확보한 것처럼 설명했던 진지갱도 25㎡ 원형보존 등도 모두 진위를 왜곡해 시민들에게 설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제주시는 '진지 갱도 25m 이격 및 환경영향평가서 누락' 의견에 대해 "진지동굴 주변을 25㎡ 원형보전해 충실히 조건을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제주시청 담당부서에 문의한 결과 담당공무원도 이 '25㎡ 원형보전'의 의미조차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천주변 50m 보전 요구에 대해서도 제주시는 "하천 주변 지하수보전 1등급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엉뚱 반론을 내놓아, 진위를 왜곡시키며 보전 필요성에 대한 '물타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도시계획을 바꾸는 것은 여러 사항에 대해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상하수도, 교통, 학교, 도시팽창 방지, 도민 부담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시는 난개발이 불가능한 오등봉공원 난개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도시계획을 바꾸어 난개발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오등봉공원 밀어붙이기, 코로나19 혼란상황 '역이용' 밀어붙이기?
한편, 제주시와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시행하는 오등봉공원 사업은 전체 공원면적 76만 4863㎡ 중 12.4%인 9만 5426㎡ 면적을 비공원지역으로 지정해 총 1429세대 규모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지하 3층, 지상 14층 규모)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공원 지역에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으나, 사업의 초점은 '아파트 건설'이 핵심이다.
실제 사업자가 제시한 문화.예술 공간 사업을 보면, 새롭게 시설되는 공간은 음악당(4층 규모)과 데크 주차장이다. 이밖에 시설은 기존 아트센터와 한라도서관의 리모델링 추진이다.
오등봉공원 사업의 사업비 투자 규모도 총 8262억원 중 5822억원이 비공원시설, 즉 아파트건설에 집중 투자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럼에도 이 사업은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 절차나 제주시민 공감대 형성 과정도 없이 속전속결식으로 강행되면서 절차적 민주성이 결여된 환경파괴 사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와 제주시가 코로나19로 인한 혼라스러운 상황을 '역이용'해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이번 동의안 심사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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