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74주년 제주4.3 희생자추념식 엄수...윤석열 당선인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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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74주년 제주4.3 희생자추념식 엄수...윤석열 당선인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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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 '진혼곡'...윤석열 당선인.김부겸 총리 참석
"4.3희생자 온전한 명예회복 노력할 것"....유족사연 소개 '눈시울'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 제74주기를 맞는 3일 제주섬에서 진혼곡이 울려퍼졌다.

행정안전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날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을 엄수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해 4.3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윤 당선인의 참석은 역대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는 최초이다. 당선인 신분이기는 하나 보수정당 소속 대통령에서도 역대 처음으로 기록됐다.

정부 대표로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 정근식 과거사위원장,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자리를 함께 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정의당 여영국 대표 등이 참석했다.

'4.3의 숨비소리, 역사의 숨결로'를 슬로건으로 마련된 이날 추념식은 오전 10시 정각 1분간 제주도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린 후, △오프닝 영상 상영 △헌화 및 분향 △국민의례(묵념) △4.3유족회장 및 도지사 권한대행의 인사말 △추념사 △추모 공연1 △유족사연 소개 △추모 공연2 △폐식 순으로 진행됐다.

국민의례와 묵념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국방부 군악대가 추념식 연주를 지원했다. 애국가 제창에서는 유족들이 출연해 제작된 영상이 선보였다.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헌화.분향을 하고 있는 윤석열 당선인.

◇ 윤 당선인 "4.3희생자 온전한 명예회복 위해 노력할 것"

윤석열 당선인은 추념사에서 "우리는 4.3의 아픈 역사와 한 분, 한 분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억울하단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소중한 이들을 잃은 통한을 그리움으로 견뎌온 제주도민과 제주의 역사 앞에 숙연해진다"고 피력했다.

이어 "희생자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고통의 세월을 함께하며 평화의 섬 제주를 일궈낸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며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생존 희생자들의 아픔과 힘든 시간을 이겨내 온 유가족들의 삶과 아픔도 국가가 책임 있게 어루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는 윤석열 당선인.

윤 당선인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고 아픔을 나누는 일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74년이 지난 오늘 이 자리에서도 이어지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는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비극에서 평화로 나아간 4.3 역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곳 제주 4.3 평화공원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널리 퍼져나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제가 이 곳을 찾았을 때 눈보라가 쳤는데, 오늘 보니 제주 곳곳에 붉은 동백꽃이 만개했다"며 "완연한 봄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가슴에도 따뜻한 봄이 피어나도록 더 노력하겠다"며 "무고한 희생자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약속,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 김부겸 총리 "국가폭력에 빼앗긴 삶과 세월, 정부가 책임을 다할 것"

김부겸 총리는 추념사에서 "74년 전, 이 찬란한 남녘의 유채꽃은 선한 민간인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냉전과 민족 분단의 혼란 속에서 제주도민 3만여 명이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목숨을 잃었다"며 "깊은 한을 품고 돌아가신, 모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은 ‘폭도’, ‘빨갱이’로 낙인찍혀 반세기 가까이 숨죽여 살아야 했다", "떨어지는 동백꽃에서 희생자들이 흘린 붉은 피가 보이고,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그날의 참혹한 절규와 비명이 들려와도, 작은 흐느낌조차 속으로 속으로 욱여넣어야만 했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어 "그렇게 74년 전 제주의 잔인했던 봄은 푸른 바다 아래로 영원히 가라앉는 듯했으나,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바라는 끈질긴 외침을 통해서 제주 4·3은 가쁜 숨비소리를 내며 마침내 역사의 심연에서 그 본 모습을 드러냈다"며 "난 2000년 4·3특별법이 제정되었고, 74년 전, 봄날의 진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는 김부겸 국무총리.ⓒ헤드라인제주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는 김부겸 국무총리. ⓒ헤드라인제주

그는 "기나긴 세월을 오명을 쓴 채 살아야 했던 1만4,577명의 희생자분들과 8만4506분의 유족들께서 마침내 명예를 되찾게 되었다"며 "지난해 상반기에 진행된 ‘희생자·유족 7차 신고사업’에서는 44분이 희생자로, 4054분이 유족으로 새로이 인정받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1월부터 ‘8차 신고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다음 정부에 그 내용을 잘 전달하겠다"며 "아직도 희생자와 유족 신고를 망설이는 분이 계신다면, 주저하지 말고 정부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당부했다.

김 총리는 "오는 12일부터는 개정된 4·3특별법 에 따라서 4·3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 가능해진다"며 "억울하게 희생되신 그 귀한 목숨과 긴 세월을 갚기에는 억만금의 보상금도 부족할 것이나, 이 보상을 통해서 희생자의 명예가 회복되고 유가족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 "보상금 지급은 결코 희생자와 유가족 지원의 끝이 아니다"며 "이분들이 국가폭력에 빼앗긴 삶과 세월에 충분한 위로가 될 때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제주의 봄 열어준 문대통령, 약속 지켜준 윤당선인 감사"

앞서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인사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먼저 최근 제주4.3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이 진행되는 가운데 무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들며,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4·3특별법을 만들어 주시고 진상조사가 이뤄져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국가 공권력이 잘못했다고 사과한 지 19년만에,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고 4.3영령에게 고했다. 

인사말을 하고있는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이어 "문재인 대통령님 감사합니다"면서 "4·3해결을 100대 국정 과제로 채택해주시고 세 차례나 추념식에 참석하여 영령님을 추모해주시고 유족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었고, 4·3특별법, 보상입법, 여·야 합의로 국민과 함께 만들어 주시어 진정한 제주의 봄을 열어 주셨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당선인이 처음 참석한 것에 대해서도, "한 달 후면 대통령에 취임하시는 윤석열 대통령님, 당선인으로 4·3추념식에 참석하여 영령님을 추모해 주시겠다는 약속을 지키시어 함께 해 주심에 감사드린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 회장은 윤 당선인에게 "국민 통합은 대한민국의 아픈 과거를 보듬어주고, 화해하고 상생하는 데에서 출발한다"면서 "후보때 약속하신 4·3해결 공약을 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로 채택해주시고 해결해 주시어,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 국민통합의 시대를 여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 구만섭 권한대행 "진상규명.명예회복 통해 유족 아픔 치유"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은 인사말에서 "74년 전 제주는 4·3 광풍으로 수많은 마을이 불타고,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다"며 "동백꽃처럼 붉은 선혈이 제주를 물들이던 날,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모두 통곡소리조차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요당한 침묵으로 가슴에 깊은 옹이가 박히고, 아물지 않는 아픈 기억으로 통한의 삶을 살아야 했다"며 "그러나 위대한 제주도민들은 잃어버린 마을을 다시 세우고, 지난한 삶을 이겨냈고, 대립과 갈등을 화해와 상생으로 녹이며 4·3을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로 만들었고, 온 국민의 마음을 모아 4·3특별법 개정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3일 엄수된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인사말을 하고 있는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
3일 엄수된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인사말을 하고 있는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

이어 "지난 3월 29일 열린 첫 직권재심 공판에서 불법 군사재판으로 형무소에 끌려갔던 행방불명 희생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6월에는 4·3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청구도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구 권한대행은 "제주도정은 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통해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정성을 다하겠다"며 "과거사 청산의 모범이 되도록 4·3의 완전한 해결을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 "4.3은 우리 가족 모두 빼앗아 가 버렸습니다" 유족사연에 눈시울

이어진 올해 추념식 유족 사연은 강춘희 어르신(77. 제주시 삼도2동)의 사연이 소개됐다. 강 어르신의 사연운 배우 박정자 씨가 독백하며 어르신의 마음을 표현, 더 큰 울림을 전했다.

강 어르신은 유족 사연에서 "저는 4.3으로 제 가족을 모두 잃었다"면서 "토벌대에 연행되어 지금도 소식을 알 길 없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 모진 고문 속에 목포형무소로 이송 중 돌아가신 할아버지, 주정 공장에 잡혀간 어머니와 한 살 배기 젖먹이 내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고 배고파 우는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함께 매를 맞고 그 후유증으로 3살 때까지 걷지도 못하다 세상을 떴다"고 소개했다.

이어 "4.3은 화목했던 우리 가족을 모두 빼앗아 가 버렸다"면서 "살아남은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6살의 저는 참으로 막막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유족 사연을 소개하고 있는 배우 박정자씨.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유족 사연을 소개하고 있는 배우 박정자씨.

강 어르신은 "제 마음 속 더 큰 피해자는 우리 할머니, 어머니이다. 할머니는 아들인 제 아버지를, 어머니는 아들인 제 동생을 가슴에 묻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또 "할머니는 엄마 품에서 떠난 손주를 아무도 모르게 직접 묻고, 아픈 몸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주정공장에서 뼈마디가 부러지는 구타를 당한 어머니는 아픔과 한을 품은 채 사시다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는 치매에 걸려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당신의 품에서 떠난 어린 아들의 기억만은 꼭 붙들고 계셨다"며 "(4.3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도망가라 아가야, 어서 도망가, 저 대나무밭 속으로, 담 너머 어서 숨어라. 우리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불구덩이 속에서 어린 제 동생을 구하고 계셨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게 가여워 출생 신고도 하지 못한 그 아들 말이다"고 토로했다.

강 어르신의 사연이 소개되는 동안 유족들은 크게 흐느꼈다. 유족 사연이 끝나자 가수 양지은의 추모곡 '상사화'가 잔잔하게 울려퍼지면서 장내는 더욱 숙연해졌다.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유족 사연을 소개한 배우 박정자씨까 유족 강춘희 어르신과 부둥켜 안고 있다.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유족 사연을 소개한 배우 박정자씨가 유족 강춘희 어르신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4.3희생자추념식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유족사연이 전해지는 동안 장내에서는 흐느낌이 이어졌다.
3일 봉행된 제74주기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모공연을 하고 있는 가수 양지은. ⓒ헤드라인제주
3일 봉행된 제74주기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모공연을 하고 있는 가수 양지은. ⓒ헤드라인제주

이날 추념식장 내에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을 고려해 참석인원이 299명으로 제한됐다. 

제주도는 추념식에 참석하지 못한 유족과 도민을 위해 제주도청 홈페이지에 온라인 추모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또 올해 처음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추모관(추모공원 가상체험)을 구축해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 추모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추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마스크나 달력에 동백꽃 스티커를 붙이거나 동백꽃을 그려서 4월 10일까지 온라인 추모관에 올리면 100명을 추첨해 4.3기념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에는 실제 4.3수형인들이 불법적으로 옥살이를 했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서도 서울 추념식이 개최됐다.
 
재미4·3기념사업회·유족회는 지난 1일에 이어 오는 9일 미국 보스턴과 뉴욕에서 제1회 미주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을 개최한다. <헤드라인제주>

추념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윤석열 당선인과 김부겸 국무총리.
추념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윤석열 당선인과 김부겸 국무총리.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해 유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윤석열 당선인.ⓒ헤드라인제주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해 유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윤석열 당선인.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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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2022-04-05 09:52:04 | 223.***.***.191
사이렌이 울리면 멈춰서서 묵념해야 하는 기본인데...정말 뵈는게 없는 인간인네요...5년 동안 봐야 한다는 것에 인간의 한계를 느끼게 하네요

2022-04-03 23:44:44 | 118.***.***.27
당선인 신분으로는 최초라는 말은 안쓰는게 좋지 않을까요?? 역대 대통령들이 다들 12월 당선이거나 5월 당선이잖아요 ??? 근데 역대 최초로 지각한거랑 역대 최초로 전용기 타고 간 건 기사 안써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