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밀실.불통'...개발사업 '불가' 결정 뒤집고, 밀실 추진
추진과정 '절차위반'...꽁꽁 숨겨온 협약서도 그들만의 '짬짜미'
도시 숲 한 가운데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오등봉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다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의 논란도 점입가경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혹 연발에, '제2의 대장동 비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 '비리 게이트'로 확신하거나 단정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일련의 행정행위는 매우 부적절했거나 잘못됐다는 점이다. 사업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고, 타당성도 정당성도 찾기 어렵다. 추진과정도 의문 투성이다. 행정기관과 민간사업자간 유착 개연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하는 이유다.
그간 진행됐던 추진 과정을 보자.
제주시와 호반건설 컨소시엄인 오등봉아트파크가 공동 시행자로 돼 있는 이 민간특례사업은 총 사업비 8162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제주시 오등동 1596번지 일대 오등봉공원 부지를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로 조성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전체 공원면적 76만 4863㎡ 중 66만 9783㎡는 공원시설로 조성하고, 나머지 9만 5080㎡ 면적을 비공원지역으로 지정해 총 1429세대 규모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지하 3층, 지상 14층 규모)를 건설하게 된다.
그동안 추진 과정을 보면,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지난해 1월 말이다. 이어 지난해 6월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을 거쳐, 9월에는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았다.
이후 12월 18일 제주시와 민간사업자간 민간특례사업 협약서가 체결됐고, 올해 1월 공원조성계획 결정.고시가 이뤄졌다. 3월에는 재해.교통.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했고, 제주도의회가 지난 6월 임시회에서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통과시키자 7월28일자로 실시계획을 인가.고시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실시계획 인가까지 소요된 기간은 1년 6개월 남짓했고, 협약서가 체결된 후에는 불과 7개월만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 아닐 수 없다.
여타 개발사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일이다. 대부분 개발사업심의위원회 절차 등에서부터 제동이 걸리기 일쑤다. 그것도 사업비 규모가 8000억원대에 이르고 있고, 도시숲이라는 환경의 훼손을 동반하는 사업이라면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민간특례사업은 거침없고 최단 기일 내 모든 절차를 끝냈다. 여기에서부터 의문과 논란은 시작된다. 그리고 베일에 가려졌던 추진 과정의 놀라운 일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게 된다.
◇ 5년 전 '불가' 결정해놓고 번복, 왜?
그 첫번째로, '불가' 결정의 번복이었다. 5년 전 행정당국의 검토에서는 오등봉공원의 경우 난개발 우려 등의 문제로 민간특례사업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해 놓고, 뒤늦게 이를 번복해 추진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제주시가 2016년 9월 기안한 행정문서 '오등봉근린공원 민간조성특례사업 사전검토 요청 관련 검토결과'에는 분명하게 '불수용'이라고 적시돼 있다. 제주도와 제주시가 함께 검토한 결과이다.
민간특례사업이 추진되면 공원의 본질적 기능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대규모 주택 및 상업지역을 개발할 경우 전체적인 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고, 대규모 교통량 유발에 따른 교통혼잡 가중, 지역주민 반대 등을 불수용의 핵심 사유로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오등봉공원은 임상이 양호하고 자연녹지지역으로 우리시에서는 가급적 저층(4층) 저밀도로 개발을 계획하고 있으나 제안한 민간특례사업은 대규모 공동주택의 입지로 전체적인 경관훼손 우려, 하천변에 입지해 있어 하천오염 및 재해 위험 우려, 인근 제주아트센터, 한라도서관 등과 연접해 있어 교통난 등 종합적인 검토결과에 따라 수용 불가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행정문서는 담당공무원과 과장, 국장, 부시장, 시장 결재까지 이뤄져 있었다.
이후 제주도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5개년 계획'을 통해 일몰제에 대비해 2300억원을 투입해 해당 부지 전체를 매입해서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다가 2019년부터 돌연 사업 강행으로 돌아섰다. 종전 '불가' 결정이 이뤄졌던 사실은 철저히 숨긴채 사업을 추진했다. 아파트 개발규모는 당시보다 갑절 가까이 확장됐음에도, "난개발은 아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로 사업을 밀어붙였다. 시민들을 기만하고 속이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설령 비공원시설 면적이 30% 미만이라 하더라도, 대단위 아파트가 건설되면 학교 및 도로 신설, 새로운 주거지에 따른 추가적 인프라 확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초 검토에서 '불가' 판단이 내려진 이유도 바로 이러한 점이 감안됐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당시 도시공원기본계획에 민간특례에 관한 근거가 없어서 불수용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이유도 제시했는데 이 또한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한 마디로 궤변이다.
"지방채를 발행해 전체 공원을 매입할 계획이었으나, 토지 보상가 상승 및 열악한 재정여건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고, 해당 공원부지가 일몰제로 해제될 경우 오히려 난개발이 우려돼 민간특례사업을 결정한 것"이라는 해명이 그나마 이해는 가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절차와 방법이 잘못됐다.
이 변명이 진정이었다면, 민간특례사업을 결정할 당시부터 시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제주시는 모든 걸 철저히 숨겼다. '불가' 결정이 내려졌던 것도 숨겼고, 민간특례사업 결정과정에서 시민들은 철저히 배제시켰다.
최소한 시민의견 수렴절차도 없었다. 시민들과의 소통은 커녕, '불통행정'의 극치를 보여줬다.
◇ 행정-사업자 속전속결 인.허가 작당..."행정 농단"
두번째, 사실을 은폐하며 시민들을 속여 온 것도 모자라, 행정당국과 민간사업자가 한 통속으로 작당해 인.허가 절차를 밟아온 점은 절차적 문제를 떠나 '행정 농단'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3월 열렸던 제주도 관련회의 결과 문서를 보면, 당시 도시공원 개발사업 부서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관련 부서 관계관, 심지어 건설업자까지 회의에 참여토록 한 후 환경영향평가에서부터 도시계획위원회 등의 인.허가 절차는 단 1회에 통과시키거나 약식으로 밟는 것으로 사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계획위원회는 물론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도정의 직접적 개입 하에 한낱 요식적 절차의 '통과 의례'로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의도 단 1회로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는 지금까지 이뤄진 인.허가 관련 모든 절차가 '짜고치는 각본'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일반 개발사업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엄격하게 이뤄져야 할 '인.허가 절차'를 행정당국 스스로 무력화시키며 행정의 일관성과 원칙, 신뢰성을 모두 저버린 것이다.
◇ 코로나19 혼란상황 이용해 '의견수렴' 패싱...절차적 민주성 결여
세번째, 절차적 민주성의 결여된 문제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절차 위반의 문제도 숱하게 나타났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시민 의견'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돈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한번 없었다.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급해도 시민들이 영위하는 도시숲을 훼손하며 대단위 개발을 하는 사업의 경우 시민 공감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집합행사가 금지되고 있는 상황을 틈 타, 공청회 등의 절차도 없이 사업을 강행한 것은 시민들의 의견 개진 권리를 송두리째 박탈한 것이다. 일방적이고 독선적 행정의 극치다. 그것도 '소통으로 여는 행복한 제주시정'을 표방한 제주시 당국이 '반 시민, 반 불통'으로 폭주하고 있으니, 더욱 기가 막히다.
◇ 시민들 절차위반 공익소송에, 안동우 시장 반색?
절차 위반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환경단체와 시민 285명으로 구성된 도민공익소송단은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실시계획 인가 무효를 확인하는 공익소송을 제기했다.
제주시의 행정행위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제주시가 절차를 위반한 사항은 크게 앞서 언급한 민간특례 기준 미충족 문제를 비롯해,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불이행 △환경영향평가서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미반영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미비한 상태에서의 사업승인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에 대한 검토 의뢰 미이행 등으로 제시했다.
안동우 시장은 최근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이 행정소송에 대해 반색하며, 오히려 이 소송을 통해 사업의 정당성을 얻을 자신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안 시장의 발언에 참으로 실망이 크다. 이는 시민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시장의 자세가 아니다.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이러한 절차관련 소송이 제기됐다는 것 자체가 시민 의견 수렴에 부족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고, 절차 진행 과정에 소홀함 또는 부족함이 있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설령 요식적 절차를 통해 법적 하자는 없는 것으로 판결받는다 하더라도, 시장의 위치에서는 좀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 꽁꽁 숨겨오다 드러난 '짬짜미' 협약서
네번째, 제주시와 민간사업자가 지난해 12월 체결한 협약서에서 드러나 문제다. 한 마디로 시민들을 배제시킨 채 그들만의 '짬짜미' 협약이 아닐 수 없다.
이 협약서 내용은 그동안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왔다. 시민사회에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공개를 요구할 때도 제주시는 비공개로 일관했다. 그러다 이번에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홍명환 의원의 자료공개 요구에 협약서 내용의 전말이 드러났다.
협약서 내용은 한 마디로 충격적이었다.
인.허가권자인 제주시당국이 사업자와 인가를 해야 하는 마지노선인 날짜까지 협약서에 명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명시된 날짜까지 실시계획 인가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제주시장의 귀책사유'로 삼는다는 조항까지 넣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협약서 제18조(실시계획 인가)의 2항에서는 "2021년 8월 10일까지 실시계획을 인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욱이 협약 제30조(시장의 귀책사유 및 처리)에서는 시장의 귀책사유로 보는 사유 중 하나로 "시장이 제18조 제2항에서 정한 기한까지 실시계획을 인가하지 아니한 경우"를 적시했다. 즉, 8월 10일까지 인가를 하지 않으면 시장의 귀책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3월 '회의'를 통해 작당했던 내용의 연장선상이자, 실제 행정 인.허가가 얼마나 요식절차로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 할 수 있다.
본격적 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문제 없음' 내지 '통과'로 답을 정해 놓고, '셀프 승인'의 인.허가 절차를 밟아온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협약서 제44조(비밀유지)에서는 "본 협약 체결일로부터 본 협약의 해지나 종료 이후 5년 동안 본 협약의 조건 및 본 협약을 수행하면서 얻어진 정보를 보관하며 상대방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자에게도 동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다."고 조항까지 있었다.
이 사업이 종료되고 정산된 후에도 5년까지도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들의 알권리를 차단하는 것이자, 사실상 그들만의 정산으로 끝내겠다는 '밀약'에 다름 없다.
도저히 납득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을 무시하고 기만해도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는 도의회, 어줍은 변명 급급
더욱이 답답한 것은 제주도의회다. 지난 6월 환경도시위원회는 앞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단 한번 제대로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졸속적 심의로 의결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본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찬성 표결에 가세하는 이해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책무를 망각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도의회는 여전히 본질을 회피하며 자기 합리화와 어줍은 변명에 급급해 있다. 지난 22일 열린 환경도시위원회의 제주시 상대 행정사무감사는 그 결정판이었다. 의원들마다 자기 변명을 쏟아냈고, 일부는 제주시 당국의 입장을 두둔하기도 했다.
또 다른 상임위원회 감사에서는 '환경단체 등과 대화하며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안 시장의 발언에 한 의원이 정색하며, "환경단체에 끌려달리지 말고, 도의회와만 대화하면 된다"는 취지의 질타와 주문을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홍명환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이 사업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지만, 다수 의원들은 여전히 개발사업의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시, 민간사업자 뿐만 아니라, 상당수 의원들까지 한 통속이 되어 이 사업을 비호하고 있는 것이다.
◇ 타당성.정당성 상실한 사업,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이 사업은 민간특례사업 기준 사전 검토를 통해 이미 타당성이 없는 것이 나타났고, 그 추진과정의 절차적 정당성도 상실했다.
이제 더 이상 밀어붙이기로 강행할 명분도 없다. 일단 사업을 중단하고, 더 늦기 전에 제기된 의혹들을 풀고 넘어가야 한다. 협약서에 대해서도 다시 시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초과이익 환수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가운데,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한 의견도 추가적으로 들을 필요가 있다.
제주시의 주장대로 실시계획 인가를 통해 일몰제의 공원 해제 위기는 일단 넘긴 셈이기 때문에, 사업을 다급하게 서두를 이유는 없다. 공익소송도 제기된 상황인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첫 단추가 잘못 꿰었다면, 검증 내지 재검토는 원점에서 시작돼야 한다. <헤드라인제주>
시민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기나 했나?
제주시민을 들러리로 아는 안동우는 시장 자격 없는 바지사장이다.
사퇴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