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 행보 정무부지사 해명도 논란...'주말 부산행, 뭐가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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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 행보 정무부지사 해명도 논란...'주말 부산행, 뭐가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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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현 부지사 "그날은 법정공휴일...개인적 용무 볼 수 있어"
"언론이 왜곡보도...예산협의 소임 다해"...도의회 의장 "개탄스러워"
공직내부.시민사회.정당 비판 쇄도..."주말 일하는 공무원들은 뭐냐?"

지난해 말 예산 정국 속에서 부적절한 행보 논란을 빚은 김희현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가 10일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말 문을 열었다.

"도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히면서도, 논란이 된 '부산 밤거리' 부분에 대해서는 법정공휴일인 토요일에 이뤄진 '사생활'이라는 논리를 펴며 선을 그었다. 사실상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항변이다. 

김 부지사는 이날 오후 4시 제주도청 기자실을 찾아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10일 오후 부적절한 행보 논란과 관련해 해명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김희현 정무부지사.
10일 오후 부적절한 행보 논란과 관련해 해명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김희현 정무부지사.

첫 머리에는 "최근 저와 관련해 방송으로 보도된 내용에 대해 본의 아니게 도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으나, 이어진 입장은 '왜곡 보도'로 귀결시켰다.

그는 "왜곡된 사실과 사생활을 엮어 작성된 이번 보도를 통해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걸어온 길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일을 직접 겪게됐고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됐다"면서 "보도 내용 중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적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산을 방문한 지난해 11월25일은 '주말'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그날은 법정공휴일인 토요일이다. 휴가를 가거나 출장을 갈 수 없고, 출장 중이라 해도 개인적인 용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정공휴일에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과대해석"이라고 말했다.

또 "새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처리도 하지 않고 해외출장을 갔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당시 저는 UCLG 문화정상회담에 도지사가 부득이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소관 부지사로 참석했고, 도의회 예산 심사 일정을 감안해 사전에 의장님과 예결위원장 비롯해 소관 상임위원장도 피치 못할 국외 일정이 있다는 점을 사전에 설명했고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저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실.국장을 통해 유선으로 처리하도록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해외 출장에서 복귀한 다음에는 의회와 예산안이 합의될 때까지 정무부지사로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점을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고 밝혔다.

김 부지사는 "그런데도 방송 보도는 왜 그렇게 나갔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제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객관적 실체는 무엇이며, 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합쳐가며 악의적으로 저를 공격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공인이자 고위공직자이기에 당연히 그에 맞는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인 일정으로 부산에 갔고 지인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고, 하지만 단순히 지인과의 만남을 제가 품위유지를 못한 것처럼 연결하는 것은 과도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왜곡된 보도로 인해 제 삶과 가족들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충격에 대해 최대한 말을 삼가려 했다"며 "지난 2~3일 동안 제가 겪은 수모와 억울한 심경에 대해 아무리 얘기한들 누가 믿어줄까 하는 회한이 앞섰기 때문이다"고 피력했다.

또 "제가 고위공직자로서 잘못하거나 책임질 일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며 "구차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하지만 인격모독적인 공격은 더이상 확대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반론보도 청구 등 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논란의 본질, 해외출장 직전 예산협의 최선 다했나?

시종 변명으로 급급한 이날 김 부지사의 입장은 자신은 잘못한 것이 전혀 없다는 주장만 펼쳤다. 

제주도의회나 정당, 시민단체, 심지어 공직내부에서 비판이 쏟아지는 본질적 이유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부적절 행보 논란은 김 부지사가 예결위 회의가 시작되는 시점에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는데, 해외출장을 떠나기 앞서 의회를 상대로 예산 설득 활동은 하지 않고 부산을 방문해 한 일행과 개인적 시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촉발됐다. 물론 방송 보도에서는 윤리적 측면의 의혹도 강하게 제기됐다.

부산 일정은 비록 출국 직전의 주말 시간, 즉 업무 외 시간이었다 하더라도, 예산 정국의 부지사의 역할과 소임 측면에서 논란이 컸다.

문제는 해외 출장 일정으로 인해, 예산 협의를 할 시간이 주말 밖에 없었다는데 있다. 김 부지사는 토요일인 11월 25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부산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월요일인 해외출장을 위해 11월27일 아침 항공편으로 제주를 떠났다.

이는 긴요했던 주말 시간을 부산 행보로 허비했을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공무원 노조에서도 비판을 가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주말은 법정공휴일인 것은 맞으나 고위공직자의 경우 중요한 사안이 있을 경우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경우 휴일을 마다하고 뛰어야 하는데, 김 부지사의 부산 행보에서는 경각심을 엿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주말=사적영역의 시간'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김 부지사의 11월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보면 다른 주말 간담회 명목 등으로 공적자금을 사용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결위 심사를 앞두고 각 부서에서는 예산 심사에 대비해 휴일에도 업무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공무원은 "법정공휴일은 사생활의 시간이라는 논리로 설명한다면, 앞으로 공무원들에게 업무를 열심히 하도록 명분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물론 주말에 가정을 돌보는 일, 가족과 함께 하는 일, 개인적 볼일 등도 사적영역의 시간을 가져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막중한 시기에 영상에 비춰진 김 부지사의 부산 행보는 개인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서 처럼 보이지 않는다. 고위 공직자이기 때문에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부지사의 예산협의 소홀함이 전혀 없었다는 취지의 해명도 지나친 확신적 주장으로 읽힌다. 예산협의 불성실 논란은 이번 부산 방문건과 별개로 지난해 도의회에서 줄곧 지적됐던 문제인데, 당사자인 도의원들은 "불성실했다"고 평하는데도 김 부지사는 자신의 기준으로 최선 다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도의회에서는 설령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의회 입장에서 불성실하게 비춰졌다면 사과한다는 말 한 마디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오후 부적절한 행보 논란과 관련해 해명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김희현 정무부지사.
10일 오후 부적절한 행보 논란과 관련해 해명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김희현 정무부지사.

◇ 쏟아지는 비판 여론..."개탄스러워"..."책임있는 조치 해야"

한편, 김 부지사의 부산 행보와 관련해 도의회는 물론 정당, 시민단체 등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도지사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은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부지사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의장으로서 대단히 착찹하고 안타까우면서, 한편으로는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당시 예산정국에 세수감소로 어려운 상황이었고, 상임위원회에서 정무부지사의 출석을 요구했는데 해외출장으로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꼭 (출장을)가야 한다면 주말에라도 와서 설명하고, 부족한 것은 의회에서 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 여러명의 정무부지사를 겪어봤지만, 그들은 도정 현안에 대해 부서에 관계 없이 정무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런데 최근에는 저 뿐만 아니라 여러 도의원들이 정무라인의 역할 부재와, 특히 정무부지사를 두고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5월 추경 당시 초유의 심사보류 사태에서 정무라인 역할 부재에 대한 강한 지적과 질타가 있었다"라며 "이후에도 그런 부분이 개선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사생활의 영역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영상에 비춰진 모습들은 도민이 실망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참담하다"라며 "해명과정에서 '초선 의원들이 잘 몰라서...'라고 답변하는 것을 보면, 정무부지사로서 역할과 자세에 대한 무지인지, 의회를 무시해서 하는 발언인지 의심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앞서 공무원노조에서도 공식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9일 "김 부지사는 제주도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공무원노조는 "물론 고위직 공직자이 개인적 사생활도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정무부지사는 도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협의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일었던데 이어, 온 공직자가 도의회 예산심의 통과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경주해야할 시기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의회와 예산 협의에 나서고 가교역할을 해야 할 정무부지사가 예산 정국이라는 비상한 시기에 불분명한 출장을 핑계로 자리를 비우고 부적절한 행보로 문제를 야기한 것에 대해 도민에게 공식으로 사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오영훈 도지사는 고위공직자로서 모범을 보이고 품위를 지켜야 할 의무를 저버린 정무 부지사에게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규명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비판에 가세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성명을 통해 "도의회와 예산 협의에 나서고 가교역할을 해야 할 정무부지사가 예산 정국이라는 비상한 시기에 불분명한 출장을 핑계로 자리를 비우고 부적절한 행보를 보인 것은 정말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이러한 비상 시기에 제주도의회 예산 협의보다 더 급박하고 중요한 공적 업무가 과연 부산에서 있었는 지 궁금할 따름이다"며 "고위공직자로서 모범을 보이고 품위를 지켜야 할 의무를 저버린 것은 아닌 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주도 감찰부서는 정무부지사의 이번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규명해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생활 침해로 몰고가는 제주도...주말에도 나와 일하는 공직자는 뭐냐?"

각 정당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사생활 침해'로 여론을 몰고가려는 제주도 일각의 시각에 정면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우리는 오영훈 도정이 이번 사안에 대해서 일말의 문제의식이라도 가지고,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기를 바랐다"면서 "그런데 돌아온 것은 고작 익명을 전제로 한 제주도 관계자의 무책임한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말에 간 것이고, 공식 일정도 아니기 때문에 잘못이 없고, 오히려 언론보도를 사생활 침해로 몰고 갔다"면서 "제주도는 이 관계자가 누구인지 실명을 밝혀라. 이 관계자야말로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될 사람이다"고 직격했다.

또 "사생활은 그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렇다면 김희현 부지사가 부산의 거리를 활보할 당시, 주말에도 의회와 도청에 나와서 공무를 본 도의원들과 많은 공직자들은 뭐가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은 "3선 도의원을 하고, 더불어민주당의 도의회 원내대표까지 한 사람이 후배들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김 부지사를 정면 비판했다. 

정의당 제주도당도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영훈 지사는 김 부시사의 부적절한 행보와 사건 이후의 대응에 대해 제대로 진상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부산 밤거리에 있던 김 부지사가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된 이날은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본심사 시작 전이자, 김 부지사가 의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해외출장을 가기 직전 주말이었다"며 "당시 의회에선 김 부지사에 대해 해외 출장 전 주말과 휴일 이틀이 있었는데도 예산 협의도 없이 떠났다는 질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정무부지사는 제주도지사를 대리해 한해 제주도의 살림 계획을 세워야 할 책임이 있는 고위공직자이다"며 "김 부지사는 정무부지사는 지금이라도 본인의 부적절한 행동과 말 바꾸기에 대해 도민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제주녹색당도 10일 성명을 내고 "자기 역할을 망각한 김희현 정무부지사는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녹색당은 "예산 비상시국에서 세 번에 걸쳐 도의원을 했던 김 부지사가 예산 협의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무부지사라는 직함의 무게는 내팽개치고 권력의 단물만 빨아먹으려는 나쁜 모습이 공직사회로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의 행태에 대한 질문에 '주말에 개인적인 일을 본 것'이라고 답한 김 부지사는 작년 홍준표 대구 시장의 폭우 속 골프 논란을 떠올리기 바란다"면서 "막중한 공무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하면서 주말의 자유와 개인의 사생활을 운운하는 정무부지사는 필요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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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가 답 2024-01-12 17:13:13 | 61.***.***.79
스스로 사퇴하는 것만이 임명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에의 아닙니까?

환장 2024-01-11 13:21:18 | 118.***.***.224
공인도 사생활이 있으며 존중받아야할 권리가 있지만, 부인이 아닌 묘령의 여인과 어깨를 감싸고 허리를 두른채 거리를 거닐면 공직자로서의 품위가 손상되는 건 빼박 아닌가?

실망 2024-01-10 21:22:55 | 175.***.***.190
왜 많은 단체 정당 심지어 공무원노조에서 개탄스러워 하는지 현실 파악이 안된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