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 '오름불놓기 폐지' 격론..."행정 폭거" vs "조례 따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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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들불축제 '오름불놓기 폐지' 격론..."행정 폭거" vs "조례 따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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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민 의원 "도민여론 무시...행정시장의 월권 행위"
강병삼 시장 "제주시 주최 행사...원탁회의 권고 따른 것"
12일 행정사무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고태민 의원. ⓒ헤드라인제주
12일 행정사무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고태민 의원. ⓒ헤드라인제주

제주의 대표적 문화관광축제로 꼽히는 '제주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였던 오름 불 놓기 폐지 결정을 두고 도의원과 제주시장이 격론을 벌였다.

12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421회 임시회 농수축경제위원회의 제주시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국민의힘 고태민 의원(애월읍갑)은 "도민여론을 무시한 들불축제 중단은 행정의 폭거"라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제주특별법상 행정시장은 도지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소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27년간 개최한 정부지정 문화관광축제인 들불축제 행사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월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병삼 제주시장은 "들불축제 주체는 법령과 조례로 제한되지 않았고, 그동안 제주시가 주최해 왔다"라며 "(불놓기 중단에 대해)도지사에게 사전 보고했고, 별도 지휘를 받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원탁회의시 들불축제 대안을 묻는 질문에는 현행 유지 30.5%, 새별오름 그대로 보존 20.3%, 오름 불 놓지 않기 19.8%, 다른 축제 개발 18.2% 등 순으로 나타나 이를 인용했는데, 이는 숙의형 원탁회의 추진과정에서 목도한 행정의 복지부동과 이이제이(以夷制夷)식이 행정의 본심을 반영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27년 동안 24회 걸쳐 추진한 들불축제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부와 제주도 축제심의위원회, 역대시장·군수, 축제장 소재 단체장 등의 의견수렴 없이 2024년 들불축제 중단 등의 정책결정에 대해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강 시장은 "(불놓기 중단)결정 과정에 시장 개인이나 행정의 의견은 없었다"라며 "이는 주민참여조례에 반하는 일이다. 원탁위원회 운영위원회의 권고를 반영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12일 행정사무감사 답변을 하고 있는 강병삼 제주시장. ⓒ헤드라인제주
12일 행정사무감사 답변을 하고 있는 강병삼 제주시장. ⓒ헤드라인제주

한편 제주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축제는 존치하되, 획기적 변화와 개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달 19일 열린 원탁회의 최종 결과 들불축제 유지 50.8%, 폐지 41.2%로,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위원회는 축제 유지를 촉구하면서도, “제주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며 생태·환경·도민참여의 가치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변화를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 기후위기 시대, 도민과 관광객의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이러한 시대적 전환에 둔감할 수밖에 없었던 ‘관 주도 추진’, ‘보여주기식 축제 기획’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들불축제 존폐 논란은 지난 3월 개최된 들불축제가 국가적 산불위기로 인해 '불'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각종 공연 및 줄다리기, 듬돌들기 등과 같은 경연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나, '불'이 빠진 '반쪽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의미를 강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불' 없는 들불축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종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데 있다. 지난해에도 육지부 산불 재난상황으로 인해 들불축제가 전면 취소됐다. 1997년 처음 축제가 시작된 후 산불위험과 강풍, 코로나19 등으로 축제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사례는 8차례에 이른다. 이중 3번은 '불' 없는 축제로 진행됐다.

축제 존폐 논란의 한 축은 '개최 시기'와 관련된 문제이다. 매해 3월 경칩이 속한 주말에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3월부터는 봄철 산불대책이 추진되는 기간인데다 실제 산불 발생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3월 축제'를 다시 원래 취지에 맞게 음력 1월15일 정월대보름에 맞춰 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제주도가 추진하는 기후 변화시대 탄소없는 섬 정책과 맞지 않은 축제라는 점도 존폐 논란을 달아오르게 한다.

불 놓는 면적만 축구장 40여개 면적인 38만㎡에 이르고, 불을 지피는 과정에서 쏟아붙는 기름 양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름 불놓기를 위해 연출되는 불꽃놀이에 사용되는 화약도 수천 kg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시가 이번에 숙의형 원탁회의 결과를 수용해 축제의 전면 개선을 선언하면서, '오름 불놓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오름 불놓기'가 빠지면서 '제주들불축제'란 명칭도 상당부분 무색해지게 됐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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