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AO 평가기준 졸속...수산굴 등 환경훼손 문제제기
수산1리마을회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2공항 부지로 성산읍이 선정된 것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해 강력한 저지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산1리마을회는 "수산은 설촌 10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마을인데, 아닌 밤중에 이게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원희룡 도정은 지역 주민은 안중에나 있는 것인가. 어떻게 갑자기 주민의견 수렴 없이 제2공항 부지를 결정할 수 있나"라며 "마치 심장이 관통하는 것처럼 참담하나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수산1리마을회는 "우리는 이 땅의 주인이며 이 땅을 지킬 의무가 있다. 만일 이 계획이 백지화되지 않는다면 우리 자식, 우리 후손들을 더 이상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이 곳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곳을 지키기 위해 수산진성을 쌓아 모진 역경과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저항했던 조상들처럼 기필코 승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수산1리마을회는 공항입지 선정 과정에서 국제기준 ICAO 평가기준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계획 수립 전에 이해관계자 그룹의 조언을 구하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시행됐어야 하는데,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장적으로 공항부지를 발표한 것은 '국제기준 위반'이라는 것이다.
특히 제2공항 연구용역의 총괄 책임자인 김병종 교수가 속한 한국항공대의 재단인 '정석학원'은 사실상 대한항공의 영향 아래 있어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음을 주장했다. 이들은 제2공항 부지 인근 대한항공 소유 정석비행장의 입장을 대변했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수산1리마을회는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이해 관계자가 배제돼야 하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이라며 "제주 제2공항의 경우 하루 8편 정도 사용횟수에 남쪽으로 대략 5%의 공역이 중첩될 뿐인 정석비행장을 위해 공항부지를 변경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공항 예정부지 서쪽에 위치한 천연기념물 제467호인 수산굴이 훼손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수산1리마을회는 "수산굴은 세계자연유산적 가치가 있는 '가'급으로 분류된 매우 중요한 곳이다. 대한지질학회에 의뢰한 '세계자연유산지구 확대를 위한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1차 중간보고 결과 수산동굴 등은 세계자연유산 등재 신청 후보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이곳에 공항이 들어선다면 세계 자연유산급인 수산굴은 물론이고 학술적 가치가 있는 대다수의 용암동굴의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만약 공사 중에 학술적 가치가 있는 용암동굴이나 수산굴의 가지굴이 발견된다면 제주 제2공항 건설은 당연히 중단되고 공항 부지 자체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산1리마을회는 "예정된 곳에 공항이 들어선다면 국내 환경단체 반대에 부딪쳐 '제2강정마을'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이번 용역 결과가 반영돼 제2공항 부지가 확정 고시된다면 뜻을 같이하는 지역마을과 연대하고 전국적인 환경단체 등과 연대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보상 여부에 따라 의견을 달리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주민들은 "지금은 보상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앞으로 투쟁을 계속하겠지만 보상 관계는 절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이 자리는 부당성을 알리는 자리다. 제주미래에 관해 크게 봤으면 이런 자리가 절대 오지 않았을 사안"이라며 절대적인 반대 의지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제2공항 활주로와 인근 초등학교의 거리가 2.7km에 불과하다. 마을과의 거리도 400~500m밖에 되지 않는다. 이 마을에 사는 주민들만 950여명에 달한다"며 "현재로서는 대화의 여지가 없다. 추후 제주도청에 가서 반대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