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노동자들...왜 싸울수 밖에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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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 노동자들...왜 싸울수 밖에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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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억울한 10년' 광역환경센터 노동자 총파업 8일째
"곪아버린 구조, 더이상 못참겠다"...파업중 사고 우려도

제주광역환경관리센터 노동조합의 투쟁이 어느덧 8일째에 접어들었지만, 협상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걷고있다.

제주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가연성 폐기물을 태우던 광역환경센터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자 곳곳에서 '쓰레기 대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있다.

특히 최근 제주를 강타한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소각해야 할 쓰레기가 곱절로 늘어난 마당이라 걱정이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 파업에 돌입한 68명의 노동자들은 지난 8일부터 매일 제주도청과 제주시청 등의 관공서 앞에 몰려들어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행정을 규탄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꼭 한마디를 덧붙였다. "하루빨리 일터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은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이런 노동자들이 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1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용역구조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제주광역환경관리센터 노동자들. <헤드라인제주>
10일 제주도청 앞에서 용역구조 개선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한 제주광역환경관리센터 노동조합. <헤드라인제주>

# 폐기물소각장 노동자...파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노동자들은 파업에 돌입한 이유로 광역환경센터 운영의 용역체계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이들에 따르면 순수 제주도 예산으로 지어진 소각시설은 건설이 완료된 2002년부터 시공사인 D건설에 위탁돼 운영되고 있다. 올해까지 11년째 위탁운영을 맞고 있는 것.

그런데, 대형 건설사인 D기업은 위탁계약을 맺었을뿐 실질적인 운영은 D건설사의 하청업체인 W사가 맡고있는 상황이다.

운영관리의 주체가 직접적으로 행정과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흡사 '중간유통 과정'을 거쳐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이 과정에서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노동자들이다.

올해도 광역환경센터의 시설운영을 맡기로 한 D건설은 연초 각 행정시와 총 47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는 지난해 사업비인 43억5000만원보다 3억5000만원이 오른 8%의 인상률을 보인 수치다.

그러나 D건설이 다시 W사와 노무도급을 맺는 과정에서의 계약금은 지난해보다 약 4%에 오른 것에 그쳤다. 지난해 매출 총액이 35억6000만원이었지만 올해 재계약금은 37억원이었다.

관행대로라면 사업비 인상분 8%에 대한 증액비율은 W사에도 적용돼 계약금은 2억8000만원이 올라야 한다. 하지만 재계약금은 그 절반인 1억4000만원만 인상됐다.

W사가 마땅히 취할 수 있어야 할 이익을 D건설이 가로채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용역구조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제주광역환경관리센터 노동자들. <헤드라인제주>
9일 제주시청 앞에서 용역구조 개선 촉구 결의대회를 가진 제주광역환경관리센터 노동자들. <헤드라인제주>

이같은 악순환은 노동자들의 피해로 직결됐다.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에 노동자들은 9%의 임금을 인상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W사는 올해 노동자들과의 임금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딱 3%까지만 인상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합의점을 찾지못해 결렬된 협상은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까지 거쳤지만 결국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서게 된 배경이다.

# "10년째 곪은 문제 이제와 터지는 것"

대외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여기까지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현 상황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라고 호소했다. 지난 10년간 불거졌던 고질적인 문제가 이제서야 터져나왔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김기현 제주광역환경센터노조 위원장. <헤드라인제주>

김기현 광역환경센터노조 위원장은 "임금협상에 진을 빼다가 결국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하는 상황은 10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D건설사가 행정시와 위탁계약을 맺을때는 매 해마다 최소 5.5%에서 최고 9.8%의 인상률을 보였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은 고작 2% 정도씩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D건설사와 W사가 중간에서 가로챈 이득이 꾸준히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용역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지금같은 문제는 끝없이 반복된다"며 "센터에서 사용되는 예산은 모두 제주도민의 세금인데, 특정사가 이익을 취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위에 나선 노동자들이 외치는 구호가 "임금협상 문제 해결을 도와라"가 아닌 "불합리한 용역구조를 개선하라"가 된 이유는 이같은 속사정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이중으로 용역이 수주되는 현 구조를 개선하던지, 광역환경센터를 '공단'으로 만들어 제주도가 직접 관리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변경해 줄 것을 제주도정에 촉구했다.

# 파업 이어질수록 피해 불어나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이로 인한 피해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총 87명의 노동자가 운영하던 광역환경센터에서 현재 68명이 파업에 돌입하자 곳곳의 업무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재 남아있는 19명의 직원 중 실질적인 소각 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는 2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급한김에 D건설사는 육지부에서 9명의 인력을 급파했지만 역시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장에 우려되는 것은 안전사고의 위험이다. 시설의 유지와 보수.점검을 도맡던 직원들이 한번에 빠져나오면서, 사고가 발생한다 한들 수습할만한 직원이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쓰레기를 태우는 작업이라 화재의 위험도 상당하다. 이중 경력 10년차의 베테랑 직원들만 맡아오던 작업들도 있는데, 급하게 충원된 인력으로는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다.

제주 대기의 환경파괴 가속화도 지적된다.

종전까지 광역환경센터의 경우 대기의 오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정량의 쓰레기를 배정하고, 시간의 텀을 두면서 태우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현재는 쓰레기를 모으는 족족 소각장에 넣어버리면서 대기 오염물질이 과다하게 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질수록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소 운동이나 투쟁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던 노동자들은 오늘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라며 다음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누가 움직여야 할 차례일까. <헤드라인제주>

9일 제주시청 앞에서 용역구조 개선 촉구 결의대회를 가진 제주광역환경관리센터 노동자들. <헤드라인제주>
10일 제주도청 앞에서 용역구조 개선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한 제주광역환경관리센터 노동조합.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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