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검증 TF 가동...'민간 주민투표' 검토
지난 2021년 7월 반려 결정이 내려졌던 제주 제2공항 전력환경영향평가서가 보완용역을 거쳐 환경부의 '조건부 협의(동의)'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도내 각계에서 이 사업에 대한 공개검증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의 셈범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2공항 기본계획안을 제주도에 넘긴 국토교통부는 '의견수렴은 제주도의 몫'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도민들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한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공개검증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직접 검증에 나서는 것이 아닌 시민사회단체에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국토부가 공개한 제2공항 보완용역 및 전략환경영향평가 전문검토기관의 평가 자료들을 입수해 관련 내용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주민투표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 대비해 '민간 주도' 주민투표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 국토부 "제2공항 도민 경청회 참여 검토중...의견 수렴은 제주도가"
최근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도민경청회 협조 요청을 받은 국토부는 경청회 참여에는 긍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지금 단계가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해당 지자체장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인 만큼, 국토부의 역할은 '기본계획안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16일 <헤드라인제주>와의 통화에서 "제주도가 도민 경청회 관련 협조 를요청을 했고,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면서도 "다만 이 경청회의 취지가, 현재 도지사가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도민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인 만큼,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제주도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 단계가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제주도가 주민(도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인 만큼, 국토부는 직접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아닌 이 기본계획안에 대해 설명만 하겠다는 것이다.
◇ 오영훈 지사 "제2공항 정보 투명하게 공개...도민이 검증할 기회 마련될 것"
환경부의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협의(동의) 결정이 내려진 지난 6일 오후 진행된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주민투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금 주민투표가 쟁점이 되면 갈등해소에 도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오히려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내용을 확인하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 갈등해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이 문제 입장 밝히기 어렵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런데 얼마 후 언론사와의 대담에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용역 검증'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자료를 공개하면 시민사회단체와 도민들이 직접 검증할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오 지사는 지난 8일 도내 방송 대담에 출연한 자리에서 "저희가 가진 자료를 전면 공개하면 시민 사회 단체, 도민이 직접 검증하는 기회가 마련되는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즉, 자료는 투명하게 공개하겠지만, 직접적인 검증에 나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오 지사는 이날 대담에서 그동안 강조해 온 제2공항과 관련한 '도민의 자기결정권'과 관련해 "국토부에 제주도 의견을 전달할 시점이 있을 것인데, 그 시점 앞서서 그러한 문제(자기결정권)에 대해 검토가 이뤄지고 (제주도의 의견을 국토부에)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우선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본계획 내용이 어떻게 정리됐는지, 지난번(2021년 7월 반려 당시) 제출된 것과 어떤 차이, 어떻게 보완이 됐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 비상도민회의, 제2공항 보완용역-기본계획 검증 TF 가동...'민간 주민투표' 검토
제2공항 비상도민회의는 국토부가 공개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검토용역과 기본계획안에 대한 자료들을 확보하고, 검증을 위한 TF를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동안 요구해 온 제2공항 주민투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법정 투표가 아닌 비법정 주민투표를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비상도민회의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강원도 삼척시가 민간 주도의 주민투표를 통해 전직 시장 당시 정부에 신청한 원전 유치 신청서를 철회한 사례이다.
지난 2010년 12월 당시 삼척시가 신규 원전 건설을 신청하고, 2012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척에 원전 건설사업 예정구역을 지정 고시했다.
그런데 2014년 6월 김양호 삼척시장이 원전 유치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고, 원전 유치신청을 철회하는 주민투표안을 시의회에 제출해 통과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수탁을 거부했다.
이에 당시 삼척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라는 민간단체 주도로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67.9% 투표율에 반대 84.9%, 찬성 14.4%라는 결과로 반대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자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사무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것에 대해 유감 입장을 표명했고, 2016년 1월 춘천지검은 김양호 시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로 기소했지만, 법정다툼 끝에 2017년 5월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비록 주민투표법이 규정한 주민투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 관리 및 실시가 위법하다거나 주민투표 실시 목적의 정당성이나 필요성.상당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양호 시장의 행위가 정당한 권한을 벗어나 권한을 불법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산자부는 2019년 6월 1일 삼척 원전 예정구역 지정 고시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제2공항 주민투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비상도민회의가 민간 주도의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이것이 성사될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