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등 14개 지자체 '반대' 의견..."정책 신뢰도, 형평성 문제"
제주와 세종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관련해, 최근 국민의힘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사실상 전국 확대를 폐지하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환경부가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라며 동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의 이번 입장은 제주도와 세종시 시범시행에 즈음해 밝혔던 정책 방침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이 제도의 시행 근간은 크게 흔들릴 우려를 갖게 한다.
제주도에서는 그동안 업계를 끈질기게 설득하며 진통 끝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안착화시키는데 성공했는데, 이번에 법률 개정이 이뤄질 경우 '의무'가 아니라 지차체별 '선택'으로 바뀌면서 제도 시행에 동참했던 업계의 이탈 가속화가 우려되고 있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역여건을 고려해 지자체별로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여부와 대상범위를 결정해 시행하는 것이 제도의 확대 시행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0명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시행을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에 맡기자는 것이 핵심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내 제도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이해관계자 협의 등을 거쳐 지역 여건 및 상황을 고려해 1회용 컵 보증금대상사업자의 지정 등 제도 시행 여부를 조례를 통해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실상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의 전국적 확대를 유보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돼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 법안이 발의되자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한 14개 시.도를 비롯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 및 대상 사업장을 지자체 조례로 설정할 경우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고, 지역별 참여대상 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역시 "제주도민과 공직자, 점주들의 노력과 참여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반환경적 시도에 분노하며 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제주도와 세종특별시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상당히 성공적으로 제도가 안착되고 있는데 보증금제 시행을 유보시키려는 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환경적 정책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환노위 전문위원실은 이 법률안과 관련해 △1회용컵 보증금제 대상을 100㎡ 이상 커피업체 매장으로 제한 △영화관 및 아구장 등 보증금제 대상 확대 △보증금액 인상 등을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지난 8월 발의된 이 법안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에 상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소위원회에 회부되지는 않은 상황으로, 21대 국회 임기 중인 내년 6월 말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자동 폐기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