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불가 결론'...옛 목화백화점 부지 주상복합 재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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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불가 결론'...옛 목화백화점 부지 주상복합 재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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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불허가, 소송 패소에도...건축경관심의 절차, 왜 신속 통과?
'재검토' 결정 2주만에 '원안' 의결...상설시장 인접 '화재.교통' 쟁점
제주도정과 사전 교감 있었나?...서귀포시 건축허가 판단, 이번에는?

법원 판결에 따라 4년 전 '불가'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던 서귀포시 서귀동 옛 목화백화점 부지에 12층 높이의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사업이 다시 추진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서귀포시로부터 건축 불허가 처분을 받았고, 뒤이은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했음에도 민선 8기 제주도정 출범 후 재추진 절차를 밟고 있어 이의 배경이 주목된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주식회사 A사가 추진하는 이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는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내에 있는 옛 목화백화점 일대 4357㎡ 부지에 지상 12층, 지하 2층 건물 2개 동을 건축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연면적은 2만 683㎡ 규모이다. 서귀포 도심권에서는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지상 3층까지는 근린생활시설과, 판매시설을 조성하고, 4층부터는 공동주택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최초 2016년 제출 당시에는 대지면적 3881㎡, 연면적 2만7963㎡에 총 130세대 입주하는 규모로 해 13층으로 계획됐으나, 이번에는 12층 99세대 규모로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논란이 되는 이미 '불가'한 사업으로 결론 난 사업임에도 6년 전 사업계획 내용과 거의 비슷한 포맷으로 해 다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서귀포시는 지난 2017년 2월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 보호 및 불편의 방지 등을 위해 건축허가 신청을 불허한다는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불허가 처분을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차량 통행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음에도, 현재 도로 폭을 유지한 상태에서 추가로 가.감속차로를 설치해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데다, 화재 발생시 인명 구조 등 예방대책이 미흡하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건물 북측이 천장이 아케이드로 조성된 상설시장과 바로 맞닿아 있어 화재 발생시 소방차량이 시장 내부를 통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고, 건물 높이에 맞는 고가 사다리 소방차량이 출동하더라도 접근이 어려운 점이 결정적 이유로 꼽혔다.

그러자 A사는 서귀포시장을 상대로 해 건축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건축허가신청을 거부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고, 형평성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는 것이 A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2018년 12월 이뤄진 선고 공판에서 서귀포시의 손을 들어줬다. 공익상의 필요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화재 위험성 및 교통량 증가에 따른 대책을 살펴볼 때 불허가 처분이 타당하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이다.
  
법원은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허가를 거부할 수 있는데, 이 사업의 경우 건축을 허가하지 아니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해당 부지가 북쪽으로 상설시장과 닿아 있고, 남쪽으로는 평소에도 유동인구 및 교통량이 많아 교통정체가 자주 발생하는 서귀포시 중심지와 연결돼 있다"라며 "또한 진입로 부분에 차량 가.감속차로를 만들 경우 보도의 폭이 좁아짐에 따라 보행자들의 불편이 예상되고, 대형 차량의 교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도로 가에 주.정차 차량이 있을 경우 교통 소통에 지장이 발생하며 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화재 발생시 안전성과 관련해서도, "건축물의 북측 상설시장 방면에서도 시장에 설치돼 있는 아케이드의 천장 및 철골 구조물의 프레임 때문에 고가, 굴절 차량과 같은 소방차량을 이용한 신속한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면서 "게다가 시장 상인들과 방문객들이 밀집해 있는 시장 내부에 소방차량의 진입이 용이할지 의문이 들고, 신속한 화재진입은 어려울 수 있는 등 원활한 소방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럼에도 A사는 패소 판결이 이뤄진지 4년만에 바로 사업을 다시 추진하면서 의아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서귀포시와 법원이 화재 대책 및 교통 문제를 꼽고 있음에도, 제주특별자치도 경관.건축심의는 지체 없이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7일 이뤄진 제주도 경관.건축공동위원회 1차 심의에서는 △교통평가에 따른 의견 제출 △화재 등 재난 시 활동 계획도 제출 △A동 서측타워의 저층 근린생활시설 인접대지 경계선에서 최소 6m 이상 이격하는 계획 바람 △B동의 차량 진입로는 6m 이상 폭을 유지하는 계획 바람 등을 제시하며 '재검토'를 의결했다.

그러나 경관.건축공동위원회는 '재검토' 보완 요구를 한지 불과 14일만인 지난달 21일 제2차 심의를 진행하고 '원안 의결'을 했다. 사실상 속전속결로 처리된 것이다.

종전 서귀포시와 법원이 지적했던 화재 대책과 교통 대책의 문제가 어떻게 해소됐는지, 정확한 결과 설명도 없다. 

이 때문에 지역 내에서는 A사의 사업 재추진이 제주도정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민선 8기 제주도정 출범 후 구성된 건축위원회의 편중성 문제도 이번 사업 재추진과 연계해 의구심을 갖게 한다.

건축위원회 서귀포시 지역을 담당하는 2소위원회의 경우 14명의 위원 중 학계 인사는 단 1명이고, 대부분 건축사무소나 건설업을 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핵심적으로 참여했던 인사에서도 건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주요 역할을 맡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관건축공동위원회 위원은 건축위원회 위원 중에서 선임돼 구성된다. 이번 주상복합 심의는 경관건축공동위원회에서 이뤄진 것이기는 하나, 위원들간의 '교감'의 연결 고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미심쩍은 점들이 표출되고 있다.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50대 ㄱ씨는 이번 사업 재추진 논란과 관련해, "이미 서귀포시 자체 검토를 통해 불허가 처분했고, 법원도 이 처분이 적법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사업자측이 패소한 사안인데 다시 추진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경관.건축심의에서 재검토 하라고 하고 곧바로 원안 의결을 시켜준 것을 보면, 도정과 사업자간에 사전 교감이 있지 않고서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 제주도청의 건축위원회 위원 구성만 보더라도 서귀포시를 담당하는 분과위원회는 거의 다 사업자들로 구성돼 있다"면서 "학계나 시민단체, 도시, 환경, 조경 등 다양한 방면에서 추가해도 될 것을 왜 이렇게 사업자들로만 꾸렸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오해를 받는 것이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논란이 됐던 사업의 경관.건축심의가 통과된 것에 대해 "2016년 당시에도 경관건축공동위원회는 통과했으나 서귀포시 건축허가 과정에서 불허됐던 것"이라며 이번 심의에서 원안 의결된 것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한편, 경관건축심의 절차를 통과한 A사는 조만간 서귀포시에 건축허가 신청을 다시 낼 것으로 알려져, 서귀포시가 이번에는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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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시장 2023-05-03 07:32:18 | 223.***.***.225
기자님. 시행자와 건축위원회실세와의 관계를 밝혀주세요

고무줄 잣대 2023-05-02 08:40:24 | 110.***.***.167
원 도정때는 불허됐던 건설이 오 도정에선 되는 이유가 뭐냐? 그사이 건축법이 바뀐것도 아니고, 문제점을 개선한 것도 아니고 속전속결로 통과시켜주는 건 낌새가 이상하다

구린내 2023-05-02 07:58:45 | 175.***.***.190
냄새가 난다
상살시장과 붙어서 짓는다는 계획이 저 멀리 떨어져 하는것도 아닌데 도청이 이토록 빨리 통과해준 것은 뭔가 있어 보이네