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선고등학교, 제주 최초 공립 'IB 월드스쿨' 지위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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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선고등학교, 제주 최초 공립 'IB 월드스쿨' 지위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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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의 준비 끝 결실...내년부터 IB DP 정식 운영
표선지역 ‘IB교육지구’ 기틀 조성..."공교육 역사적 결실"
"평가‧수업 혁신 공교육 모형 안착 지원 강화할 것"
제주 최초로 ‘공립 IB 월드스쿨(World School)’의 지위를 획득한 표선고등학교. <사진=표선고등학교>
제주 최초로 ‘공립 IB 월드스쿨(World School)’의 지위를 획득한 표선고등학교. <사진=표선고등학교>

제주 표선고등학교(교장 임영구)가 제주 최초로 ‘공립 IB 월드스쿨(World School)’의 지위를 획득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24일 오전 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IB(The International Baccalaureate) 본부가 지난 16일 표선고를 IB 월드스쿨로 최종 승인했다고 공식 밝혔다.

이로써 표선고는 도내 첫 IB 학교이자 우리나라에서 IB 고등학교 과정인 DP(Diploma Programme)를 제공하는 17번째 학교가 됐다. 17개 학교 중 공‧사립 고등학교는 6개교다. 나머지 11개교는 국제학교 또는 외국인학교다. 이 중에서도 표선고는 전국 공.사립 고교 중에서 유일하게 전체 학급이 IB DP에 참여한다. 

제주에서는 국제학교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NLCS Jeju)과 브랭섬홀아시아(BHA) 두 개교에서 이미 IB DP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표선고는 이들 학교와는 달리 IB DP 과정을 한국어로 듣는다.

IB프로그램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 IB본부에서 개발.운영하고 있는 비판적 사고, 통합적 사고 중심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전 세계 약 150개국의 학교에서 IB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IB학교로 정식적으로 인정받고 운영하기 위해선 크게 3단계 인증 절차를 걸쳐야 한다. '관심', '후보', '월드스쿨' 단계다.

초.중학교는 '후보' 단계까지만 인증돼도 IB학교로 정식 운영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월드스쿨'까지 인증을 받아야 IB학교로 운영할 수 있다. 

고등학교 IB프로그램은 크게 DP와 CP로 나뉜다. DP는 대학진학을 목표로, CP는 진로직업 교육을 목표로 한다.

표선고는 IB DP프로그램 전 단계인 Pre-DP 과정을 밟고 있었다. 지난 2019년부터 2년 동안 교육청을 비롯해 교사와 교직원, 동문,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 주민 등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노력하며 IB 관심학교, 후보학교 단계를 거쳐 올해 IB 월드스쿨의 지위를 얻게 됐다. 이에 표선고는 IB DP 수업을 2022년 3월부터 정식으로 시작하게 된다. 

모든 학생들은 IB DP 교육과정에 참여하면서 기존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 교육과정에서 벗어나게 된다.

교육과정은 크게 6개의 교과군과 3개의 핵심요소로 구성된다. 6개의 교과목은 국어, 영어, 사회, 과학, 수학, 예술로 구성된다. 3개 핵심요소는 지식론(철학, 도덕, 논술 등을 통합한 비판적.이성적 사고 훈련 과정), 소논문(학생 관심 주제에 대해 4000자단어 연구논문 작성), 창의체험활동(예술 및 창의활동, 체육활동, 지역사회 참여 및 봉사활동)으로 이뤄진다.

또 학생들은 두 과목을 영어로 수업을 듣게 된다. 영어과목은 모두 원어민 수업으로 진행된다. 수능에서 강조된 읽기, 듣기가 아닌 쓰기, 말하기 위주의 수업이 이뤄진다. 또 미술, 연극, 정보, 물리 과목 중 한 과목 이상 영어 수업을 듣게 된다. 

대학 진학은 해외와 국내에 따라 방법이 다르다. 해외로 진학하고자 하는 경우 외부평가를 통해 IB DP 점수를 받아야 한다. 국내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는 내부평가를 통해 '수능 최저를 반영하지 않는 수시 전형'을 통해 가능하다.

IB 월드스쿨 인증은 표선고 내년 신입생 모집과 더불어 IB 월드스쿨 승인을 준비하고 있는 표선지역 다른 IB 후보학교(토산초, 표선초, 표선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학교도 IB 월드스쿨로 승인되면 표선지역은 초‧중‧고가 연계된 ‘IB 교육지구’의 기틀을 조성하게 된다. 아울러 내년 제주형자율학교 IB 학교로 변화하는 성산지역 학교(온평초‧풍천초‧성산중)와 제주북초의 안착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읍면지역에 집중된 IB학교를 시내권으로 확대 지정.운영하는 계획에 대해선 아직 이르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입장이다.

이석문 교육감은 "IB학교를 확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교사양성인데 큰 학교에서 이를 시행하기엔 여건이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면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있지만 서둘러서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IB 월드스쿨 인증을 위해 표선고는 IB 본부가 지정한 컨설턴트와 지속적인 협의 체계를 구축해 모든 교직원의 전문성 신장과 협업 등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인증기준에 맞는 교육환경과 IB 교육프로그램 시행 기반을 갖췄다. 최종 검증단 방문 시에는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청이 모두 검증 면담에 참가해 표선고가 IB 월드스쿨 승인 기준에 부합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향후 표선고는 전 세계 IB 월드스쿨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교원‧학교‧국가 간 자료 공유 및 교류, 협력 등을 함께 진행하게 된다. 또한 IB 교육프로그램 운영의 내실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IB 본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IB 본부는 IB 월드스쿨을 5년마다 평가해 재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며“표선고가 IB 월드스쿨 지위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IB 교육프로그램 이행 기반을 더욱 안정적으로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 IB 도입 선언부터 IB 월드스쿨 승인까지…6년의 여정

표선고 IB 월드스쿨 승인까지는 약 6년의 여정이 걸렸다. 2015년 제주도교육청의 기본학습능력평가 실시 이후부터 아이들의 평가방식에 대한 변화가 요구됐고, 그 해결 방안 중 하나로 IB 교육프로그램이 제기됐다.

이석문 교육감은 지난 2017년 11월‘제주교육국제심포지엄’ 개최를 앞둔 기자 브리핑에서 제주 공교육 IB 교육프로그램 도입 계획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당시 이 교육감은 “제주는 한 시간 거리 이내에 국제학교가 있다. 국제학교에서 받는 IB 교육프로그램을 공교육에서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제주 지역은 제주시 동(洞) 지역 일반고를 선호하는 문제가 오랫동안 지속됐다. 읍면지역 일반고를 선택하는 학교로 만들고 아이들의 다양한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평가와 수업을 위해 IB 교육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7년 ‘평가 혁신’을 주제로 '제주교육국제심포지엄'이 열렸고 2018년에는 이석문 교육감이 싱가포르에서 당시 시바 쿠마리 IB 사무총장을 직접 만나 IB 한국어화 도입 추진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후 IB 본부 이사회는 한국어화 의제를 상정하고 IB 한국어화 추진을 확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9년 IB와 MOC을 체결했고, 2020년 표선고등학교가 IB 후보학교로 인증됐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24일 오전 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IB(The International Baccalaureate) 본부가 지난 16일 표선고를 IB 월드스쿨로 최종 승인했다고 공식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24일 오전 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IB(The International Baccalaureate) 본부가 지난 16일 표선고를 IB 월드스쿨로 최종 승인했다고 공식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 이석문 교육감 "제주 공교육 넘어 대한민국 공교육의 역사적인 결실"

한편, 이 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도민, 교육가족들과 함께 쏟은 지난 6년의 노력들이 제주 공교육을 넘어 대한민국 공교육의 역사적인 결실로 이뤄져 매우 기쁘다"면서 이번 인증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이 교육감은 “수능 경향에 맞춘‘한 개의 질문에 한 개의 정답’을 요구하는 수업과 평가로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대한민국 교육의 시대적 과제”라며 “수업‧평가 혁신을 위한 노력과 협력, 공감대가 있었기에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IB 월드스쿨 승인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표선지역 학교의 희망이 제주시 동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공교육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IB 월드스쿨 안착에 최선의 노력과 지원을 다할 것”이라며 “한 개의 질문에 백 개의 생각을 존중하는 수업과 평가로 혁신하며,‘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앞으로 표선고는 IB 월드스쿨로서 한 개의 질문에 백 개의 생각을 존중하는 수업과 평가를 하는 공교육 혁신의 모형이 될 것”이라며“표선고에서 아이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질문하며 스스로 해결방안을 만드는, 독립된 삶의 주체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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