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아동 사망사고' 학원, 차량 운행일지 '허위 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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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아동 사망사고' 학원, 차량 운행일지 '허위 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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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 "6년간 동승자 없어"...지난해 기록에 동승 표시
동승자 없이 홀로 통학버스에서 내리던 9세 아동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해당 학원의 차량 운행일지 기록이 허위라는 증언이 제기됐다.
 
28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번 사고가 발생한 ㄱ 학원 통학차량 운전기사 ㄴ씨는 경찰 조사에서 수 년간 차량 동승자를 태운 적 없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ㄱ학원이 지난해 말 제출한 안전운행기록에는 지난해 3분기까지 동승자가 탑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4분기에는 동승자가 없다고 기록됐다.
 
안전운행기록은 지난 2020년 11월 27일부터 시행된 일명 '태호.유찬이법'(도로교통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13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탑승하는 통학차량의 경우 반드시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질 동승자를 탑승하도록 하고, 좌석 안전띠 착용 및 동승자 내역을 기록한 안전운행기록을 교육청에 분기별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ㄱ학원이 제출한 지난해 3분기 안전운행기록에는 보면 7, 8, 9월 모두 동승자에 'O' 표시가 돼있고, 10, 11, 12월에는 'X'로 표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통학차량 운전자 ㄴ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2015년경부터 동승자를 태운 적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 년간 동승자가 탑승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ㄱ학원은 동승자를 탑승했다고 표시한 것이다.
 
안전운행기록 일지에는 좌석 안전띠 착용 여부와 보호자 동행승차 여부를 단순히 O,X로 표시하게끔 나와있다.
 
'안전운행기록' 이라고는 하지만 누가 운행을 했는지, 동승자는 누구이며, 탑승시간은 몇시인지, 몇명의 아동이 탑승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기재되지 않는다.
 
기록이라고 하면서 업주의 결제칸도 없다. 제3자에 의한 검증 과정 조차 이뤄지지 않고 기록되는 것이다.
 
O와 X로만 표시하면 되기 때문에 허위로 작성한다 해도 현장에서 적발하지 않는 이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로 인해 안전운행기록 일지 자체에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교육당국의 안일한 점검 또한 이번 사망사고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의 경우, 분기가 끝나고 익월 20일까지 기록을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 기간동안 언제든지 온라인에 접속해 O,X 표시만 하면 동승자 탑승에 대한 검증은 마무리된다.
 
ㄱ학원은 지난 20일 지난해 4분기에 대한 안전운행기록을 온라인으로 제출했다. 사고가 발생하기 5일전이다.
 
4분기 기록에서는 동승자 표시에 'X'표시가 돼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당국이 이 운행기록을 확인해 조치를 취했더라면 이번 사망사고는 막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학원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통학버스에 대한 현장점검 또한 1년에 한번 꼴로 실시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전수조사가 아닌 선별을 통해 전체 차량의 10% 내외 수준으로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제주의 한 학원을 운영하는 ㄷ씨는 "2018년도부터 학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공무원이 점검을 하러 온 적은 없다"며 "점검을 한다고 해도 학원 차량 운행 일정과 겹치지 않도록 조율을 해야하는데, 현재까지 아무런 말도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안전운행기록을 허위로 작성해도 현장에서 확인하지 않는 한, 사실 확인이 어려운 면이 있다"고 인정하며 "전수조사를 비롯해 꾸준히 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태호.유찬이법은 2019년 5월 사설 축구클럽에 축구를 배우러 간 아동들이 클럽에서 운영하는 통학차량을 타고 돌아는 길에 운전자가 과속과 신호위반으로 교통사고를 내면서 세상을 떠난 아동의 이름을 따 제정됐다.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통학 차량은 반드시 신고를 하도록 의무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와 별개로 ㄱ학원이 통학차량 동승자로 기록한 사람은 원장 ㄹ씨로 확인됐다.
 
즉, 동승자를 별도로 고용하지 않고 원장이 동승자 교육을 이수해 자격만 갖춘 뒤 통학차량에는 탑승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이번 어린이 통학버스 사망사고는 지난 25일 오후 4시10분쯤 제주시 연동 신제주로터리 인근 도로에서 학원차에서 내리던 ㄱ양(9.여)이 차에 치여 숨진 사고다.
 
ㄱ양은 학원 차에서 내리던 중 문에 옷이 끼었고, 이 상태에서 갑자기 차량이 출발해 뒷바퀴에 깔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차량에는 어린이의 승·하차를 돕는 동승자가 탑승하지 않았다.
 
이 또한 어린이나 유아를 태울 때, 승.하차를 돕는 성인 보호자(동승자)의 탑승을 의무화하는 '세림이법'을 위반했다. 세림이법 또한 지난 2013년 3월 충북 청주시 산남동에서 고(故) 김세림 양(당시 3세)이 자신이 다니는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건 이후 개정된 도로교통법이다.
 
안전불감증에 비롯해 사고를 낸 운전기사와 학원, 허술한 제도의 맹점, 교육당국의 안일한 점검 앞에 또 다른 아동이 희생된 것이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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