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600억 피해입는 감귤산업..."대책이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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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600억 피해입는 감귤산업..."대책이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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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 FTA 과수산업 지원책 '미비'...제주 큰 피해 우려
관련예산 소폭 상향...오정규 차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되면서 국내 1차산업의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제주지역에 대한 FTA보완 대책이 미비해 농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 농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감귤 산업에 대한 지원책은 소폭 상향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9일 오후 2시10분께 제주특별자치도 농어업인회관에서 '농정시책 및 FTA보완대책 제주지역 설명회'를 개최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9일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농정시책 및 FTA보완대책 제주지역 설명회'를 개최했다. <헤드라인제주>
농림수산식품부는 9일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농정시책 및 FTA보완대책 제주지역 설명회'를 개최했다. <헤드라인제주>

이번 지역설명회는 지난 4일 강원도를 시작으로 오는 13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FTA농어업 농어업 보완대책을 설명해 농정의 이해도 및 공감도를 제고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설명회는 농민들의 참여는 배제된 채 제주도와 행정시 1차산업 관련부서 관계자들과 각 지역 읍면동장, 농협, 농어촌공사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해 1시간 가량 이뤄졌다.

농림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미FTA가 발효된 이후 국내 농어업 생산액은 5년차에 7026억원, 10년차에 1조280억원, 15년차에 1조 2758억원이 감소될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의 경우 지역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감귤 산업의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됐다. 과수의 관세폐지가 장기화되거나 계절관세가 적용됨에 따른 것이다.

FTA가 발효되면 오렌지의 경우 계절관세 기간인 9월달에서 다음해 2월까지 현행관세를 유지하고 무관세 물량으로 2500톤을 제공하게 된다. 이후 비성수기인 3월부터 8월까지는 7년간 관세가 폐지된다.

결국 미국산 오렌지가 대량으로 국내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제주의 주력상품인 감귤의 상품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하되는 형국이다. 감귤은 15년간 관세가 폐지되지만, 내수시장의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위기에 놓인 셈이다.

특히 오렌지의 관세가 풀리지 않는 9월에서 2월 사이에 출하되는 일반감귤보다 연중 출하되는 시설감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한 제주감귤의 예상 피해액은 5년차까지 연간 665억원, 15년차까지 730억원, 그리고 향후 15년간 총 9585억원의 생산액 감소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FTA 체결에 따른 감귤류 지원방안은 거점산지유통센터 시설 및 과수고품질시설 현대화, 과원영농규모화 등에 그치고 있다.

FTA로 인한 감귤류의 연간 생산감소액은 연평균 639억원에 이르고 있으나,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밝힌 내년 예산규모는 384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올해 지원액인 265억원 보다 조금 상향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시설감귤의 피해를 예상하면서 감귤시설의 현대화를 모색하겠다는 '아이러니함'도 드러냈다. 거창한 계획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해당 정책에 대한 실효성이 검증됐는지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오정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헤드라인제주>
9일 열린 '농정시책 및 FTA보완대책 제주지역 설명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헤드라인제주>

# 오정규 차관 "FTA는 세계화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설명회에 이어 특강에 나선 오정규 농림부 제2차관은 "FTA는 세계화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강조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차관은 "국내에 우루과이라운드가 시작될때 당시 사람들은 한우가 한 마리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지금 330만두의 한우가 자라고있으며, 강원도 시설에서 나는 딸기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면서 2~3억원에 소득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비싼 것을 팔기 위해서는 더욱 잘 사는 나라와 경쟁해야 하고, 그 나라를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고 137개 FTA가 형성돼 있는데, 우리가 먹고살 것은 해외에 있지 5000만의 인구 갖고 안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 차관은 "이제 농민들 스스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힘을 길러야 한다"며 "제주도의 감귤이 어떻게 되고, 어떤 피해를 입을 것인지 미리부터 두려워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결코 농업을 홀대하는 것이 아니"라며 "단순히 돈을 집어주는 것은 이 땅의 농어민을 속이는 결과기 때문에, 이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설명회가 끝나고 철수하는 공무원들에게 농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설명회가 끝난 직후 급하게 철수하는 경찰병력. <헤드라인제주>
설명회가 끝나고 철수하는 공무원들에게 농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급마무리 된 설명회...농림부 성난 농민 피해 뒷문으로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은 행사장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 농민들을 의식한 듯 급하게 진행됐다.

이날 설명회에 앞서 전국여성농민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은 "FTA에 가장 피해를 보는 농민들"이라고 주장하며 설명회에 참석하겠다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농민들이 설명회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행사장 진입을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거친 몸싸움과 함께 농민 7명이 연행됐고, 남아있던 농민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목소리를 높여 행사의 부당함을 항의했다.

결국 행사장 안팎에서 긴장감이 감돌았고, 제주도 관계자는 행사를 급히 마무리 지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참석자는 "정부의 지원에서 제주가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하며 우선적인 지원을 요청했고, 오 차관은 "이번에 마련된 대책에서 제주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 분야가 꽤 늘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함께 자리했던 강관보 제주도농축산식품국장은 "질의하고 싶은 부분은 메모를 통해 제출하면 농림부 과장을 통해 건의할테니 긴박한 질문만 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농민회 등의 반발이 거센데, 정부 차원에서 중앙 농민회와 대화를 나눠 이를 완화시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에 오 차관은 "FTA대책이 FTA비준이 통과됨과 동시에 나왔어야 했는데 다소 늦어지면서 상황이 악화됐다"며 "앞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질의응답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마무리됐다. 약 두 시간 가량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날 설명회는 결국 한 시간여만에 급하게 마무리 지어졌다.

특강이 마무리되자마자 오 차관을 비롯해 농림부 관계자들은 성난 농민들이 진을 치고 있는 정문을 피해 경찰의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뒷문을 통해 농어업인회관을 빠져나갔다.

농림부 관계자들이 농어업인회관을 빠져나간 후 설명회를 들은 공무원들이 설명회장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농민들은 "도대체 농민들을 막고 안에서 무슨 밀실 작당을 했느냐"며 공무원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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