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꽃밭, 꽃 가꾸기 체험에 초대합니다
상태바
서천꽃밭, 꽃 가꾸기 체험에 초대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김동섭 / 제주도설문대여성문화세터 팀장
김동섭 / 제주도설문대여성문화세터 팀장. <헤드라인제주>

비가 내립니다. 고사리 장마라고 하는 비가 오늘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따사함으로 세상이 바뀌더니 대지는 신록의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합니다.

겨우내 움추렸던 우리들도 시린 겨울을 매섭게 보내고 나서야 봄을 맞이하듯, 새로움으로 계절을 준비하고 있는 때입니다. 화사한 꽃들이 만발하는 이때 설문대여성문화센터(소장 고순아)에서는 서천꽃밭 꽃가꾸기 체험을 마련하였습니다.

신화에 의하면 가난한 김진국과 천하 거부 임정국이 한 마을에 살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사십이 가까워도 자식이 없자, 영겁 좋은 절에 불공(佛供)을 드려 각각 자식을 얻게 되는데, 김진국은 아들 사라도령을, 임정국은 딸 원강아미가 그들입니다. 이들은 사돈을 맺고 구덕혼사를 치룹니다.

이들이 스무 살이 될 무렵, 태기가 있어 원강아미의 몸은 항아리처럼 무거워졌습니다. 바로 이 때, 사라도령에게 서천꽃밭 꽃감관으로 들어서라는 하늘 옥황(玉皇)의 명이 떨어집니다. 부모를 모시고 살라는 남편의 당부도 마다하고, 서천꽃밭으로 가는 남편을 따라 아내 원강아미도 따라나서지만, 낮에 걷도 밤에 자는 그 길은 멀고도 험했습니다.

항아리처럼 부른 배, 콩구슬처럼 부푼 발 때문에 더 이상 갈 수가 없게 된 원강아미는 부자집 제인장제의 집에 종으로 팔아두고 가라고 합니다. 제인장제는 큰딸, 샛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은딸의 뜻에 따라 어머니 종과 뱃 속 아기를 종으로 들이게 됩니다. 부부는 이별하기 전 아들의 이름을 짓고 얼레빗을 반으로 꺾어 증거물로 나눕니다. 제인장제의 치근덕거림을 슬기로 모면하면서 종살이를 하던중 아들 할락궁이를 낳습니다.

계속되는 치근거림은 지혜로 물리치지만, 그들에게 닥친 고역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할락궁이는 낮에 쉰 마리를 소를 몰고나가 풀을 먹이고, 쉰 바리의 나무를 해야 했고, 밤에는 쉰 동의 새끼를 꼬아야 했습니다. 원강아미도 낮에 명주 다섯 동을, 밤에도 명주 세 동을 짜야하는 고역이었습니다. 눈물로 세수를 해야 하는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할락궁이가 열다섯이 되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고역을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가기로 합니다. 우선 증거물인 얼레빗 한쪽과 메밀 범벅 세 덩이를 가지고 아무도 몰래 길을 나섰지만 제인장제 집 천리둥이 날쌘 개들이 먼저 알고 쫓아옵니다. 우선 먼 문 밖을 나서는데 짖어대며 쫓아오는 개에게 범벅 한 덩이를 던져주고 먹는 사이 천리를 달아납니다.

또 한 덩이를 던져 먹는 사이애 만 리를 달리고, 또 한 덩이를 던져 먹는 틈에 수 만리를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한참 가다 보니 무릎에 치는 물이 있어 그 물을 지나가고, 또 한 참 가다 보니 잔등이에 치는 물이 있어 그 물을 넘어갔습니다. 또 한 참을 가다 보니 목까지 치는 물이 있어 그 물을 넘어가니 서천꽃밭이 보였습니다. 큰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고 그 아래 궁녀(宮女)들이 물을 길어 서천꽃밭을 가꾸기 위해 물을 주는 큰 연못이 있었습니다.

꽃밭에는 사람을 죽여 멸망시키는 ‘수레멸망 악심꽃’,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내는 ’환생꽃‘, 앙천 웃음을 터지게 하는 ’웃음 웃을꽃‘, 일가 친족간에 패싸움을 일으키게 하는 ’싸움 싸울꽃‘ 등 생명을 제어할 수 여러 꽃들이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 제주에는 아이를 잉태하게 하는 ’생불꽃‘, 집안을 번성하게 하는 ’번성꽃‘도 있었다고 합니다. 할락궁이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꽃을 얻어와 제인장제의 가족을 멸하고 어머니를 살려 낸 다음, 다시 서천꽃밭의 꽃감관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이 순환하고, 이 땅에 사람으로 오고가는 것은 우리 사람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언제 올지, 언제 갈지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운명(運命)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제주에서는 신이함을 가진 꽃감관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 생명을 제어할 수 있는 꽃들을 가구는 서천꽃밭이 있었고, 간절함을 더해 그 꽃으로 생명의 조화를 이루려 하였음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들은 삼승할망의 생불꽃으로 잉태되어 이 땅에서 일생을 살다가 적패지를 들고 찾아온 강님의 도움을 받아 꽃가마를 타고 이승을 하직하는 그런 존재였던 것입니다.

인간 생명을 제어할 수 있었던 많은 꽃들이 가꾸어졌던 서천꽃밭을 가진 이곳에, 서천꽃밭 꽃 가꾸기 체험장을 마련하였습니다. 신화의 참 의미를 이해하는 게기가 됨은 물론, 오름 형상 넘어로 커다랗게 마련된 서천꽃밭에서 색종이를 오리고 색지를 잘라 잎사귀와 꽃을 만들고 빨대로 꽃대를 만들어 꽃밭 가꾸기를 하는 과정을 해설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꽃밭 가꾸기 체험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함께하는 친구를 배려하는 우리 어린이들과 가족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꽃가꾸기 체험에 어린이와 선생님, 가족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김동섭 / 제주도설문대여성문화세터 팀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