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계획 인가 못하면 시장 귀책사유, "일몰기한 때문"
타당성 검증용역 '셀프검증'..."전혀 인지할 수 없는 상황"
제주시내 도시 숲 한 가운데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오등봉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크게 확산되는 가운데, 제주시 당국이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제주시는 19일 오전 별도 브리핑을 열고 이 사업과 관련한 논란과 의혹에 대한 해명입장을 밝혔다. 해명은 그동안 많은 의구심이 표출됐던 제주시 당국과 민간사업자간 '짬짜미' 의혹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시장 귀책사유 명시', 도시공원 일몰제 기한 때문"
먼저, 안동우 제주시장과 민간사업자가 지난해 12월 체결한 협약서에서 '8월 10일까지 실시계획인가를 득하지 못할 경우 제주시장의 귀책사유'를 명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몰제 기한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제주시는 "협약서에 '8월 10일'을 명시한 사유는 장기미집행공원인 오등봉·중부공원의 일몰기한이 2021년 8월 11일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8월 10일이 경과하게 되면 도시공원이 자동일몰폐지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 사항"이라며 "국토교통부 표준협약(안)에도 인가기한이 명시되어 있는 사항이다"고 주장했다.
또 "협약서상의 제주시장 귀책사유는, 실시계획인가 등을 위한 각종 심의 등의 협의절차가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유없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주시장의 귀책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실시계획 인가기한 및 귀책사유 명시로 제주시 당국이 인.허가 절차를 한낱 요식절차로 전락시킨 부분에 대해서도 해명하지 않았다.
이 협약서 내용에서 '5년간 비밀' 약속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타 지자체의 비밀유지 규정을 준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주시는 협약서 제44조(비밀유지)를 통해 "본 협약 체결일로부터 본 협약의 해지나 종료 이후 5년 동안 본 협약의 조건 및 본 협약을 수행하면서 얻어진 정보를 보관하며 상대방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자에게도 동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제주시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협약서는 행정과 민간공원추진자 쌍방간에 맺은 계약서로서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정보제공시 상호 간의 동의가 요구되며,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부분의 타지자체의 비밀유지 규정을 준용해 적용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민간특례 개발사업을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나 안동우 제주시장이 제안했느냐는 질문에는 "제주도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제주시는 "민간특례 개발사업은 제주도가 정책적으로 도시계획시설 일몰을 방지하기 위해 제안한 것"이라며 "도시계획시설을 지방채로 매입하고 있는데, 지방비가 많이 투입되면서 두 공원(오등봉, 중부)에 대해서는 민간특례 정책으로 추진하게 된 것으로, 지시에 의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타당성 셀프검증? 제안서 평가위원 참여여부 인지할 수 없는 상황"
'타당성검증용역 셀프 검증' 의혹에 대해는, 2019년 11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실시한 사업자 제안서 평가 내용이 비공개 되면서, 타당성용역 참여 연구원이 제안평가에 참여했는지 여부에 대해 제주시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2019년 11월 제주도의 제안평가 당시 담당 과장이 2020년 1월 타당성검증용역 시점에 제주시청 담당 국장으로 전보됨에 따라,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에 있음에도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못했다.
제주시는 "제주도의 제안서 평가위원 및 평가점수 등에 대한 것은 비공개를 원칙으로하고 있고 현재까지도 제주시에 비공개된 사항"이라며 제주연구원의 타당성용역 참여 연구원이 제안평가에 참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제주시에서는 전혀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주시는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어야 셀프검증이라고 하겠지만, (문제가 제기된 연구원은)일부에만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셀프검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어느 지자체 보다도 철저한 검증을 위해 제주 지역의 자연・인문・환경 등 많은 분야의 방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 제주연구원에 타당성검증용역을 의뢰한 것"이라며 "사업 관철을 위한 의도적 셀프검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업비, 세대수 최종 확정 후 변경될 것...부풀리기 아니다"
아파트 사업규모가 줄어들었음에도 제안서상 사업비를 그대로 명시해 '사업비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는 "최종 사업비는 주택건설사업이 승인된 이후 변경되도록 협약서에 명시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제안서에는 최초 1630세대로 제시됐으나, 2020년 8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1432세대, 2020년 9월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1429세대, 지난 3월 환경영향평가심의회에서 1422세대로 축소됐다.
그런데 제주시가 사업자의 제안서상의 사업비를 지속적으로 명시하면서, 사업비를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제주시는"세대수가 최종 확정돼 주택건설사업 승인 처분이 이뤄지는 2023년 이후에 총사업비 및 사업계획, 협약 등의 변경이 이루어지도록 협약서에 명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률 '편법 정산 방지' 전문가 워킹그룹 운영"
사업자가 사업비를 부풀려 수익금을 편법으로 올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제주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전문가 워킹그룹을 운영해 전체 금액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오등봉 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에서 사업자의 수익률은 최초 사업제안 당시 제시한 8.9%를 보장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토지보상비와 공사비 등 사업비를 부풀려 정산할 경우, 사업자가 가져가는 수익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시는 "공원시설의 경우 설계.시공.준공 단계에서 검증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서도 "비공원시설은 검증방안이 없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제주시는 "비공원시설에 대해 설계 단계에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운영해 전체 금액을 검증하고, 국토교통부의 기본건축비와 사업자의 사업비를 비교하면 부풀리기 의혹은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시 "오등봉 민간특례 협약서, 공공성.투명성 강화한 것"
제주시는 "오등봉·중부공원 민간특례사업 협약서는 '국토교통부 표준협약(안)'을 기준으로 타지자체 협약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분석해 공공성, 투명성을 더욱 강화한 협약서"라며 "국토교통부의 표준협약을 벗어났다는 내용과 사업자를 대신해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해결해 주고 투자 위험 리스크를 제주시가 떠안았다는 보도사항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20년 12월 민간사업자와 협약을 체결할 때부터 사업과정에서는 건설사업관리용역을 제주시에서 선정토록하고, 사업종료시 시장이 선정한 전문회계기관을 통해 사업비를 정산할 것"이라며 "초과이익이 발생될 경우 100% 무상 기부 등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고 전국적으로 가장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전 행정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많은 논란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속전속결 비결은?
한편,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도시숲 환경생태계 파괴 논란에도 제대로 된 주민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강행되면서 '문제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제주시와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시행하는 이 사업은 전체 공원면적 76만 4863㎡ 중 12.4%인 9만 5426㎡ 면적을 비공원지역으로 지정해 총 1429세대 규모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지하 3층, 지상 14층 규모)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도시숲 한 복판에 1400세대가 넘는 대단위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대단위 아파트가 건설되면 학교 및 도로 신설, 새로운 주거지에 따른 추가적 인프라 확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난개발 논란이 분출되고 있다.
더욱이 이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혼돈 상황 속에서 이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절차도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데다, 개발사업의 인.허가 절차도 제주시와 민간개발업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면서 사실상 '셀프 승인'이라는 근본적 모순을 안고 있다.
특히 이 민간특례사업은 5년 전 제주시 관계부서 검토에서 이미 '불가' 결론이 내려졌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사업을 추진해 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기도 했다. 실제 2016년 9월 제주시에서 시장 결재까지 이뤄진 사전 검토서를 보면 결과는 '불수용'이었다.
민간특례사업이 추진되면 공원의 본질적 기능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대규모 주택 및 상업지역을 개발할 경우 전체적인 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고, 대규모 교통량 유발에 따른 교통혼잡 가중, 지역주민 반대 등을 불수용의 핵심 사유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이 내용을 철저히 숨기고 사업을 재추진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제주도와 행정시, 민간업자가 한 통속으로 작당해 인.허가 절차를 밟아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해 3월 환경영향평가심의 부서 관계관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도시계획위원회 및 환경영향평가 심의 등의 인.허가 절차를 단 1회에 통과시키거나 약식으로 밟는 것으로 사전 모의한 사실이 회의결과 문건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할 도정이 도시계획위원회나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한낱 요식적 절차에 다름 없도록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시민들을 속이고 농락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협약서를 통해 나타난 '8월10일까지 인가' 등의 짬짜미 논란은 이 밀실 작당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도 제주도의회도 '한 통속'이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 심의 과정에서 이 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내용에 대해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졸속적 심사로 의결했다.
본회의에서도 다수 의원들의 찬성 표결로 그대로 통과됐다.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책무를 망각한 채 개발사업의 '지원군'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실시계획인가 취소를 위한 공익소송을 준비 중이다.
사실상 도정과 도의회의 '비호' 아래 추진되고 있는 이 개발사업과 관련한 의혹은 앞으로 대선 및 지방선거 정국에서 큰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