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콘서트로 잔디훼손 우려 제주월드컵경기장 복구 대책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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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콘서트로 잔디훼손 우려 제주월드컵경기장 복구 대책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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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복구 최선 다하겠다고 했지만...구체적 방안 나오지 않아
콘서트 이후 최소 3경기.최대 4경기 치러야 하는데...선수 부상 등 '우려'
제주월드컵경기장 전경. (사진=제주유나이티드) ⓒ헤드라인제주
제주월드컵경기장 전경. (사진=제주유나이티드) ⓒ헤드라인제주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서귀포글로컬페스타가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서귀포시가 이후 경기 개최에 차질이 없도록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잔디 훼손시 복구 대책이 미흡한 것으로 확인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유나이티드의 홈 경기장인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서귀포 글로컬페스타'가 열릴 예정이다. 첫날인 26일에는 야호 페스티벌, 27일에는 전야제, 28일에는 메인 프로그램인 K팝 콘서트가 진행된다.

서귀포시는 '서귀포 글로컬 페스타'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하면서 "제주 구단과 협의하고 있다", "잔디 보호 매트를 깔고 할 예정이다. 경기를 치르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K리그) 시즌이 다 끝나서 그 날짜로 잡은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종우 서귀포시장은 지난 8월 23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페스타 날짜를 잡은 것이 K리그가 다 종료된 후로 잡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취재진이 "10월과 11월 사이에 홈에서 2경기 혹은 3경기를 치뤄야 하는 상황을 알고 있냐"고 재차 묻자 그제서야 강경택 문화체육관광국장이 "10월 8일 이후 K리그 경기를 홈에서 최소 2경기, 최대 3경기를 치뤄야 한다"고 이 시장의 발언을 정정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시즌이 끝나서 그 날짜로 잡았다"는 이 시장의 황당한 발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난 12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콘서트 4일 후에 프로축구가 열리는데, 잔디훼손 문제가 있을 수 있지 않냐"는 박두화(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의원의 질의에 "저희도 굉장히 고심을 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K팝 일정을 잡을 때 제주 구단 측과 충분히 이야기를 해서 행사일 이전에 K리그가 종료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저희도, 구단도 예측 못했던 부분인데, 8월에 열려야할 FA컵이 태풍과 폭우 여파로 11월 1일로 연기가 됐다"고 해명했다. 

행정사무감사가 열리기 하루 전인 11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파이널라운드 일정을 발표했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행사일 이전에 K리그가 종료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제주 구단 측이 파이널라운드 일정에 대한 부분은 전달했고, 강경택 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이 시장의 발언을 정정한 것을 놓고 봤을 때 시장과 실무진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잔디가 훼손될 경우의 복구 대책도 여전히 미흡하다. 이종우 시장과 강경택 국장은 "잔디 훼손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헤드라인제주> 취재를 종합해보면 서귀포시는 제주 구단 측에 잔디 보호 방침에 대해 전달했고, 잔디가 훼손될 경우 복구 대책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귀포시가 구단 측에 전달했다는 잔디 보호 방침에는 그라운드 출입시 하이힐 착용 금지 등이 포함됐지만, 훼손시 복구 대책은 콘서트 개최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미흡해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새만금 잼버리 K팝 콘서트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뒤 잔디훼손 우려가 제기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배포한 보도자료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캡처) ⓒ헤드라인제주
지난 8월 새만금 잼버리 K팝 콘서트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뒤 잔디훼손 우려가 제기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배포한 보도자료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캡처) ⓒ헤드라인제주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지난 8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콘서트 사례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잔디 훼손에 대한 우려가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도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K팝 콘서트 직후인 8월 13일과 15일 두 차례 보도자료를 내고 "최선을 다해서 복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콘서트 기획 단계부터 경기장 원상회복을 위한 예산을 편성했고, 최선을 다해 복구를 지원할 것"이라며 "콘서트 시설 철거가 완료되면 서울시설공단에서 그라운드 상황을 면밀히 살펴 잔디 보식 등 복구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서귀포시는 축구장인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치르겠다고 발표하면서 일언반구의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서귀포글로컬페스타 개최 장소 발표부터 지금까지 수개월의 시간 동안 잔디훼손에 대한 지적을 받고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잔디 복구 예산 편성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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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K팝 콘서트 이후인 9월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광주의 경기 하프타임에 진행요원들(빨간 원 안)이 잔디가 패인 부분을 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 8월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콘서트가 열렸고, 잔디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사진은 잼버리 K팝 콘서트 이후인 9월 17일 K리그1 서울과 광주의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헤드라인제주
잼버리 K팝 콘서트 이후인 9월 17일 K리그1 서울과 광주의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헤드라인제주

잼버리 콘서트의 경우, 언론의 지적과 국민들의 관심이 있었기에 문체부와 서울시설공단이 콘서트 직후 부랴부랴 잔디 복구에 나섰다. 그렇지만 잔디 훼손은 돌이킬 수 없었다.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이 지난 9월 17일 K리그1 서울과 광주의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잔디 상태를 확인한 결과, 잔디 곳곳이 패여있었고, 잔디에 줄이 그어진 듯 색이 변해져 있었다. 전반전이 종료되자 진행 요원들이 달려와 패인 잔디를 발로 밟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잔디 복구 계획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훼손이 심각했던 상암월드컵경기장 사례를 봤을 때 제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 훼손이 더욱 우려되는 지점이다.

축구 시즌이 한창인 현 시점에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K팝 콘서트를 치르겠다고 하면서도 잔디 훼손시 복구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지 않은 서귀포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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