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협약서 '시장 귀책사유' 인가 기한, 제주에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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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 협약서 '시장 귀책사유' 인가 기한, 제주에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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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계획 인가 날짜까지 명시..."인가 못하면 시장 귀책사유"
민간사업특례 추진 타 지자체엔 귀책사유 조항 명시 안돼
국토부 표준협약안보다도 '시장 책임' 이중적 기술 의아
제주시 "표준협약서에 있는 것"...홍명환 "그것도 왜 두번씩이나?"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조감도.ⓒ헤드라인제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조감도. ⓒ헤드라인제주

도시 숲 한 가운데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오등봉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과 관련한 제주시당국과 민간사업자가 체결한 협약서 내용이 뒤늦게 공개된 가운데,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실시계획 기한 내 인가'에 대한 '시장 귀책사유' 조항은 타 시.도 민간특례사업 협약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철저히 비밀에 부쳐오다 최근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료로 제출하면서 공개된 협약서 내용을 보면, 제주시와 민간사업자는 사업 인가 날짜를 정해 놓고 기한 내 인가가 이뤄지지 못하면 제주시장의 귀책사유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협약서 제18조(실시계획 인가)의 2항에서는 "인가신청이 있는 경우 시장은 본 협약, 시장과 민간공원 추진자 간에 합의한 결과가 반영되었는지의 여부를 확인한 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2021년 8월 10일까지 실시계획을 인가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제30조(시장의 귀책사유 및 처리)에서는 시장의 귀책사유로 보는 사유로 크게 3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2항에서는 "본 사업의 실시계획 인가 및 변경과 관련된 인.허가 협의의무를 포함한 행정처리 지연 등 시장의 명시적 의무사항을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이행하거나 위반하는 경우"를 명시했다.

뿐만 아니라 이 조항 3항에서는 "시장이 제18조 제2항에서 정한 기한까지 실시계획을 인가하지 아니한 경우"를 추가했다. 즉, 8월 10일까지 인가를 하지 않으면 시장의 귀책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2항에서도 실시계획 인가와 관련한 불이행 관련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3항에서는 다시 구체적으로 중복적 기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본격적 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문제 없음' 내지 '통과'로 답을 정해 놓고, 인.허가 절차를 밟아왔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큰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행정당국 스스로 인.허가 절차를 요식적 절차로 전락시킨 것이다.  

그럼에도 제주시는 해명 기자회견 및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답변 등을 통해 이러한 내용들은 국토교통부 표준협약안 및 민간특례사업이 추진되는 타 시.도의 협약안 내용을 준용한 것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민간특례사업이 추진되는 타 시.도 협약에는 '시장 귀책사유' 조항에서 '실시계획을 기한 내 인가하지 않을 경우'란 부분이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가 준용했다고 밝힌 국토부 표준협약안을 살펴본 결과, 제주시의 귀책사유 내용은 표준안보다도 매우 과하게 기술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표준협약안에는 귀책사유를 30조 2항의 일반적 내용만 언급돼 있었다. 반면, 제주시는 타 시.도에서는 담지도 않은 이 조항을 그대로 기술한 것도 모자라, 3항을 통해 중복적 추가 기술을 하면서 '과잉'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표준협약안의 '귀책사유' 조항.ⓒ헤드라인제주
국토교통부의 표준협약안의 '귀책사유' 조항. ⓒ헤드라인제주
제주시의 표준협약안의 '귀책사유' 조항. 국토부 표준협약안의 내용과 달리, 제주시 협약안에는 3항까지 추가해 시장 귀책사유를 강조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의 표준협약안의 '귀책사유' 조항. 국토부 표준협약안의 내용과 달리, 제주시 협약안에는 3항까지 추가해 시장 귀책사유를 강조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고성대 제주시 도시건설국장은 28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조항은 그냥 인가를 각종 인가에 따른 협의.절차를 모두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인가를 하지 않는 경우 귀책사유가 된다는 것"이라며 "이 내용은 국토부 표준 협약서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관도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 폐지 기한을 감안해 인가기한을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귀책사유를 중복적으로 기술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협약서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홍명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시장이 잘못한다면 당연히 귀책사유가 되는 것인데, (국토부 표준협약안의 내용처럼) 일반적인 귀책사유를 두면 되는 것이지, 추가적으로 실시계획 인가일을 정한 부분을 둔 것은 귀책사유를 두번 언급한 것이 된다"면서 "제가 비판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귀책사유 내용을 굳이 두번이나 강조하는 협약서의 내용은, 결국은 제주시의 경우 (인.허가 절차 이행에 대한)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이라며 "그것을 핑계로 (인.허가 절차를) 빨리빨리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협약서에는 제44조(비밀유지)도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조항에서는 "본 협약 체결일로부터 본 협약의 해지나 종료 이후 5년 동안 본 협약의 조건 및 본 협약을 수행하면서 얻어진 정보를 보관하며 상대방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자에게도 동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사업이 종료되고 정산된 후에도 5년까지도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는 시민들의 알권리를 차단하는 것이자, 사실상 그들만의 정산으로 끝내겠다는 '밀약'에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비밀협약 조항의 경우 국토부 표준협약안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와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시행하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전체 공원면적 76만 4863㎡ 중 12.4%인 9만 5426㎡ 면적을 비공원지역으로 지정해 총 1429세대 규모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지하 3층, 지상 14층 규모)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도시숲 한 복판에 1400세대가 넘는 대단위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대단위 아파트가 건설되면 학교 및 도로 신설, 새로운 주거지에 따른 추가적 인프라 확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난개발 논란이 분출되고 있다.

더욱이 이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혼돈 상황 속에서 이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절차도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데다, 개발사업의 인.허가 절차도 제주시와 민간개발업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면서 사실상 '셀프 승인'이라는 근본적 모순을 안고 있다.

특히 이 민간특례사업은 5년 전 제주시 관계부서 검토에서 이미 '불가' 결론이 내려졌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사업을 추진해 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기도 했다. 실제 2016년 9월 제주시에서 시장 결재까지 이뤄진 사전 검토서를 보면 결과는 '불수용'이었다. 

민간특례사업이 추진되면 공원의 본질적 기능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대규모 주택 및 상업지역을 개발할 경우 전체적인 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고, 대규모 교통량 유발에 따른 교통혼잡 가중, 지역주민 반대 등을 불수용의 핵심 사유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이 내용을 철저히 숨기고 사업을 재추진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제주도와 행정시, 민간업자가 한 통속으로 작당해 인.허가 절차를 밟아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해 3월 환경영향평가심의 부서 관계관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도시계획위원회 및 환경영향평가 심의 등의 인.허가 절차를 단 1회에 통과시키거나 약식으로 밟는 것으로 사전 모의한 사실이 회의결과 문건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할 도정이 도시계획위원회나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한낱 요식적 절차에 다름 없도록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시민들을 속이고 농락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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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하네 2021-11-04 13:54:49 | 124.***.***.18
이 멍충이 기자 양반아!!!!
공원구역 지정 일몰기한이 2021년 8월 11일이다.
8월 11일이 지나면 도시계획시설 실시계획 인가가 무산되는 데, 그걸 표시했다는 게 무슨 문제가 되냐??
이걸 "억까"라고 한다. 억지로 깐다는 말이다.

"헤드라인 제주"라는 인터넷 신문 창간일이 2021년 8월 11일이라 치자...
사무실 개소에 맞춰 컴퓨터를 구입해야 하는데 신문사와 컴퓨터 판매자간에 협약서를 작성한다면
컴퓨터는 반드시 2021년 8월 11일까지 설치한다는 문구를 넣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8월 11일까지 설치하지 않으면 컴퓨터 회사의 귀책사유로 한다는 조항이 뭐가 문제가 되는 가???

제주사랑 2021-10-31 06:04:49 | 211.***.***.190
대장동 사업이나 감사원에서 감사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주 못한 추잡한 사업은 왜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나요 국민들 그만 우롱하시길

Abc 2021-10-29 06:51:51 | 39.***.***.221
기자님,
도시계획위원회와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 명단을 알려주세요

지나치다 2021-10-28 18:03:35 | 39.***.***.133
제주시장이 이런 터무니없는 계약을 체결한 이유가 뭔지 정말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