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 환경영향평가 '제주도청 의견서', 사업자가 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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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환경영향평가 '제주도청 의견서', 사업자가 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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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검토의견서 문서정보, 작성자 사업자측으로 표기
환경단체 "제주도와 대행업체 유착 의혹...감사위 조사 필요"

환경 파괴와 경관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는 송악산 개발사업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심의를 앞두고 시민사회 반발이 크게 확산되는 가운데, 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제주도 검토의견서'가 사업자측에서 대신 작성해준 정황이 나타나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7일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제주도가 개발사업 승인부서를 통해 사업자에게 통보한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서'의 작성과정에 사업자측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사업자에게 통보한 '검토의견서'가 맞다면 문서를 작성한 주체는 당연히 제주도가 돼야 함에도, 문서파일의 작성자가 사업측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문서의 작성주체가 제주도가 아니라 사업자의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를 대행하고 있는 대행업체 직원으로 나타났다"며 "제주도가 보내온 한글문서의 '문서정보'를 확인해 보니 작성주체의 정보를 담고 있는 'USER(지은이)'란에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명과 직원명이 명시돼 있었다"고 밝혔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시한 사업자측이 대신 작성한 의혹.  문서정보에서는 작성자가 대행기관 직원의 이름이 적혀져 있다.ⓒ헤드라인제주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시한 사업자측이 대신 작성한 의혹. 문서정보에서는 작성자가 대행기관 직원의 이름이 적혀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어 "작성일자는 '2015년 1월 26일'로 되어 있고, 마지막 수정날짜는 1월 29일로 되어있다"며 "제주도가 사업자에게 검토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승인부서에 공문을 접수한 일자가 '2015년 2월 3일'이어서 시간적으로도 앞뒤 정황은 맞아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검토의견 작성을 제주도가 아닌 사업자 측, 즉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가 직접 작성했거나 작성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따라서 승인부서의 개입 여부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제주도의 환경영향평가 절차와 이를 포괄하는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제도는 도민의 신뢰를 잃을만한 심각한 수준으로 전락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개발사업의 인·허가 과정에서 제주의 환경보전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28일 제주도가 제출한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27일 시민사회 각계 대표 및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에서는 일제히 성명을 내고 '부동의'를 강력 촉구했다.
 
한편, 중국 칭다오에 본사를 둔 신해원 유한회사가 추진하는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은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송악산 유원지 일대 19만1950㎡ 부지에 총 3700억원을 투자해 461실 규모 호텔 2동을 비롯해 캠핑시설과 상업시설을 조성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이곳에 들어서는 숙박시설 면적만 5만147㎡에 이른다.

호텔 층수는 환경영향평가 심의과정에서 8층에서 6층에서 조정됐고, 2개 동 중 1개동은 다시 5층으로 낮추는 조건이 제시됐으나, 송악산 일대를 난개발로 몰아가면서 심각한 환경훼손은 물론 '경관 사유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시민사회 반대여론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인 인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도 수려한 자연경관의 훼손 및 경관 사유화 등을 이유로 들며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KEI는 환경영형평가 검토의견을 통해 "매우 수려한 자연경관은 공공의 자산이며, 개인이 독점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므로 자연경관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개발계획은 적정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재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심의절차는 그대로 진행되면서, 이를 둘러싼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27일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비롯한 각계 대표가 송악산 입구에서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헤드라인제주
27일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비롯한 각계 대표가 송악산 입구에서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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