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총리 "국가폭력에 빼앗긴 4.3희생자.유족 삶, 정부가 책임 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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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총리 "국가폭력에 빼앗긴 4.3희생자.유족 삶, 정부가 책임 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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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떤 정부 들어서라도 역사적 책무 가벼이 못할 것"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는 김부겸 국무총리.ⓒ헤드라인제주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는 김부겸 국무총리. ⓒ헤드라인제주

김부겸 국무총리는 3일 "국가폭력에 빼앗긴 제주4.3 희생자와 유족들의 삶과 세월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모든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엄수된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 총리는 "74년 전, 이 찬란한 남녘의 유채꽃은 선한 민간인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냉전과 민족 분단의 혼란 속에서 제주도민 3만여 명이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목숨을 잃었다"며 "깊은 한을 품고 돌아가신, 모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은 ‘폭도’, ‘빨갱이’로 낙인찍혀 반세기 가까이 숨죽여 살아야 했다", "떨어지는 동백꽃에서 희생자들이 흘린 붉은 피가 보이고,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그날의 참혹한 절규와 비명이 들려와도, 작은 흐느낌조차 속으로 속으로 욱여넣어야만 했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어 "그렇게 74년 전 제주의 잔인했던 봄은 푸른 바다 아래로 영원히 가라앉는 듯했으나,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바라는 끈질긴 외침을 통해서 제주 4·3은 가쁜 숨비소리를 내며 마침내 역사의 심연에서 그 본 모습을 드러냈다"며 "난 2000년 4·3특별법이 제정되었고, 74년 전, 봄날의 진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나긴 세월을 오명을 쓴 채 살아야 했던 1만4,577명의 희생자분들과 8만4506분의 유족들께서 마침내 명예를 되찾게 되었다"며 "지난해 상반기에 진행된 ‘희생자·유족 7차 신고사업’에서는 44분이 희생자로, 4054분이 유족으로 새로이 인정받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1월부터 ‘8차 신고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다음 정부에 그 내용을 잘 전달하겠다"며 "아직도 희생자와 유족 신고를 망설이는 분이 계신다면, 주저하지 말고 정부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당부했다.

김 총리는 "오는 12일부터는 개정된 4·3특별법에 따라서 4·3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 가능해진다"며 "억울하게 희생되신 그 귀한 목숨과 긴 세월을 갚기에는 억만금의 보상금도 부족할 것이나, 이 보상을 통해서 희생자의 명예가 회복되고 유가족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 "보상금 지급은 결코 희생자와 유가족 지원의 끝이 아니다"며 "이분들이 국가폭력에 빼앗긴 삶과 세월에 충분한 위로가 될 때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 제주도민들께서는 그 참혹한 역사를 딛고, 6.25 전쟁은 물론이요,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의 모든 역사에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꺼이 힘을 모아주셨다"며 "이제는 그 안을 한 번 더 들여다보아야 할 때"라고 피력했다.

그는 "국가폭력에 무너졌던 희생자와 유족, 후손들의 삶이 이제 진정한 안녕을 찾았는지, '살암시민 살아진다(살다보면 살 수 있다)'는 말로 아직도 슬픔과 아픔을 참고만 계시는 분은 없는지, 우리 공동체가 함께 끝까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헌화.분향을 하고 있는 김부겸 국무총리.

이어 "누군가의 삶에서 4·3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이다"며 "어린 학생 시절에 당한 모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통 받으며 살아오신 90대 할아버지, 형무소에 끌려가 행방불명되신 아버지의 호적 대신에 작은아버지의 호적에 이름을 올리고 칠십 평생을 ‘아버지의 조카’로 살고 계신 할머니, 경찰 시험에 어렵게 합격했지만 합격을 취소당한 생존 희생자, 연좌제의 피해자가 되어 군인의 꿈을 포기했던 희생자 유가족, 할아버지의 기일을 알 수 없어서 생신에 제사를 지내는 손주까지, 아직도 수만 명 제주도민의 삶에는 4·3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마지막 하나의 진실이라도 더 발견해야 한다"며 "이는 ‘흔들리지 않는 진실의 역사’ 위에서만 한 개인의 삶은 물론, 우리 공동체가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김 총리는 "그래서 정부는, 지난 2003년 진상조사 때 미진했던 부분에 대해 올해부터 추가 조사를 시작했다"며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이 역사적 책무를 결코 외면하거나 가벼이 여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역대 보수정당 대통령(당선인)에서는 처음으로 윤석열 당선인이 참석했는데, 김 총리의 '어떤 정부가 들어서라도...'라는 부분은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둔 윤 당선인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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