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선언' 진정성 성토하다, 실천조치 나오자 예산삭감하며 '딴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느닷없이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송악산 보전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나서 그 배경을 두고 말들이 많다.
지난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 과정에서 세계유산본부 사업비로 편성된 '송악산 문화재 지정 가치 조사 용역 연구용역비' 6000만원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상임위원회 예산안 사전심사 과정에서도 이 예산은 온전하게 유지됐으나, 예결위 계수조정 막바지에 싹둑 잘라졌다. 사실상 제주도가 내년 추진하고자 한 송악산의 문화재 지정 가치조사를 실시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한 것이다.
참으로 놀랍고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로 하여금 송악산 보전을 위한 강력한 주문을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도의회가 '송악산 지키기'에 훼방을 놓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예산까지 전액 삭감하며 송악산 문화재 지정 추진을 가로막고 나선 도의회의 본심이 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송악산 문화재 지정 추진은 최근 원희룡 지사의 '청정제주 송악선언'의 실천조치 1호로 나온 내용이기는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도의회에서도 오래전부터 요구해온 사안이다.
중국 자본에 의해 추진돼 온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은 환경을 훼손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관 사유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이어져 왔다. 역사.문화적 가치가 큰 송악산을 중국자본에 팔아넘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5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동의안에 대해 '부동의'라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도 '송악산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송악산의 역사문화적 가치도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사항이다. 송악산 인근에는 셋알오름 일제 동굴진지(제310호),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일제 고사포진지(제316호), 송악산 외륜 일제 동굴진지(제317호) 등 국가등록문화재들이 즐비해 있다.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제442호인 연산호 군락 등도 있다.
그렇기에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이 문제를 공론화 하며 개발 중단과 문화재 지정 추진을 촉구한 바 있다.
제주도의회도 그랬다. 지난 2월 27일 환경도시위원회와 문화관광체육위원회 공동으로 마련한 '송악산 자연문화유산 가치'에 관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송악산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보전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세계유산급의 가치를 지닌 송악산에 대한 법적 보호 및 관리 체계가 미흡해 보존과 지속가능한 활용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랬던 도의회가, 문화재 지정가치 조사가 추진되자 '딴지'를 걸고 나서면서 의아스럽게 하고 있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의회의 기조는 원 지사의 송악선언의 진정성 추궁이었다. 지난달 도정질문에서 일부 의원들은 "송악산과 주상절리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선언한 원 지사의 진정성 및 실천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좌남수 의장까지 나서 "송악선언이 말 그대로 선언에 그칠 염려도 크다"며 구체적 실천방향 제시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원 지사가 송악선언 실천1호로 “제주 송악산을 제주도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는 약속과 함께, 문화재 지정을 통한 보전 방안을 제시하자, 이번에는 또 다시 말이 달라졌다.
'환영'은 인색했다. '문화재 지정 추진'이라는 원했던 답을 얻은 것임에도, 공개적으로 환영하는 이 한명 없었다.
오히려 문화재 지정 추진에 대한 우려 내지 부정적 견해들이 터져 나왔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하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반발하고 성토하는 의원도 있다.
최초 '진정성 프레임'이 '의견수렴 절차 프레임'으로 바뀌었으나, 실상은 문화재 지정을 반대하는, 송악산 개발에 찬성하는 측의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물론 문화재 지정 추진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의원들은 일부이다. 이번 문화재 지정가치 조사예산 삭감도 해당 지역구 의원의 요구로 감액됐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동안 송악산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강조해 온 의원들 마저 '침묵'하고 있는 현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구 의원 한 명이 아니라 실상은 모든 의원이 예산 삭감에 동조한 셈이다. 송악산 보존에 입장을 같이 해 온 더불어민주당이 독차지한 의회에서 송악산 문화재 지정가치 조사를 무산시킨 지금의 상황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송악산 지키기'에 대한 노골적 훼방에 다름 없다. 그때 그때 말 바꾸고, 시시각각 변하는 논리, 도의회의 '말의 성찬', 도대체 무엇이 본심인가. <헤드라인제주>
만약에 지속하려면
시.도의원은 정당없이 투표해야하고
처음처럼 무료봉사직으로 해야한다
무보수하기가 힘들면 안하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