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정당성 상실", 오등봉공원 개발 '공익소송' 재판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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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정당성 상실", 오등봉공원 개발 '공익소송' 재판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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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공익소송단 284명 제기 민간특례사업 무효확인 소송
환경단체 "민간특례사업 중단하고, 시민 위한 도시숲 조성하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조감도. ⓒ헤드라인제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조감도. ⓒ헤드라인제주

도시 숲 한 가운데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제주 오등봉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절차적 위법성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도민들의 공익소송 재판이 시작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지방법원은 31일 도민공익소송단 284명이 제기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실시계획 인가처분을 취소하기 위한 무효 확인소송의 첫 재판을 연다.

지난해 10월 공익소송이 제기된 지 7개월만이다.
 
공개적 모집을 통해 꾸려진 이번 공익소송단에는 토지주 및 사업 예정지 인근 지역주민, 시민 등 285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실시계획 인가의 무효사유로 '심각한 절차 위반' 문제를 들었다.

이들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다"면서 "현재까지 제주시가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특정되는 사안만 무려 다섯 가지나 된다"고 강조했다.

제주시가 절차를 위반한 사항은 △민간특례 기준 미충족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불이행 △환경영향평가서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미반영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미비한 상태에서의 사업승인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에 대한 검토 의뢰 미이행 등으로 제시했다.

◇ "2016년 '불수용' 결론 불구, 돌연 추진"

이중 '민간특례 기준 미충족'은 오등봉공원의 경우 민간특례사업을 시행 대상으로 부적합함에도, 기준을 무시하고 추진했다는 것이다. 

실제 제주시는 2016년 민간사업자가 민간특례사업을 제안한 것에 대해 내부 관련부서 검토를 거쳐, 경관 파괴 등으로 공원의 본질적 기능 훼손 등을 이유로 '불수용'으로 결론을 낸 바 있다. 

당시 제안된 민간특례사업은 공동주택 688세대 규모였다. 그런데 3년 후에는 돌연 사업 규모가 두 배가 넘는 1429세대에 달하는데, 민간특례사업을 수용해 추진했다.

공익소송단은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의 근거 법률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로, 이 법에서 민간특례사업의 시행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해당 공원의 본질적 기능과 전체적 경관이 훼손되지 아니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법에서 정한 공원의 본질적 기능과 전체적 경관을 훼손하는 사업으로, 법에서 정한 민간특례사업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도 이행하지 않아"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문제도 중요한 절차위반으로 꼽았다.

소송단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법에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의 통보는 ‘해당 계획을 수립·결정하기 전에 보완이 가능한 경우’에 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이행해야 하며, 조치결과를 협의기관(환경부)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제주시가 환경부(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대한 조치결과를 통보한 것은 2021년 8월 26일로, 환경영향평가 심의 통과(2021년 3월26일)되고, 실시계획 인가 고시(2021년 7년 28일) 이후에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계획을 수립, 시행하기 전에 보완하도록 한 규정을 어긴 것이라는 주장이다.
 
환경영향평가서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이 반영되지 못한 점도 관련법 위반으로 지적했다.

환경영향평가법에서는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협의를 거친 경우 그 협의내용의 반영여부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서 환경부는 사업지역에 서식하는 법정보호종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이에 대한 적정 저감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맹금류, 팔색조, 긴꼬리딱새, 맹꽁이, 애기뿔소똥구리 등 특정 종에 대해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추가 조사를 통한 서식현황과 영향 저감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소송단은 "이에 따라 이러한 협의내용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해당 종의 특성과 출현시기에 맞는 계절 조사가 필요했다"며 "하지만 사업시행자는 환경영향평가에서 현지조사 시기를 2020년 10월 29일에서 2021년 1월 28일 사이 가을, 겨울에 한정함으로써 여름철새인 팔색조, 긴꼬리딱새는 물론이고, 맹금류 중에 여름철새인 새호리기, 붉은배새매, 두견이, 그리고 장마철에 출현하는 맹꽁이, 여름철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애기뿔소똥구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사업시행자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서 제시한 법정보호종의 추가 조사 및 저감방안 제시를 누락했으면서도 환경부에 제출한 조치결과에는 이를 진행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하기도 하는 등 법에서 정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반영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미비한 상태에서의 사업승인이 이뤄진 점도 들었다.

환경영향평가법에서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가 끝나기 전에 사업계획 등에 대한 승인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에 대한 실시계획 인가는 7월에 이뤄졌는데, 공동사업시행자인 제주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반영결과를 사업승인 한 달 후인 8월에 환경부에 통보함으로써 법률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절차에서 전문기관의 검토 의뢰를 이행하지 않은 문제도 절차위반 사례로 지적했다.

소송단에 따르면, 제주특별법에서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대해서는 제주도지사에게 협의를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중앙행정기관의 장, 도지사 또는 제주도가 설립한 지방공기업이 사업시행자인 경우 제주도지사는 환경영향평가서에 관해 환경부장관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으며, 그 외의 사업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소송단은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경우 제주시와 민간사업자가 공동사업시행자이므로 이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의견을 들어야 함에도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기관 검토 의뢰 미이행은 법률에서 정한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검토 의뢰 의무를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 환경단체 "민간특례사업 중단하고, 시민 위한 도시숲 조성하라"

이러한 가운데, 이번 공익소송을 주도한 제주환경운동연합은 30일 성명을 내고 "제주도정과 제주시는 민간특례사업 중단하고, 시민 위한 도시숲 조성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도시공원 민간특례 대상 지정 및 민간사업자 선정과정에서부터 온갖 특혜 논란과 부정·비리 의혹을 불러왔다"면서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이 사업의 중단과 특혜·비리 의혹의 해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도민여론을 반영하듯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도지사 후보 다수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특혜·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 진행에 동의했고, 문제가 확인될 경우 사업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주시는 공익소송단이 승소할 경우 오등봉공원은 도시공원에서 해지되어 오히려 민간특례사업보다 훨씬 더 난개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도지사 후보들은 공익소송단이 승소하더라도 도시공원 유지를 위해 보호가 필요한 지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고, 순차적으로 토지를 매입해 오등봉공원을 도시공원으로 계속 기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라산국립공원과 이어지는 생태축을 보호해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오등봉공원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은 중단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284명의 오등봉공원 지키기 공익소송단은 제주도민의 이름으로 제주도와 제주시, 정치권에 촉구한다"면서 "지금이라도 오등봉공원의 민간특례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시민의 휴식공간으로서 오등봉공원을 조성하라"고 촉구했다.
 
◇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한편, 제주시와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시행하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전체 공원면적 76만 4863㎡ 중 12.4%인 9만 5426㎡ 면적을 비공원지역으로 지정해 총 1429세대 규모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지하 3층, 지상 14층 규모)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도시숲 한 복판에 1400세대가 넘는 대단위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대단위 아파트가 건설되면 학교 및 도로 신설, 새로운 주거지에 따른 추가적 인프라 확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난개발 논란이 분출되고 있다.

더욱이 이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혼돈 상황 속에서 이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절차도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데다, 개발사업의 인.허가 절차도 제주시와 민간개발업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면서 사실상 '셀프 승인'으로 이뤄졌다.

제주도와 제주시는 지난 2016년 이 민간특례사업에 대해 내부 검토를 통해 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불수용'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2019년 돌연 검토를 통해 사업추진을 결정했다. 

지난해에는 제주도와 행정시, 민간업자가 작당해 인.허가 절차를 밟아온 사실도 드러났다.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심의 부서 관계관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도시계획위원회 및 환경영향평가 심의 등의 인.허가 절차를 단 1회에 통과시키거나 약식으로 밟는 것으로 사전 모의한 사실이 회의결과 문건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이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할 도정이 도시계획위원회나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한낱 요식적 절차에 다름 없도록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했다. 

그럼에도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동의안 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그대로 통과시켜줌으로써 '한통속' 의혹을 자초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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