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등봉공원 개발, 절차적 정당성 상실"...시민들, 법적 대응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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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등봉공원 개발, 절차적 정당성 상실"...시민들, 법적 대응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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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공익소송단 285명, 민간특례사업 무효확인 소송 제기
"심각한 절차 위반 확인...잘못된 실시계획 인가 취소돼야"
"제주도-제주시-사업자가 한통속...오로지 개발탐욕 사익 쫓는 사업"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실시계획 인가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제주환경운동연합과 도민공익소송단이  21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실시계획 인가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제주환경운동연합과 도민공익소송단이 21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종합] 제주시내 도시 숲 한 가운데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오등봉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가 이 사업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섰다.
  
오등봉 도시공원 실시계획 인가 과정에서 나타난 절차적 정당성 상실 등의 문제를 제기해 온 제주환경운동연합과 도민공익소송단은 21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실시계획 인가처분을 취소하기 위한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익소송단은 지난달부터 공개적 모집을 통해 현재까지 토지주 및 사업 예정지 인근 지역주민, 시민 등 285명이 참여하고 있다.

소송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온라인을 통해 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공익소송단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공익소송을 통해 잘못된 실시계획 인가에 대한 취소소송을 진행해 제주시의 절차위반을 낱낱이 밝혀내겠다"면서 "특히 최근 사업자와 제주시 간 밀약으로 무리하게 사업추진이 이뤄졌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 만큼 제주시의 잘못된 행정행위를 분명하게 짚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공익소송은 도민의 환경권과 행복추구권의 보호, 환경 정의를 위한 일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을 통해 탐욕을 채우려는 토건세력에 대한 철퇴로써도 유의미하다"면서 "오로지 사익추구를 위해 공익사업마저 변질시키는 고질적인 병폐를 이번 소송을 통해 제주에서부터 뿌리 뽑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들은 실시계획 인가의 무효사유로 '심각한 절차 위반' 문제를 들었다.

이들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다"면서 "현재까지 제주시가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특정되는 사안만 무려 다섯 가지나 된다"고 강조했다.

제주시가 절차를 위반한 사항은 △민간특례 기준 미충족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불이행 △환경영향평가서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미반영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미비한 상태에서의 사업승인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에 대한 검토 의뢰 미이행 등으로 제시했다.

◇ "5년전 불수용했다가 돌연 추진"...민간특례사업 기준 '미충족'

이중 '민간특례 기준 미충족'은 오등봉공원의 경우 민간특례사업을 시행 대상으로 부적합함에도, 기준을 무시하고 추진했다는 것이다. 실제 2016년 행정 내부에서도 '불수용'으로 결론을 냈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공익소송단은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의 근거 법률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로, 이 법에서 민간특례사업의 시행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해당 공원의 본질적 기능과 전체적 경관이 훼손되지 아니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시는 지난 2016년 9월 민간사업자가 민간특례사업을 제안한 것에 대해 전체적인 경관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불수용한 바가 있다"면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민간특례사업은 5년전 제주시가 불수용 했던 공동주택 688세대의 두 배가 넘는 1429세대에 달하는데, 전문가의 평가에서도 이 사업의 시행으로 인한 경관훼손은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법에서 정한 공원의 본질적 기능과 전체적 경관을 훼손하는 사업으로 법에서 정한 민간특례사업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도 이행하지 않아"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문제도 중요한 절차위반으로 꼽았다.

소송단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법에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의 통보는 ‘해당 계획을 수립·결정하기 전에 보완이 가능한 경우’에 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이행해야 하며, 조치결과를 협의기관(환경부)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제주시가 환경부(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대한 조치결과를 통보한 것은 2021년 8월 26일로, 환경영향평가 심의 통과(2021년 3월26일)되고, 실시계획 인가 고시(2021년 7년 28일) 이후에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계획을 수립, 시행하기 전에 보완하도록 한 규정을 어긴 것이라는 주장이다.

◇ "환경영향평가서에 전략환경평가 협의내용 미반영"

환경영향평가서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이 반영되지 못한 점도 관련법 위반으로 지적했다.

소송단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법에서는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협의를 거친 경우 그 협의내용의 반영여부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서 환경부는 사업지역에 서식하는 법정보호종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이에 대한 적정 저감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맹금류, 팔색조, 긴꼬리딱새, 맹꽁이, 애기뿔소똥구리 등 특정 종에 대해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추가 조사를 통한 서식현황과 영향 저감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소송단은 "이에 따라 이러한 협의내용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해당 종의 특성과 출현시기에 맞는 계절 조사가 필요했다"며 "하지만 사업시행자는 환경영향평가에서 현지조사 시기를 2020년 10월 29일에서 2021년 1월 28일 사이 가을, 겨울에 한정함으로써 여름철새인 팔색조, 긴꼬리딱새는 물론이고, 맹금류 중에 여름철새인 새호리기, 붉은배새매, 두견이, 그리고 장마철에 출현하는 맹꽁이, 여름철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애기뿔소똥구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시행자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서 제시한 법정보호종의 추가 조사 및 저감방안 제시를 누락했으면서도 환경부에 제출한 조치결과에는 이를 진행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하기도 하는 등 법에서 정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반영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 "환경영향평가 절차 끝나기도 전에 사업승인"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미비한 상태에서의 사업승인이 이뤄진 점도 들었다.

환경영향평가법에서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가 끝나기 전에 사업계획 등에 대한 승인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에 대한 실시계획 인가는 7월에 이뤄졌는데, 공동사업시행자인 제주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반영결과를 사업승인 한 달 후인 8월에 환경부에 통보함으로써 법률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 검토의뢰도 생략"

환경영향평가 절차에서 전문기관의 검토 의뢰를 이행하지 않은 문제도 절차위반 사례로 지적했다.

소송단에 따르면, 제주특별법에서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대해서는 제주도지사에게 협의를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중앙행정기관의 장, 도지사 또는 제주도가 설립한 지방공기업이 사업시행자인 경우 제주도지사는 환경영향평가서에 관해 환경부장관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으며, 그 외의 사업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소송단은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경우 제주시와 민간사업자가 공동사업시행자이므로 이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의견을 들어야 함에도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면서 "유사 사례로 제주시가 사업시행자인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2018년), 서귀포시가 사업시행자인 ‘천미천(표선지구) 하천정비사업’(2020년)은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검토 의견을 들은 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기관 검토 의뢰 미이행은 법률에서 정한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검토 의뢰 의무를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 "제주도, 제주시, 사업자가 한통속...사업 전면 중단돼야"

이러한 절차 위반 문제를 지적한 소송단은 이번 오등봉공원 개발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소송단은 "기후위기와 복합오염시대에 도시숲과 녹지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고, 국가 차원은 물론 지방정부에서도 도시의 숲과 녹지를 늘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내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시대적 흐름과 동떨어져 제주시는 오등봉공원의 숲과 녹지를 파괴하고 대규모 아파트 개발을 추진하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오등봉공원은 제주시 도심 내에 위치함에도 팔색조, 긴꼬리딱새, 벌매, 원앙, 맹꽁이, 애기뿔소똥구리 등 수많은 법정보호종이 서식할 만큼 제주시 도심 생태계의 보고"라며 "게다가 주변에 오름과 울창한 숲, 하천이 어우러져 빼어난 비경을 선사하는 곳으로 경관적으로도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도시공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곳은 도민들의 심리적 안정과 치유를 돕는 산책로를 비롯해 도민교육을 담당하는 한라도서관과 도민의 문화향유를 돕는 제주아트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며 "나아가 일제의 전쟁범죄를 알려주는 진지동굴 유적 등 역사의 공간이기도 하며, 환경적으로, 교육적으로, 사회적으로 반드시 보전해야 하는 공간이 바로 오등봉공원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송단은 "하지만 이런 중요한 공간에 제주시는 무려 1400세대가 넘는 초고층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허용하겠다고 한다"며 "만약 이대로 사업이 강행된다면 이 지역의 빼어난 경관은 완전히 파괴되고 사유화되며, 법정보호종들은 서식지를 잃게 될 것이 뻔하다. 인근의 오름과 하천에 대한 환경오염과 파괴도 불가피하다. 나아가 대규모 아파트 공사 이후 쏟아낼 생활하수의 적정 처리방안도 부재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숱한 문제와 논란에도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말 그대로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며 "각종 심의를 이례적으로 단시간에 통과하고, 제주도의회의 동의절차도 가뿐히 넘어섰는데, 이렇게 문제가 많은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제주도와 제주시, 사업자가 한통속이 되어 이번 사업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작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또 "이를 알려주듯 사업 초기부터 각종 특혜의혹이 쏟아졌다"면서 "사업자, 행정이 함께 사업허가를 위한 대책회의도 개최했으며, 최근에는 비상식적인 협약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특히 협약내용에 실시계획 인가 시점까지 못 박은 사실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사업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힐 정도"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환경보전과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가치를 파괴하고 오로지 개발탐욕에서 비롯된 사익을 쫓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즉각 중단되어야 마땅하다"면서 "이번 공익소송은 사업 중단과 나아가 백지화에 물꼬를 트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1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제주환경운동연합과 도민공익소송단.ⓒ헤드라인제주
21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제주환경운동연합과 도민공익소송단. ⓒ헤드라인제주

◇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속전속결 비결은?

한편,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도시숲 환경생태계 파괴 논란에도 제대로 된 주민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강행되면서 '문제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제주시와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시행하는 이 사업은 전체 공원면적 76만 4863㎡ 중 12.4%인 9만 5426㎡ 면적을 비공원지역으로 지정해 총 1429세대 규모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지하 3층, 지상 14층 규모)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도시숲 한 복판에 1400세대가 넘는 대단위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대단위 아파트가 건설되면 학교 및 도로 신설, 새로운 주거지에 따른 추가적 인프라 확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난개발 논란이 분출되고 있다.

더욱이 이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혼돈 상황 속에서 이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절차도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데다, 개발사업의 인.허가 절차도 제주시와 민간개발업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면서 사실상 '셀프 승인'이라는 근본적 모순을 안고 있다.

특히 이 민간특례사업은 5년 전 제주시 관계부서 검토에서 이미 '불가' 결론이 내려졌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사업을 추진해 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기도 했다. 실제 2016년 9월 제주시에서 시장 결재까지 이뤄진 사전 검토서를 보면 결과는 '불수용'이었다. 

민간특례사업이 추진되면 공원의 본질적 기능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대규모 주택 및 상업지역을 개발할 경우 전체적인 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고, 대규모 교통량 유발에 따른 교통혼잡 가중, 지역주민 반대 등을 불수용의 핵심 사유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이 내용을 철저히 숨기고 사업을 재추진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제주도와 행정시, 민간업자가 한 통속으로 작당해 인.허가 절차를 밟아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해 3월 환경영향평가심의 부서 관계관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도시계획위원회 및 환경영향평가 심의 등의 인.허가 절차를 단 1회에 통과시키거나 약식으로 밟는 것으로 사전 모의한 사실이 회의결과 문건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할 도정이 도시계획위원회나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한낱 요식적 절차에 다름 없도록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시민들을 속이고 농락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협약서를 통해 나타난 '8월10일까지 인가' 등의 짬짜미 논란은 이 밀실 작당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도 제주도의회도 '한 통속'이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 심의 과정에서 이 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내용에 대해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졸속적 심사로 의결했다. 

본회의에서도 다수 의원들의 찬성 표결로 그대로 통과됐다.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책무를 망각한 채 개발사업의 '지원군'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사실상 도정과 도의회의 '비호' 아래 추진되고 있는 이 개발사업과 관련한 의혹은 앞으로 대선 및 지방선거 정국에서 큰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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